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꾸러기의 짧은 글 긴 생각> 현실(現實)-비상(飛翔)이 아닌 전락(轉落)

이경규목사 / 서울 새로운 성결교회 담임
예수님의 제자가 되면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리고 형편도 나아질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여태껏 나를 외면했던 하나님이 좀더 구체적으로 나의 삶에 간섭하시고, 그래서 좀 더 특별한 혜택을 누리며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잘 살고, 좀더 공부도 잘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든든한 후원군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말도 맞다. 하지만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도록 도와주시는 ‘도우미’로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님을 따르다보면 ‘쓸데없어 보이는 역경’도 겪게 된다.

솔직해지자.

예수님을 따라간다는 것은 남보다 취직이 잘되고, 남들은 다 떨어져도 나만 척척 합격을 하고, 남들은 모두 직장에서 명퇴를 당하여도 나만은 부도수표 인생을 피해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 믿고 ‘그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손해를 감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빈 배를 단번에 채우실 수 있는 분이시지만, 그런 주님 옆에 있어도 배를 곯을 때가 있다. 만사형통만 뿐아니라 일이 계속해서 꼬이고 실패하는 것도 예수님이 우리 삶에 간섭하시기에 일어나는 결과다. 다만 우리가 그런 류의 ‘함께하심’을 싫어할 따름이다.

한 번 더 솔직해지자.

신앙생활 하지 않는 사람들도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이 세상의 세속적인 욕심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조차도 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세상에 대한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내세를 바라보며 살겠구나’하고 기대한다. 그런데 우리는 희안하게도 예수님을 따라가며 살겠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새상 중심적인 삶을 지향한다. 우리의 기대는 늘 ‘세상적인 것, 그것도 대단히 성공한 세상의 삶’에 머물러 있다. 풍요로운 잔치집이 되어야 예수님이 함께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들판을 헤매는 듯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실패한 제자의 모습’이라고 쉽게 단정지어버린다.

지금 혹시 취직이 안 되고, 공부가 진도대로 안 나가고, 연애가 생각대로 안 되고, 가정사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사업장이 내 꿈대로 펼쳐지지 않고…. 그래서 들판을 헤매는 배고픈 유랑자 신세처럼 되었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자신을 이상하게 보지말자. 예수님이 나를 내팽겨쳤다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 들판을 걸을 때에도 예수님은 함께 하신다. <938/08062014>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