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덧없는 우리의 인생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봄꽃은 겨울을 이기고 피어나기에 여리고 또한 눈부시게 화려하다. 그러나 봄꽃은 쉽게 저버린다. 춥고 매서운 겨울의 설한풍(雪寒風)속에서 꽃눈을 맺어 봄이 오기 무섭게 꽃봉오리를 펼치는 봄꽃은 또 지는 것도 너무 쉽다. 그래서 꽃은 10일밖에 붉지 못하다(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했지 않은가…….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고생한 순간은 모질고 힘들며 길어도 영광의 순간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다. 그런 찰나의 순간이라도 영광을 누린 사람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그러한 행복한 순간을 누리는 사람 역시 많지가 않다. 하지만 젊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그 젊은 시절의 순간에 사랑을 나누고 더 깊은 인생을 고민하며 열심히 살아온 사람은 세상을 위해 자기의뜻을 펼치기도 하는 것이다.
비록 순간이지만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봄꽃처럼 꽃피는 순간은 황홀한 것이다. 봄꽃이 진 자리는 금방 짙은 초록의 잎사귀들이 차지한다. 잎사귀들은 새로운 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일하지 않고도,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도, 갖가지 재주를 부리거나 아첨을 하여 목적을 이루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들은 풋과일처럼 비릿하다. 계절은 이미 싱그러운 봄날을 지나 젊은 아낙의 땀내 비릿한 한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여름은 불볕태양과 천둥번개와 소나기를 잉태한 격동의 계절이다.
우리속담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이란 말이 있다. 뜻을 풀이한다면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십년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다. 석달 열흘 붉은 백일홍도 있지만, 싱싱한 아름다움이 열흘 동안 피어있는 꽃은 거의 없다. 우리의 인생도 꽃에 비유할 수 있다.
얼굴이 예쁘고 미모가 뛰어나다고 뽐내고 자랑하는 젊음의 여인들도 10년이 지나고 나면 그러한 아름다움의 미모는 그대로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다. 권력 역시 버틴다고 되는 게 아니니, 기존의 위정자나 과거의 예로 보아서 권력에 연연하여 생떼를 써 역겹게 망가지지 말기를 바라는 계시의 말이 바로 권불십년이다.
아무리 권력의 정점에 있더라도, 아무리 미모의 정점에 있더라도 결국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트렌드가 변하고, 세대가 바뀐다. 사람의 나이 또한 열 살을 먹는다는 것은,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가 작별할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것이고, 서글프게도 나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간다는 것이고, 나 역시 젊음이 퇴색하고 낙엽처럼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덧없다. 젊음도 영원할 수 없고 권력도 영원할 수 없다. 그래서 외모 지향적이거나 권력지향적인 삶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갖고 나면 더 갖고 싶어지거나 지킬 수 없는 것이 외모와 권력이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인생이 쓸쓸해짐을 느낀다. 십대시절이나 이십대 초반에는 젊음이 영원한것인줄 알았는데 하지만 지금은 젊음도 퇴색하고 빛바래 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권력 또한 지키고자 안달 하여야하고, 기득권을 갖게 되면 기득권에 목메는 삶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기다리는 것은 후에 찾아오는 죽음뿐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지만 인간역시 태어나면 죽어야만 하는 존재일 뿐이다. 무슨 의미를 우리들 인생에서 찾을 수 있을까? 삶의 진행 속에 정말 진정한 행복은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껴야만 행복해지는 것인가. 현실은 치열하고 냉정하다. 현실에서 살지 못한다면 더 더욱 현실에서 밀려나 행복이라는 단어조차 잊어버리기 쉽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 나올 수도 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생각이 많아지고 불행해지는 것 같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정받고 싶고, 주목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화려한 꽃이 되는 것은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욕심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인생은 꽃이 아니다. 꽃은 잠시 피었다가 지고 만다. 인생의 목적은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하여 피어나는 과정일 뿐이다. 열매를 맺는 것이 우리들 삶의 목적이다. 성경 말씀에 보면 꽃이 아니라 열매가 되라고 기록되어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시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꽃을 탐한다.
건생청로(建生淸老)란 말이 있듯이 우리는 주어진 현실과 삶을 기쁘고 즐겁게 멋있게 그리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자. 고려말 우탁(禹倬)의 시조에 “한손에 막대잡고 또 한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쳐냈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란 말이 있듯이 우리는 자연그대로 물 흐르듯이 세상을 거스리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가자. 누구나 젊음이 지나고 중년을 거치면 노년을 맞게 된다. 노년에 들면 신체기능이 약화되고 퇴화되어 눈도 안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행동도 부자연스러우며 머리도 하야지고 건망증도 생겨난다. 늙어가기도 서러운데 이러한 신체기능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인생이 더욱 서럽고 힘들어진다. 그러나 누구나 노년은 있게 마련이고, 나이가 들어서 잘 안 보이는 것은 큰 것만 쳐다보고 살라는 것이고, 귀가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소리를 듣지 말라는 것이며,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가지 말라는 신호이고,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가 많음을 알리는 것이며,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건망증은 지나온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뜻이다.
길어야 백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길에서 잘났다고, 돈 많다고, 권력 있다고, 우쭐대고 자랑하며 뽐냄을 즐겨하던 사람들도, 울긋불긋 온산을 치장하던 아름다운 단풍과 온갖 교태로 아름다움을 뽐내던 예쁜 꽃들도 화무십일홍이듯 시들어버리거나 밤이 되면 모두가 어둠 속에 묻혀서 같은 색갈이되고, 천하제일 권세가 영웅호걸 억만장자 부호라도, 경국지색 절세미인 양귀비도 이세상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백골이 되고 만다.
젊은이들은 꿈(비전과 목표), 깡(끈기와 소신), 끼(재능과 개성), 꾀(지혜와 기획), 꼴(용모와 기상), 끈(인맥과 사교, 매끈, 화끈, 따끈,)하게 살고, 나이들은 중년 및 노인들은 긍정적인 사고와 건강으로 살며, 우리 모두는 오래도록 사는 길보다는 살 동안은 멋지고 건강하게 보람되게 사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고 참 삶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덧없는 우리의 인생을 건생청노(建生淸老)로 살아가자는 얘기이다.
myongyul@gmail.com <984/0715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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