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꾸러기의 짧은 글 긴 생각>  비밀

이경규목사 / 서울 새로운 성결교회 담임
하나님의 뜻은 감추어져 있다. 우리에게는 비밀이다. 그런데 그 비밀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이 문서는 국가의 일급비밀(top secret)이다’라고 할 때의 비밀이다. 몇몇 사람만이 내용을 아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비밀은 누구든지 접근하여 보면 즉시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급비밀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보관되어 있다.
또 하나는 ‘자연에는 하나님의 비밀(mystery)이 담겨 있다’라고 할 때의 비밀이다. 이 비밀은 공개되어 만인이 다 아는 듯 하지만 깨닫는 자만이 알게 된다. 두 눈으로 분명히 보면서도 너무나 신비하고 오묘하여 그 깊은 원리를 보통 사람은 깨닫지 못하는 경우다.
하나님의 뜻은 바로 후자에 속한다.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아무도 모르는 깊은 곳에 감추어 두시고, 우리에게 보물찾기하듯 찾게 하는 분이 아니다.
최대한 감추어 두고 우리를 골탕 먹이다가 우리의 태도나 정성을 본 후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찔끔 알려 주시는 분이 아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정성으로 새벽기도를 하며 간구하면 꿈이나 환상으로 나타나 누구와 결혼하는 것이 내 뜻이고, 진학 대신에 취직하는 것이 내 뜻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다.
설령 하나님이 이런 방식으로 알려주신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알려주신 것만 알게 되는 것인지, 이를 통해 하나님과 사람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통찰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속인과 점쟁이와 사주쟁이들을 그 비밀을 풀 수 있다고 말하고, 또한 그에 대한 답을 얼마나 쉽게 찾아내는지 모른다. 무속인은 자신이 섬기는 신이 임해 알려 준다면서 잡신의 목소리로 말한다. 점쟁이는 동전이나 쌀 등 점을 보는 도구를 통해 그 자리에서 점괘를 말해 준다. 사주쟁이는 그 사람의 생년월일(生年月日)과 시(時)라는 네 가지 기둥과 여덟 개의 문자(四柱八字)라고 하는 공식을 가지고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빼내듯 말한다.
요즘은 전화나 인터넷으로도 점을 볼 수 있다. 신문광고란에 실린 사주쟁이들의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전화하면 즉시 답을 알려준다. 그들에게는 간단한 공식과 도구가 있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 보며 깊이 알아가는 인격적 교제가 없어도 즉시 점괘가 나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점괘라고 하는 것이 전화를 받는 점쟁이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두 번째 비밀에 관심이 있다. 하나님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이고, 그러한 지식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중대사를 올바른 통찰력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을 전자처럼 이해해 무속인과 점쟁이와 사주쟁이에게 의존하는 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작은 일에도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이들을 찾아간다. 매사에 두려움과 염려에 빠져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노예처럼 되어 버린다.
하지만 후자에 관심이 있는 성도들은 시간이 흐르수록 자연과 역사와 양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하님님의 뜻을 더욱 잘 분별해 더 많은 것을 누리고 감사하고 기뻐하게 된다.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는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사인을 주고 받는다. 지금 던지는 공이 어떤 종류이며 어떤 코스로 들어갈지를 사인으로 알려 주는 것이다.
상대선수가 이 사인을 알면 투수의 공을 공략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편 선수의 사인을 몰래 훔쳐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맞서야지, 스파이와 망원경을 동원해 상대투수의 공을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무속인과 점쟁이를 통해 사인을 훔쳐보고 싶어한다. 스스로 상황에 대처하지 않고 천기(天機)를 훔쳐보고 싶은 것이다. 천만원이 넘는 굿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이와 같은 목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있다. 무속인이나 점쟁이 대신 목사나 장로 권사를 찾는 것뿐이지 속마음은 무속인을 찾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 말로만 하나님의 뜻이지, 실은 자기의 욕심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에게는 하나님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다.

나는 진짜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은가?
왜? 하나님을 조금 더 알기 위해서 아니면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935/0709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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