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목사는 예배의 기계가 아니라 예배자가 되야 한다.

최래원목사 / 올랜도 선한목자교회 담임
올해도 어김없이 주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 다가 옵니다. 항상 이맘때면 그런 글들과 그런 유의 설교들을 한듯합니다.
캐롤, 말구유, 별, 목자들, 동방박사들, 산타, 세일, 츄리, 성탄츄리 판매부스들, 외식, 축하행사들, 정말 셀 수도 없는 것들이 성탄절에 맞춰 이미 우리의 귀와 삶에 익숙한 문화 아닌 문화가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예수님을 잃어버린 성탄””산타가 대신 하는 예수님의 자리”” 진정한 선물을 잃어버린 사람들”” 무엇이 진짜인지 잃어버린 교회들”사실 성탄 시즌이 1년의 마지막 달 그것도 연말에 끼어 있어서 더욱 그 분위기를 타는 듯합니다. 각종 모임, 행사, 쇼핑 등 신문마다, 광고마다, 방송마다, 온통 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이런 분주하고 바쁘고 정신 없는 시간 속에서 사실 예수님을 묵상하고 더 깊은 영성안에서 그분을 만나는 삶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목회자들은 일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해 24시간도 부족한 달이기도 합니다. 이맘때면 일년 중 가장 많은 설교를 합니다. 특별새벽기도, 성탄설교, 성탄 이브 행사말씀, 새벽기도, 송구영신예배, 송년예배, 각종 모임에 불려 다니면서 대표 기도하랴, 식사 기도하랴, 순서에 따라 말씀전하랴! 2015년의 임직 자들을 세우랴, 일년 계획세우랴, 내년 설교와 예배를 위한 콘티를 구상하랴, 그 외에도 수많은 일들을 이 한달 안에 소화해 내야 하는 것이 목회자들일 겁니다.

사실 어찌 보면 일년 중 가장 경건해야 할 연말의 시간은 목회자들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기 도 합니다. 이 한 달은 특히 고장 나서는 안 되는 기계가 되고, 인쇄물을 연신 찍어대야 하는 윤전기가 되는 계절입니다. 사람은 한 명인데 업무량은 용량을 초과하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성탄! 그게 뭐 그리 대숩니까? 그냥 일년의 한번 오는 행사지요! 그것이 바로 성탄에 감춰진 진실입니다. 목회를 오래하신 분들은 절기증후군에 시달립니다. 그 절기에 맞춰 할 설교 주제도, 본문도, 내용도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설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디서 베끼고, 짜내는 것도 10-20년이지, 그래서 목사들은 모든 것에서 설교의 단서를 찾고, 조그만 사건도 설교와 접목시키려고 하고, 모든 만남이 설교와 연결된 예화를 만든다고 하는 말이 다 생겨날 정도 입니다.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을 뒤로한 체 진짜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묵상과 그 안에서 나오는 영성을 찾아 낼 수 있는 목회자가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진 분이거나, 분위기와 인기에 편승하지 않는 확실한 신앙적 푯대와 주관을 가진 분일 것입니다.
목사는 사실 예배를 준비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일일이 예배에 간섭하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개입자가 돼서도 안됩니다. 목사는 누구보다 진정한 예배자가 되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로 부르셨을 때 그 부르심의 가장 고상한 목적은 바로 그분 곁에 더 가까이 두시기 위한 것입니다. 목사가 예배의 자리를 떠나는 순간 물을 떠난 고기처럼 메마르고 고갈되고, 서서히 기름부음의 중단이 오게 됩니다.
목사는 설교자이기 전에 예배자가 되야 합니다. 예배는 어떤 설교보다, 어떤 행정보다, 교회성장을 위한 어떤 전략보다 더 하나님 자신이 원하시는 것이며, 그분에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는 어떤 성도보다, 더 먼저, 더 가까이, 더 깊이, 더 오랜 시간, 더 친밀하게 하나님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며, 그분 앞에서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예배하는 사람이 되는 특권자입니다.
“예배에 대해 말하자면 이런 것을 고려하라” 는 내용의 글이 있습니다.
가까이 나가서 잘 들으라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하고 고요 하라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으시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시기 때문이다.
헌신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지키라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것을 잊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지금 결정하고 나중에 부인하지 말라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결정을 무시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사실 위의 4가지가 다 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잘 듣기 보다 말을 더 많이(설교를 포함해) 합니다. 조용하고, 고요하기 보다 분주하고 바쁩니다. 헌신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먼저 지키기 보다, 헌신하고 지키도록 더 많이 강요하고, 요구하는 설교를 합니다. 지금 결정하고 나중에 부인하기 보다 어쩌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체 한 주 한 주를 책임감으로만 살아갑니다.

사실 어쩌면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12월달은 가장 깊은 경건과 영성의 달이 되야 합니다. 이런 현실 가능하지 않지만 꼭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한가지 제안을 교회들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목사들, 특히 교회를 담임하고 있거나, 교회사역을 하고 있는 사역자들에게 교회가 12월 한 달을 모든 일에서 떠나 개인 기도와 묵상과 자신의 영성의 깊이와 새해의 교회의 방향을 온전히 하나님의 주도 아래 둘 수 있도록 배려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쁘고, 분주함에서 떠나고,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훈련하고, 하나님 앞에서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헌신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시간, 그것이 어떤 교회의 행사나, 사역이나, 일보다 중요하다면 교회도, 목사도 그것에 투자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더 오래 깊이 있게 목회할 수 있는 길보다 단명하고, 빨리 노화(영적 노화)되고, 급속히 탈진하는 목회를 합니다. 내 시대에 이뤄보고 싶은 꿈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교회가 그것을 간절히 원해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목사들의 목회방식은 그렇게 추천할만하지 않습니다. 목사도 몇 년 목회하면 진액까지 다 빠져 나갑니다. 그 정도되면 예배도 힘들어 지고, 예배자가 되는 것은 더 힘들어 질 것입니다.
오래전 이집트로 사역을 갔을 때 일입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사역하던 외국 선교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한국 선교사들은 너무 열심히 일합니다. 선교지에 오면 몇 년 안에 우리가 수 십 년 했던 사역의 성과를 냅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고 나면 3년도 못 가서 탈진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던지, 선교지를 떠납니다. 휴가도 안 합니다, 잘 쉬지도 않습니다. 일만 합니다. 반면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교사들(한국인을 제외한)은 선교본부에서 정기적으로 쉬도록 합니다. 가족들을 본국이나, 제3세계로 옮겨 휴가를 갖게 합니다. 쉬는 것처럼 보이고 일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훨씬 장기적이고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사역할 수 있는 비결이 되기도 합니다” 라고 말입니다.
이런 예화가 있지 않습니까? 두 명의 나무꾼이 나무를 합니다. 한 사람은 쉬지도 않고 빨리 일을 끝내기 위해 휴식시간도 없이 일을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50분을 열심히 일하고 10분의 달콤한 휴식을 가지면서 무뎌진 도끼 날을 갈아줍니다. 두 사람은 같은 도구, 같은 분량, 같은 시간을 가지고 일을 했지만 결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10분을 쉬면서 도끼 날을 갈아준 나무꾼이 훨씬 능률적이고, 일도 다른 나무꾼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끝냈다고 합니다.
목사의 도끼 날은 무엇입니까? 사역? 행정? 설교? 보다 바로 예배일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나가 그분의 임재 안에서 하나님을 기다리고, 머물러 있는 시간, 하나님 한 분으로 즐거워하고 그분으로 채움을 입는 시간, 바로 그것이 도끼 날이고, 그 도끼 날을 쉼을 통해 가는 목사는 더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사역을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목사는 절대 예배자의 자리를 떠나서는 안됩니다. 다른 것은 다 내줘도 예배자의 자리를 내줘서는 안됩니다. 이 말은 예배를 인도하는 강단이나, 예배사회를 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사 자신이 예배하는 자로 하나님 앞에 서있는 삶을 말합니다. 교회에서 가장 예배를 잘 드리고, 가장 적극적이고, 가장 역동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바로 목사여야 합니다. 목사는 예배를 준비하는 기계가 돼서는 안됩니다. 예배의 프로그램을 짜는 프로그램어가 돼서도 안됩니다. 그 모든 것보다 앞서 예배자가 되야 합니다.

교회들이여! 당신들의 교회의 목사들을 일에서, 사역에서, 업무에서, 빼내 예배자의 자리에 앉게 하십시오. 예배자가 되게 기도 하십시오. 그때부터 여러분의 교회에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956/1217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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