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우리가 돌아갈 성탄의 자리……

최래원목사 / 올랜도 선한목자교회 담임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갑 질 사건 즉 대한항공 조현아부사장의 땅콩 회향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습니다. 이 작은 사건 하나가 그 동안 잠재돼있던 대한항공의 숨겨져 행해오던 갑질이 만 천하에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사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제23조에는 ‘승객의 협조의무로’기장들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 돼 있습니다. 또한 42조에는 항공기 항로 변경 죄, 처벌조항으로 위계 또는 위력적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습니다. 조현하씨는 바로 그 조항을 위배한 것입니다. 설령항공사회장이라도일단비행기에탑승하면기장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비행 중에는 그 비행기에 탑승한 탑승자들의 목숨은 기장에게 맡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항공사 부사장이 승무원이 땅콩봉지하나 뜯어서 주지 않았다고 깽 판(?)을 부린 것입니다. 그것도 사무장을 자신 앞에 무릎 꿇게 하고, 승무원의 머리채를 잡고 행패를 부린 것도 안 풀려 급기야 하지 말아야 할 비행기 기수를 돌리게 한 것입니다. 갈 때까지 갔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그 모든 사실을 묵과하도록 협박하고, 거짓 문서를 작성하여 보고 하게 하였고, 그 모든 지시를 조현아 부사장이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이 집중 조명되면서 한 방송국에서 대한항공 전직 임원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 이렇습니다. “ 회장은 유아독존, 임원들은 예스맨, 대한항공의 감사도, 오너와 고교동창인 사람들이 대부분 맡고 있습니다. 모든 결정을 총수가 혼자 합니다. 참모가능이 없어요, 반기를 전혀 못 드니까 중역들은 예스맨들로만 포진되는 것입니다. 총수가 사내 게시판까지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그곳에 말이 나오면 관련된 부서장들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회사를 비판하는 직원들의 글을 삭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작은 땅콩 하나가 커다란 공룡집단을 흔들어 버렸습니다. 사외이사 겸 감사도 회장의 고교동창으로 채우고 자신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이사로 주변인물로 대처하면서 소위 제왕적 재벌로 군림하려던 조양호 일가의 비리가 일파만파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내부소통과 견제가 무너진 대한항공의 모습이 연일 방송에 비춰지면서 그 동안 숨죽이고, 할말도 하지 못했던 대한항공 직원들은 속 시원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뛸 불똥을 계산하느라 전전긍긍한 시간일 것입니다.

사실 이 기사를 유심히 보면서 이것이 대한항공만의 모습일까? 하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내가 목회하는 교회도 그런 모습은 아닐까? 혹시라도 사람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내부 소통은 단절되고, 서로에 대한 건강한 견제마저 할 수 없는 그런 제왕적인 목사로 군림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날 이 시대의 교회가 어느덧 예수의 이름을 팔아 거대한 공룡집단이 돼버렸습니다. 목사의 말 한마디는 예수님의 말씀보다 위력이 있고, 목사의 판단과 결정 하나면 하나님의 말씀까지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재벌기업의 총수들이 돼버렸습니다. 어떤 목사는 성도들의 신봉을 받기도 합니다.
비단 교회의 규모가 크던 작던 규모와 상관없이 목사는 그렇게 해야 하고, 목사는 처음부터 교인들을 길들여 버릇들을 고쳐야 반대하거나, 거역하지 않게 된다고 하는 비 상식적이고, 비 성경적인 원칙들이 신학교에서부터 남무하고 그런 것들이 목회자의 자화상을 만들고, 그런 자화상을 배운 목사들은 규모와 상관없이 목사의 특권을 앞세워 전횡을 일삼는 일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면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대한 항공의 땅콩 회향사건이 어쩌면 대한민국 교회들의 회향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는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한국교회가 자랑하던 사랑의 교회는 더 이상 사랑이 없어진 그냥 세상과 똑 같은 세속적인 교회의 이름만 가진 체 전락해 버린 지 오랩니다. 소위 새벽기도로 명성을 날렸던 명성교회는 그 명성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고, 목동의 제자교회는 지금까지 예수님의 제자가 아닌 소위 교회 목사의 제자들로 양육한 결과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2000년전에 초라한 말구유에 오셔서 그들의 구유를 잠시 빌려 누우셨습니다. 어느 이름도 없는 토굴 같은 동물들의 은신처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예수님을 처음 목격했던 목자들은 밤새 들에서 양을 치며 있었습니다. 그들의 메시야는 그들의 소망 그 자체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아들을 아무에게 함부로 보여주시거나 나타내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탄생을 알리는 천사의 방문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명성을 중시하고, 위치와 자리를 위해 목숨 건 사람들, 돈 많고, 거드름 피우는 구두쇠들에게 알리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을 그들의 전유물이나 액세서리로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인가 우리의 자랑을 위해, 우리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받아 누릴 복을 위해, 세상이 주는 명성과 힘과 부와 자랑을 위해 예수님을 초라한 말구유로 던져 버렸습니다.

지금 이 시대의 성탄은 예수님은 찾아 볼 수 없는 쇼에 열광하는 관중들뿐입니다. 교회는 그 쇼를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합니다. 열광하는 관중들의 비위와 그들이 내는 관람 비(헌금)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 예수님과는 아무 관련도, 아니 예수님은 관심조차 없는 일들을 우리의 기쁨을 위해, 관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예수님을 한적한 구유에 버려둔 체 열광합니다.
이 시대는 다시 그분을 찾아올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 시대는 정말 그분에게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도 그 왕을 뵈옵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온 동방의 몇몇 박사들의 숭고하고 순결하며, 거짓 없고 사심 없는 방문의 경배를 받고 싶어하실지 모름니다.
멋진 공연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여관을 가득 메웠던 관중들은 초라한 말구유에서 들리는 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엔 별 관심도 없을 것입니다. 아니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꿈과 환상을 깨트린다고, 멋진 저녁을 망치는 소리라고 투덜댈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주변에 자신의 사람들, 추종하고 옹호하는 사람들로 채우고, 목사의 귀를 막고, 거리에서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구유에서 울고 있는 어린 아이의 울음의 소리로 듣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들, 자신의 한 마디가 곧 법이고, 진리로 만들어 버리는 패악들이 오늘날 이 시대의 교회에서 들리는 소리라면 우리는 스스로 회향을 결정하는 어리석은 판단과 결정을 서슴없이 행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이 비단 한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의 일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대표하는 교회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마음 한 켠이 씁쓸하고 아려오는 것입니다.
올해 성탄절에도 우리가 있는 그곳에 어쩌면 주님은 아니 계실 지로 모르겠습니다. 주님께서는 교회의 공연을 보시러 오시는 분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멋진 연주를 듣기 위해 설레는 가슴으로 여관에서 잠을 청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진정한 성탄은 우리의 거짓된 것을 바꾸는 시도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권위주의 적인 옷을 벗고, 우리에게 다가오신 예수님의 초라한, 평범한 인간의 옷을 입을 것으로부터 성탄의 의미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권의식, 목사 편에 서서 목사의 눈을 가리고, 귀를 어둡게 하는 죄를 벗어 버리는 것, 자신을 종이 아닌 교회의 특권계층으로 여기는 교만을 제거하는 것, 목사를 교회의 유아독존으로, 목사의 예스맨으로 목사의 떼거지들로 존재하는 거짓 종교인의 모습을 버리고 예수님을 찾아 나선 목자로의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성탄을 돼 찾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대한 항공은 땅콩 하나 때문에 그 동안 숨겨진 모든 비리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계속 교회가 쉬쉬하고, 비리를 덮고, 숨겨둔다면 하나님께서는 무엇을 통해서 우리 안에 있는 비리, 불의, 악을 들춰내실까요? 땅콩만으로 한 기업과 재벌을 응징하실 수 있는 분이시라면 교회를 다룰 때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말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가 되야 할 성탄이 영광을 도적질 당하고, 평화는 사라진 체 내편, 네 편으로 나뉘어 분쟁과 다툼으로 일관된 아픔의 성탄은 멈춰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돌아가야 할 성탄의 자리에 어디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성탄절이 되시길 바랍니다. <957/1224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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