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어.머.니. 그 거룩한 이름

<김호진목사 / 올랜도 연합감리교회 담임>
당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무엇입니까? 영국문화협회가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 4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답니다. 그랬더니 단연 1등을 차지한 단어는 바로 ‘Mother(어머니)’입니다. 그다음 2등 자리에 당당히 ‘Father(아버지)’ 가 차지했으면 좋겠는데 ‘Passion(열정)’ 이였습니다. 세 번째는 ‘Smile(웃음)’, 네 번째는 ‘Love(사랑)’가 차지했고, 다섯 번째로 ‘Eternity(영원)’가 차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Father(아버지)는 10위안에도 들지 못했다니 아들만 둘을 둔 저는 씁쓸해집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프로그램 있습니다. ‘우정의 무대’라고 아마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다 기억하는 프로그램일 것입니다. 뽀빠이 이상용 씨가 재미있게 진행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지요. 무대 뒤편에 아들을 면회오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떠나온 고향에 외로이 계실 어머니 생각에 모두가 울컥해졌습니다. 이윽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어머니와 검게 그을린 얼굴에 파릇이 머리를 깎은 이등병이 서로 얼싸안고 무대 위를 빙그르르 돌 때면 모두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곤 했습니다.

‘어.머.니’ 한 자 한 자 지그시 누르며 나지막이 부를 때면 마치 화선지를 타고 들어오는 먹물과 같은 어떤 뜨거운 먹먹함이 심중 안에 깊이 퍼져나갑니다. 어머니란 단어는 그저 언어가 아닌 인격이고 추억입니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현재의 추억입니다.

우리가 이토록 어머니에 대하여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기억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사랑’ 때문입니다. 내가 어머니께 드린 사랑과 비교할 수 없이 큰 사랑 받았음에 감사한 것입니다. 동시에 절절히 맺힌 죄송함입니다. 어머니는 내게 그토록 크신 사랑을 주셨건만 감사는 고사하고 하찮게 여기고 업수이 무시해버린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한번은 제가 목회를 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였습니다. 화도 나고 울적하기도 한 마음으로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했지요. 아무것도 모르시는 어머니께서는 여느 때처럼 목회하는 제게 성도들을 사랑하고 바르고 정직한 주의 종이 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말씀이 너무나 서운하게 들렸습니다. 내가 지금 목회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시면서 성도들을 사랑하고 정직하고 바른 주의 종이 되라 하신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화가 올라왔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께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도대체 지금 그런 말씀이 제게 무슨 소용이에요? 어머니가 제가 미국에서 목회하면서 얼마나 힘든지 알기는 하세요? 그런 말씀 듣기 싫어요!” 차마 여기에 다 쓸 수 없을 만큼 매섭고 사나운 말로 어머니께 쏘아붙였습니다.

제 나이가 중년이고, 나도 내 새끼를 둘이나 키우면서, 더욱이 목회한다는 자가 늙으신 어머니의 마음을 여전히 이렇게 아프게 했습니다. 얼마나 후회되고 죄스럽던지 몇 주가 지나도록 전화 걸 면목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중년의 목사라지만 여전히 저는 어머니 사랑에 한없이 모자란 불효자입니다. 어머니의 사랑 평생 갚지 못합니다. 아니, 다 알지도 못합니다. 이 얼마나 크신 사랑인지.

““詩曰(시왈), 父兮生我(부혜생아)하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하시니, 哀哀父母(애애부모)여 生我劬勞(생아구로)로다. 欲報深恩(욕보심은)인데 昊天罔極(호천망극)이로다.”(시경에 이르기를,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시니, 애달프다 부모님이시여 나를 낳고 기르느라 수고로우셨네. 그 은덕 갚으려 해도 하늘처럼 넓고 커서 끝이 없네.’)

여러분의 어머님이 살아계신다면 그 축복을 놓치지 않기 바랍니다. 자주 전화하시고 부드럽게 말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세요. 나중에 큰 효도 하겠다 하지 마시고 오늘 작은 것으로 마음 편하게 해드림이 효도입니다. 혹 어머님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면 아내를 어머니인 양 잘 보살피세요. 교회나 동네에 노인들이 내 어머니인 양 못다 한 효도를 이루세요. 자녀에게 이것처럼 좋은 신앙교육이
없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에 덕이 쌓이고 복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어머니 주일을 맞아 가슴 깊이 멀리 떨어진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다음 주일 무릎연골 수술을 앞둔 연로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함께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죄스러운 마음을 담아 기도합니다. “주님 우리 어머니 잘 수술 받게 하옵소서! 하루빨리 어머니와 손잡고 좋아하시는 설렁탕 한 그릇 먹으러 갈 수 있는 축복을 주옵소서!” <1023 / 0511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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