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금년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송구영신(送舊迎新)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사람들은 늘 지난 것에 대하여 후회하고 아쉬워하며 미련을 남기고 살아간다. 오늘이전 지나간 한해를 돌이켜보면 역시 다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너무나 많을 줄로 생각된다.
지금 우리는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에 서있지만, 끝은 곧 시작이 된다는 것도 머릿속에 새겨 넣어야겠다. 또한 모든 것은 시작하면 언젠가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지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하루하루에 충실하다보면 그러한 하루가 모여서 뜻 깊은 시작과 끝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리라 확신한다.
고마운 사람들, 아름다운 만남, 행복했던 순간들, 힘들었던 일들, 아쉽고 가슴 아픈 사연들 등, 금년한해 우리들 각자에게 닥쳤던 모든 것들이 과거로 묻혀지려한다. 이렇게 매년 연말 이맘때가 되면 늘 회한이 먼저 가슴을 메운다.
좀 더 노력을 했을 걸 좀 더 사랑할 걸, 좀 더 참았을 걸, 좀 더 따듯한 마음을 쏟았을 걸, 등등 좀 더 좀 더 하지 못한 아쉬움이 머리와 가슴속을 저민다. 헛되이 보내버린 것 같은 시간들 속에 아무것도 이뤄낸 것이 없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나를 자책하게 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삶을 겪으며 살아가는데 그 고통과 아픔, 어려움이 나에게만 닥치는 것 같아 현실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며 나만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쳤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작고 소소한 일들이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하게 나를 얼마나 행복하고 즐겁게 했는지 미쳐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보다 더 큰 행복과 기쁨이 어디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며 현실에 만족치 못하고 살아온 지나간 시간들이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시야를 가린다.
2014년, 또 금년 한해가 저문다. 세월과 시간은 무심하게도 한해의 언덕을 넘어간다. 예전에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근하신년(謹賀新年)이란 문구가 들어간 연하장을 지인들에게 보내며 안부를 전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전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利器)인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연말연시 인사를 주고받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원래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나온 말로 관가에서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했던 데서 유래됐다. 이제는 낡은 것은 다 버리고 새해와 함께 새것을 맞이하자는 뜻으로 정착됐다.
옛날 우리나라의 연말풍습은 수세(守歲)라 해 섣달그믐날이면 방을 비롯해 마루, 부엌, 마구간, 뒷간까지 온 집안에 불을 켜놓고 조상신의 하강을 경건하게 기다리는 거룩한 분위기였고, 오늘날처럼 일부의 흥청거림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일이었다.
송구영신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며 물질을 쫓아 지나친 경쟁을 하며 정신없이 달려왔던 그러한 시간들을 이제는 차분한 마음으로 돌려 자아의 존재를 찾아 생기(生氣)를 모아야 할 것이다.이제 금년도 막바지에 다 달았다. 송구영신의 때가 다다른 것이다. 송구영신이란 글의 뜻 그대로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이제 2014년 금년한해도 마지막 끝자락에 와서 숨을 고르며 새해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2014년을 기억할 겨를도 없이 무척 빠르게 지내왔던 것 같다. 금년한해를 짚어보니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좋지 않았던 일들도 너무나 많았다. 그 모든 일들을 이곳에 다 적어 올릴 수는 없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에 걸쳐서 우리 귀에 듣기 좋지 않은 일과
사건, 사고들이 줄을 이어 일어났던 것 같다. 한해의 마지막 자락에서 모두다 송구영신의 마음을 갖고 있다. 옛날 것은 보내고 새것을 환영한다는 삶의 태도는 자기발전을 위해서 퍽이나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간 시간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의 뜻은 아니다. 지나간 시간은 소중하다. 그것이 바로 역사이다.
과거의 전통은 지금, 오늘날의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통해서 송구영신을 해왔기에 지금의 삶을 만들어낸 것이다. 송구영신의 마음과 뜻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낸 과업에 대해서도 자랑하지 말며, 또한 이루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도 다시 일어서라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단지 한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단순한 시간적인 면에서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뜻만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송구영신(悚懼靈新)이다. 송구(悚懼)는 죄송하다는 말이다.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송구한 마음뿐이다.
타인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고, 열심을 내지 못하고, 참지못하고,용서하지못하고,이해하지못하고, 절제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한 것 등등 모든 것이 송구할 뿐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제일하기 어렵고 힘든 것이 ‘미안하다’는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아들로 이 땅의 죄악 속에 사는 인간들을 구원하고 그 죄를 용서하러 오셨다. 죄를 용서하러 오신 것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불쌍한 인간들을 대신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라고 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다.
살인을 하고, 강도짓을 하고, 성폭행을 저지르고, 남의 것을 훔치고 사기를 친 범인들에게, 언론사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이나 과오가 너무 미안하고 송구스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예수님께서는 부끄러움과 조롱과 채찍, 비난, 책망을 다 원망 없이 받으셨다. 그것의 산 증거가 바로 십자가이다. 금년한해를 보내면서 내가 잘한 것도 있지만 잘못한 것이 더 많다고 인정하는 송구(悚懼)의 태도가 있다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도 녹일 수 있을 것이다.
도행역시(到行逆施)라는 말이 있다. 올바르게 가야할 길을 가지 않고 거꾸로 가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 인줄 모르고 고집을 부리고 사는 어리석음과 오만한 태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금년한해 나 자신은 세상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와 같은 잘못이나 시행착오가 없었는지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한해, 찾아오는 2015년에는 이러한 도행역시의 오만과 역행되는 행동을 시행치 말고 겸손과 양보를 미덕으로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며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올바르지 못하고 자기의 고집과 이기적으로 사는 사람은 영신(迎新)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신(靈新)은 할 수 없다. 영신(靈新)이란 우리의 영이 새로워지는 것이다. 영(靈)은 곧 우리의 마음이고 생각이다.
마음과 생각이 변화되고 바뀌지 않는다면 몸도 변하지 않는다. 내 마음과 생각이 변하지 않는데 아무리 새해가 온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금년 한해를 보내면서 역시 송구영신(悚懼靈新)도 함께 해야 한다. 시간의 흐름은 우리의 인생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2014년을 보내면서……….

myongyul@gmail.com <957/1224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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