<김명열칼럼> 부모와 자식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어버이날이 끼어있어 부모님에 대한 효심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이번에도 부모와 자식에 대한 글을 써서 게재합니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이렇게 자식에 대한 애틋한 정을 표시한말도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부모가 되어 보지 않고 어찌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부모 속을 썩이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너도 자식 낳아 길러봐라’ 자식 속에는 앙칼이 들어있고, 부모 속에는 부처가 들어있다. 자식은 먹고 남아야 부모에게 주고, 부모는 안 먹고 자식에게 준다. 자식은 쓰고 남은 돈을 부모에게 주고, 부모는 자식을 주고 남은 돈을 쓴다. 아이에게는 흉년이 있다. 흉년에 어미는 굶어죽고 아이는 배 터져 죽는다. 벼는 남의 벼가 커 보이고 자식은 내 자식이 커 보인다. 아들은 장가가면 반은 남이 되고 딸은 시집가면 완전한 남이 된다.
이상의 말들은 부모와 자식 간에 부모가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쏟는 사랑과 애정과 헌신, 희생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들이다. 자식들에게 ‘부모님은 문서 없는 종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옮겨 표현을 한다면 즉 부모는 자식을 위해 한평생 온갖 희생과 고생을 마다않고 다 한다는 말이다.
한국의 속담에 ‘자식과 불알은 짐스러운 줄 모른다’, ‘더위가 가면 그늘 덕을 잊는다’라는 말이 있다. 앞의 글은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데 고생과 수고를 많이 하지만 귀여운 자식을 키우는 재미에 고달픔을 모른다는 뜻이고, 후자는 은혜를 입고도 감사할 줄 모른다는 뜻이다.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옷깃만 스쳐도 삼세(三世)의 인연이 있다고 하는데,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몇천세의 인연이 있어야 맺어지는 소중한 관계인 것이다.
검루상분(黔婁嘗糞)이란 고사(古事)가 있다. 아버지의 똥을 맛보고 아버지의 병세를 걱정했다는 효자 유검루의 이야기다. 옛날 중국 남제 때 유검루라는 사람이 잔릉령으로 부임한지 열흘이 못되어 까닭 없이 가슴이 뛰고 놀래지면서 온몸에 땀이 흘렀다. 그러자 집에 무슨 변고가 생긴 줄 알고 즉시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가서보니 아버지가 병이 난지 이틀이 되었다. 그러니까 가슴이 뛰고 땀이 흐르던 날 아버지의 병이 시작된 것이다. 의원이 ‘이 어른의 병은 이질입니다. 병 증세가 더하고 덜한 것을 아시려면 이 어른의 대변을 맛보면 아실 것입니다’고 말했다. 즉 대변의 맛이 달면 병이 악화된 것이고 쓰면 차도가 있다는 것이다. 의원의 말을 듣고 아버지가 대변을 볼 때마다 그 맛을 보니 달고 미끄러웠다. 그는 밤마다 북두칠성에게 절을 하며 ‘내 몸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죽게 해주시옵소서’라고 빌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네 아버지 수명은 이미 다 한 것이어서 더 연장할 수가 없다. 그러나 네 효성이 지극하니 이달 그믐까지만 살게 하리라’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과연 그달 그믐에 아버지는 운명했다. 지극한 효성에 염라대왕마저 감동한 것이다.
부모는 앞서도 말했듯이 ‘부모는 문서 없는 종이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이 천덕꾸러기가 되어 자식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현대판 고려장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한국의 MBC방송에 의하면 매년 이러한 버림받은 부모들이 늘어 가는데, 버림받은 노인들은 복지시설에 가고 싶어도 자식들 때문에 자격이 안돼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라고 한다. 불효의 현실을 보는 슬픈 우리사회, 한국의 민낮이다.
아버지의 병세를 살피기 위해 똥의 맛을 본 유검루, 연로한 부모를 길거리에 버리는 현대판 고려장을 하는 불효자, 과연 인간의 선과 악은 어디까지인가?……한여름의 뙤약볕, 찌는 듯한 무더위가 갔다고 시원하게 몸을 식혀준 그늘의 덕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문서 없는 종으로 자식의 모든 것을 위해 짐스러운 줄 모르고 온갖 희생과 고생, 헌신을 마다않고 애지중지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공을 갚지 못할망정, 학대하고 버려서야 되겠는가.
자식들도 세월이 흘러가면 노인이 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주고 길러주고 특별한 사랑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누군들 자식을 낳아주고 길러주지 않는 부모가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일상성의 함정’이다. 그런 부모가 없었다면 오늘날 인간으로서의 당신의생명과 인격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생명 중심적 세계관에서 당신의생명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가장 감사해야할 일이며,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람의 도리와 의무’이다. 당신의 생명이 특별한 것일수록 당신에게 생명을 주신 부모님과 당신과의 관계는 특별해진다. 그리고 그 사실이 부모에 대한 자식의 감사와 사랑과 존경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원만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빼놓고 행복을 말한다는 것은 공허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이해득실에 따라 급속하게 가열되었다가 식어지기 쉽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찾게 되는 행복은 지속적이고 깊은 만족감을 선물한다.
한국에서 어버이의 은덕에 감사의 기념일이 제정된 배경은 사회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 1956년부터 어머니날을 제정하여 기념하기 시작했는데, 그후 아버지와 어른, 노인들을 포함하여 어버이날로 개칭한 것은 1973년부터라고 한다. 그래서 5월은 어버이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어르신이나 노인, 부모님을 공경하고 효도하는 데는 어버이날이나 효도의 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1년 365일이 어버이날이고 효도의 날이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효도를 다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이자 의무이다. 죽은 다음에 아무리 잘한다해도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우리는 쑥스러움 때문에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말할 시간이 그리 많지가않다. 오늘이라도 당장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씀을 드리자.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사랑을 하자. 부모님이 편찮으실 때 더욱 사랑해드리자.
얼마 남지 않은 살아생전에 효도와 사랑을 다해드리자. 자식을 낳아 길러보면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처럼, 세월이 흘러 뒤늦게 깨닫기보다 당신과 함께 있는 지금 ‘사랑함과 감사함’을 표현하자. 후회하면 늦는다.

myongyul@gmail.com <1025 / 052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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