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아내의 내조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아내는 혼인관계에서의 여성을 일컫는다. 처(妻) 또는 부인(婦人), 지어미라고도 한다. 한국에서 아내 또는 부인, 마누라는 결혼한 남성배우자가 상대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남의 아내를 말할 때는 부인으로 부르고 남에게 자신의 아내를 말할때는 처, 아내, 집사람, 지어미로 부른다. 최근에 들어서는 자기의 아내를 와이프(Wife)란 영어호칭도 사용된다.
한 가정을 이루고 부부가 함께 살아가면서 집안의 살림이나 경제력, 자녀교육과 육아 등등 모든 면에서 아내의 역할과 내조는 상상이상으로 큰 원동력을 이루며 가정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아내의 절대적인 내조가 없다면 가정은 유지가 될 수 없으며 남편은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맡은 바의 책무나 활동에 커다란 지장을 받게 된다.
어느 여성포털사이트에서 기혼 남-여 8백 명에게 남편들이 느끼는 내조란 무엇인가? 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사랑과 믿음, 이해와 편안함, 아내의 경제력, 순종과 헌신, 등등의 질문이었다. 대개의 남편들은 아내의 내조가 정성과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의 답변된 내용은 남편과 아내 모두 최고의 내조는 맛있는 음식과 깔끔한 집안 관리 등 살림솜씨를 뽑았다고 한다.
옛날 우리어머니 세대만 하더라도 시집가는 딸에게 여자는 으례히 남편을 헌신적으로 떠받들어야하고 순종적이어야 한다고 당부를 하고 교육을 시켰다. 옛날 나의 누나가 시집갈 때 나의 어머니께서도 누나에게 당연히 순종하고 헌신하는 착한 아내가 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보았다. 우리어머니가 그랬듯이 여자는 목소리가 담 밖으로 새어나가도 안 되고 언제나 다정한 미소와 조용한 걸음걸이로 다소곳한 몸가짐을 가질 것을 교육시켰다. 하지만 요즘시대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여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써 자신을 찾고 싶어하고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고 싶어한다.
끝없는 자기개발로 자신에게 투자도 아끼지 않고 사는 여자들이 많이 있다. 요즘은 남편들이 부엌일도 같이 도와주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남편이 반은 도와서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어머니세대는 여자로 태어나서 사는 것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가엾고 불쌍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직은, 여성들의 희망사항을 보면 성격 좋고 능력 좋은 남자를 만나서 그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자식 낳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흔히들 말하기를 여자팔자는 뒤웅박팔자 라고 한다. 이 뜻은 남편을 잘 만나야 내가 행복하게 산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남자를 만나도 아내의 내조가 뒷받침이 안 되면 결코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한가정의 불행과 행복은 아내에게 많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한국의 남자들이 흔히 말하기를 순종과 헌신은 일본여자를 따라갈 여성이 없다고들 말한다. 일본여자하면 으례히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남편을 헌신적으로 보살펴주는 순종적인 여성상이든가 아니면 성적으로 문란하고 쉽게 넘어갈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일본여자들이 성적으로 헤프다는 설이 근거 없듯이 남편에게 유순하고 헌신적으로 내조한다는 인식도 현재의 일본주부상과는 사실상 거리가 너무 멀다. 일본여자와 살아 본적도 없는 주제에 그녀들의 내조 운운하는 것이 어불성설같이 느껴지지만, 일본주부들은 남편을 이야기할 때 ‘주인’이라고 한다. 유교적이던 옛날에는 아무런 저항감 없이 주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이 단어에 저항감을 느끼는 주부들이 많다고 한다. 적당한 호칭이 없어 주인이라고 한다는 설명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더불어 남편을 자기의 주인으로 떠받드는 의식은 많이 변했지만 여성들의 영원한 희망사항은 자기 사업을 하는 사장이고 성격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가서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의 미혼, 기혼여성 가릴 것 없이 일본여성들은 여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신을 찾고 싶어하며 취미 생활이나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남편들은 자기네들의 선조가 당연히 누렸던 지위와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벼락, 지진, 화재와 함께 아버지가 4대 무서움의 대상이었던 시절은 옛날이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어야 좋은 아빠로 평가받는다. 젊은 주부75%이상이 남편이 부엌일을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생각은 한국이나 이곳 미국에 와서 살고 있는 주부들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짐작이 든다. 일본의 주부이자 아내들은 청빈에 만족할 줄 안다고 한다. 우리어머니들은 여자팔자 뒤웅박팔자라고 하면서 운명을 받아들였다. 일본 주부들 역시 자기들에게 주어진 운명에 거역하지 않고 분수에 맞게 살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저축률이 높은 나라는 일본인데 그것은 어렸을 적 가난함을 잊지 않는 일본주부들의 몸에 밴 검약정신 때문이다.
일본주부들은 자녀들의 예의범절교육에도 우등생이다. 가정에서 ‘시쓰케’라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역할은 어머니의 몫이다. 남편이 아무런 걱정 없이 밖의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훈육 주임 역할을 자연스럽게 아내들이 맡는다.
안녕하십니까? 고맙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등의 일상 생활의 예절을 되풀이하여 가르치는데 그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상냥한 이미지의 일본여인상이 무색해질 정도로 엄한 표정이다. 이 모든 것이 아내이자 엄마의 좋은 내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요즘 일본여성들 가운데는 ‘내조의 공’ 자체를 부인하는 층도 꽤나 있다고 한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옮겨가는 지금 전업주부에서 맞벌이하는 부부로 바뀌어 가는 추세에 ‘내조의 공’ 운운하는 것은 적합지 않을지 모른다. 오히려 ‘외조의공’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종의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와 비례해서 한국에서도 엘리트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어릴때부터 성차별을 거의 받지 않고 자라나 학업과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 못지 않게 뛰어난 ‘알파 걸’들은 높은 성취욕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있다.
최근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은 물론 대기업의 사장님에서 대통령, 국무총리까지 유리천장을 부수고 올라가 전통적으로 금녀의 영역으로 인식돼왔던 자리에 오른 여성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렇게 직장과 가정에서 양립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은 과연 슈퍼우먼일까? 결코 아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성공적으로 병행하기 위해서는 물론 사회제도적 환경이 필요하지만 가정 내 환경조성이 그에 못지않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가화만사성을 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기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슈퍼우먼의 집착에서 벗어나 가족 특히 남편의 도움을 이끌어내야 한다. 슈퍼우먼이라서 가정을 지키며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여성의 사례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요즘에는 여자도 사회생활을 많이 하고 남편만을 보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하더라도 아직도 사회에서는 남자의 출세나 성공이 여자의 경우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부부가 서로 잘못 만나 이혼하고 파탄이 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서로 부부라는 이름으로 사는 경우에도 아내의 역할에 따라 남편의 성패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남편의 뒤에는 언제나 헌신적이고 사랑스런 아내의 절대적인 내조가 깔려있다. <myongyul@gmail.com> 937 / 072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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