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들고 나온 자와 들고 들어가는 자

최래원목사 / 올랜도 선한목자교회 담임

현재 한국에선 남, 북한 전쟁의 기운이 긴박한 상황 가운데 열리고 있는 남, 북 고위급 회담 내용을 빼면 요즘 방송에선 때 아닌 성경책이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 화제의 성경책 이야기 속에 나오는 조연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한명숙 전 총리입니다. SK 최태원 회장은 수감된 지 2년7개월(925일)만에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1년 5개월의 형량을 면제받고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최 회장은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교도소를 나오면서 왼손에 성경책을 들고 나온 것이 화재가 되었습니다.

그는 수감생활 중 한국 교계의 목사님들과 성경을 공부하였고 틈나는 대로 성경을 잃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기사를 접하면서 10년 전에 만난 한 분을 떠 올리게 됐습니다. 2005년경으로 생각됩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제가 운영하던 선교훈련학교 프로그램에 한 70대 전후로 보이는 점잖은 한 여성분이 훈련을 받으러 찾아왔습니다. 입은 옷이며, 모양새가 조금은 남달라 보였지만 개의치 않고 훈련에 임했습니다. 훈련을 받는 도중 자신을 소개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자신을 SK그룹의 창업주 동생의 부인이고, 한 교회의 권사님이라고 소개해 주셨습니다.
최근에 출소한 최태원 회장이 조카인 셈입니다. 그때 권사님은 늘 가족들이 구원받기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던 분입니다. 무엇보다 조카들이 예수님을 믿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도록 날마다 간구하셨던 분이셨고 찬양하기를 너무나 좋아하셨던 분이셨습니다. 물론 그때 전해 주신 SK그룹의 많은 이야기들이 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가지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회장은 그때 부인 노소영씨를 따라 인근에 위치한 고등학교 친구가 목회하는 작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지만 믿음은 없이 아내를 따라 교회에 나올 정도의 신앙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그가 한 기업의 총수였음에도 그는 별로 이름도 없고, 알려지지도 않는 작은 교회에 다닌 다는 것이 좀 의아했습니다. 믿음이 없어도 큰 교회를 다녔으면 분명 신앙과 상관없이 돈과 명예를 보고 장로를 세웠을 텐데 말입니다. 부인의 신앙이 최태원씨 보다 좋았으며, 회사와 가족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조카며느리가 무척이나 기특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최 회장이 성경책을 들고 나온 것은 단순히 우연이거나 그저 방송에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상업주의의 연출 기획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앎이다. 한국의 기업환경에서 올바른 기독교 정신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해도 그것이 결코 정의롭고 의롭게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특히 대기업은 더 더욱 그런 환경 한 가운데 있습니다. 매일 정치 파리떼들이 몰려들어 돈을 요구하고, 정치 자금을 빌미로 기업을 협박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정권과도 알게 모르게 손을 대놓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한국 기업의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감되는 동안 기업의 회장들이 자주 사용하는 지병을 핑계로 병원과 구치소를 드나들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그런 기업 총수들의 수감생활은 일반죄수들과 똑 같은 대접과 대우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일겁니다. 그렇지만 그는 어쩌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기를 다 채우려고 했음이 분명합니다.
제가 알고 있고 그 아는 것을 기초로 믿는 것은 최 회장의 회심과 변화는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가 감옥에 간 것도, 그곳에서 교계의 목사님을 만나 말씀을 배운 것도, 복음을 들은 것도, 그가 성경을 읽은 것도, 그리고 그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성경책을 들고 나온 것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 라는 것이 분명한 것은 제가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그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던 기도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최근에 전 국무총리로 제직 당시 한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불법정치자금으로 인해 대법원에서 징역2년을 선고 받은 한 명숙 권사에 대한 기사입니다. 5동 동안 지루한 법정 공방과 무죄, 유죄를 번복하며 최종 판결을 기다리던 한 명숙 권사는 결국 최종 판결로 수감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그녀가 구치소로 들어가는 날 한 의원이 읽으라고 성경책을 선물해 주었답니다. 그것은 분명 퍼포먼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어쩌면 그녀에겐 성경이란 정경이 더 이상 필요치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이미 한 교회의 권사님이었고, 남편은 1987년 민중신학자 안병무 교수와 기장 소속의 한백교회를 설립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교회는 일반교회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교회입니다. 교회는 십자가가 아니라 무명의 돌 두 개가 교회의 상징입니다. 그것은 그들은 ‘한, 백의 상징 돌’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한라산 돌과 백두산 돌을 둘이 겹쳐 놓은 것을 말합니다.
이들은 선교 사업으로 비 전향 좌익수를 후원합니다. 교회는 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문도, 교독문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것은 그 교회에는 아예 없습니다. 대신 전태일의 일기를 읽거나, 자체적으로 만든 신앙 고백 문을 낭송합니다. 민중이 종교요, 신이며, 민중을 구원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적이자 민중해방이 신학의 근간과 기초가 된 교회입니다.

그녀는 그 교회의 권사입니다. 법원의 판결과 그 판결을 폄하하는 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누가 잘못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당사자만이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고, 그보다 그녀가 믿는 민중이 아닌 하나님께서 명확히 알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민중들에겐 선구자 같은 사람입니다. 적어도 한 정권에 대해서는 절대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지만 다른 모든 정권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고, 정치인이고, 법조인이며, 정부 최고위 관리였고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설령 정말 그분이 하는 말이 옳을 수 있고 현 정부가 이분을 법의 테두리로 옭아매 정치 생명을 끝내게 하려는 시도를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이 정부의 최 고위관리였고 더욱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라면 그 법에 순응하는 것도 성경적인 자세이며 그리스도인의 태도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정부에서 대법관들을 조종해 모두를 매수했다고 가정을 해도 그 중에 한 명 정도는 적어도 양심선언을 할 사람이 없었겠습니까? 이 사건을 판결하는 대법관들 10명은 이것이 얼마나 국민적인 관심과 나라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았겠습니까? 하물며 대법관10명이 모두 기소를 찬성 했다면 그것은 분명 기소할 법적 근거와 증거가 명백하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한 명숙 권사가 구치소로 들어가는 날 입구에 모여든 사람들은 인간 한명숙, 민중의 구심력의 한명숙으로만 보여질 뿐이지 결코 구원받은 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지은 죄가 있다면 당당하게 죄를 시인하는 것이 성경을 아는 사람들의 진실한 행동입니다. 그 죄가 얼마나 크던 그것으로 그 사람을 정죄할 순 없습니다. 다만 그랬으면서도 아니라고 우기다면 그것은 종교적 비도덕적 관점에서도 누구도 인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경을 들고 나온 사람이나, 성경을 들고 들어간 사람이나 우리는 모두 똑 같은 사람입니다. 실수 할 수 있고, 죄 지을 수 있고, 구치소에 들어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가 구치소에 들어갔다는 것이 문제가 되거나, 그가 구치소에서 나왔다는 것이 환영 받을 일은 아닙니다.
다만 초점은 그들이 손에 든 바로 그 성경입니다. 적어도 그들이 손에 든 성경말씀에 부끄럽지 않는 사람으로 행동하고, 기업하며, 사는 것이고, 또한 그 성경에 부끄럽지 않는 죄인(잠시)으로 자신을 비춰보고 말씀 앞에 정직하고, 올바르고, 타협하지 않는 의로움을 잃지 않기 위해 사는 힘이 필요한 것입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서로 다르게 오버랩 되었지만 그 두 사람의 삶은 둘 다 똑 같은 모습이 되기를 원합니다. 말씀대로 살고, 말씀대로 행동하고, 정직하며 올바르게 성경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사는 이 사회의 어른들로, 기업가로 살아가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들의 손에 든 성경의 진리대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진짜 신앙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더 이상 최태원이고, 한명숙이기 이전에 세상 속에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할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989/082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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