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인격을 갖춘 교양 있는 사람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품격(品格)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 된 근본바탕과 타고난 성품이다. 이와 비슷한 단어로 쓰이는 인격(人格)의 뜻 역시 사람으로서의 됨됨이, 또는 사람의 품격이다. 두 단어를 풀어 해석한다면 사람이라면 갖고 있어야할 성품이 품격이고 그 품격을 갖춘 사람이 가진 성품이 인격이다. 교양이란 지식을 가르치고 기른다는 뜻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그 지식을 길러서 인간의 품격으로 승화시킨다는 뜻이다. 지식이 머릿속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서 자라나 행동으로, 그리고 습관으로 인격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양은 실천을 전제로 하는 지식체계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지식인은 많은데 교양과 인격을 갖춘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교양인이라 함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낮은 사람이나 자기만 못한 사람에게 잘난 체하거나 뻐기지 않으며 높은 사람에게 굽히지 않는다. 교양인은 특히 약자에 대한 관심이 깊으며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과 사랑을 겸비한 겸손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인격과 교양은 다르다. 교양은 내 체면이 소중하고, 인격은 다른 존재가 소중하다. 교양은 주고받아야 편하지만 인격은 주고 또 주어도 그만이나 교양은 인격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우리들이 서로 간에 주고받는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교양을 가늠하는 잣대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이 최고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정작 사랑받을 인격과 교양,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선 자신에게 너무나도 관대해 보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교양을 쌓고 인격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상호간에 보충적이며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대개의 경우를 보면 교양을 지식의 축적이나 일정한 과정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의 소유물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격 완성으로서의 교양은 이러한 것들의 소산이라고 볼 수 없다.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들 중에(목회자 및 성직자포함) 지독히 이기적이고 경쟁적이며, 하잘것없이 오만하며 거짓으로 겸손한체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잘못된 교육의 부재를 느낀 사람들이 많을 줄로 믿는다.
교양이란 전문적인 지식이나 교육의 축적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들 삶의 모든 현장에서 전 인격적으로 배워지고 형성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삶, 그 자체는 아무리 어렵고 고달프더라도 스스로의 신성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삶을 통해 인격의 완성을 이루는 놀라운 축복은 삶 그자체가 고통과 노력, 땀과 눈물로 엮어진 것일지라도, 자기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삶에 애착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성자(聖者)같은 교양을 갖추고 고매한 인격을 지닌 사람에게서는 아름다운 인간의 향기가 풍긴다. 부처님의 애제자인 아난다가 어느 날 향기에 대해 부처님께 문의했다. “부처님 저는 혼자 숲에서 명상을 하다 문득 이런 것을 생각했습니다. 모든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냄새를 풍기지 못한다. 뿌리나 줄기, 꽃에서 나는 향기는 다만 바람을 따라서 향기를 풍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향기를 풍기지 못한다. 그렇다면 혹 바람을 타지 않고 바람이 불거나 불지 않거나 바람에 상관없이 풍기는 향기는 없을까? 부처님, 과연 그런 향기는 없을런지요?” “아난다야, 네 말대로 모든 초목에서 나는 향기는 바람을 따라 향기를 풍기지만 그러나 어떤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긴다. 그것은 이런 향기다.”
‘어느 마을에 착하고 올바르게 사는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고 남을 깔보거나 시기하거나 미워하지도 않았으며 도둑질도 하지 않고, 거짓말도 안하고, 음행하지도 않았으며, 남에게 해악질도 안했고, 항상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며 세상을 살았다. 이런 사람을 보면 누구나 그를 칭송하게 되고 교양과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의 아름다운향기는 그 사람에게서만 나는 향기다.’
불교에서는 우리 인간들에게 다섯가지의 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오분향이라고도 하는데 스님들은 매일 예불을 드리면서 이 다섯가지의 향기 나는 몸을 성취하여 온누리를 아름다운향기로 가득 채울 것을 다짐한다. 그래서 저녁예불을 오분향향례(吳分香澧)라고도 한다.
첫째는 계향(戒香)으로 윤리적으로 깨끗한 생활을 하는데서 생긴다. 둘째는 정향(定香)으로 마음이 늘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에 있는 향기다. 셋째는 혜향(慧香)으로 고요한 호수에 달빛이 비치듯 지혜의 빛이 빛나는 향기다. 넷째는 해탈향(解脫香)으로 참다운 지혜로 해탈에 이르는 향이다. 다섯째는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으로 해탈의경지에 이르러서 다시 이웃에게도 그 경지를 가르쳐주는 향기다.
이런 향기를 온몸에 가득 지닌 사람을 불교에서는 성자라고 한다. 인격이나 교양의 향기에 비교되는 것이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다. 위선과 오만과 악덕, 비행의 악취도 바람을 거슬러 냄새를 풍긴다. 흔히 우리는 사람답지 못한 사람을 말할 때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 속에는 인격의 향기대신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세속의 사회를 가리켜 예토(穢土=더러운세상,땅)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더러움이 많고 나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은 이러한 세속사회에서 스스로 악취를 덜어내고 조금이라도 인격의향기가 풍겨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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