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은퇴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

최래원목사 / 올랜도 선한목자교회 담임
올랜도(플로리다 전지역)는 은퇴하신 분들이 거주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 중 한곳입니다. 우선 의료시설이 잘 되어 있고, 수준 있는 의사들이 포진해 있고, 날씨 또한 은퇴한 분들에게는 꿈의 도시로 불리는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날씨와 의료시설과 연금 이 세가지만 갖춰진다면 은퇴하신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은퇴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분이 이런 내용의 기사를 신문에 올렸습니다. 60에 은퇴를 한 분이 인생을 후회하면서 인생을 마감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분은 은퇴를 하면 일에서 벗어난다는 생각 때문에 은퇴 이후의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말 은퇴한 후 매일 그렇게 먹고, 놀고, 잠자고, TV보고 정말 원 없이 놀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도 30년이 흘러 80이 넘어버렸고, 병으로 죽음직전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 병상에서 그 노인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이 보게 내가 은퇴 후에 30년이란 시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난 이렇게 인생의 후반전을 허무하고, 무가치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네, 내 인생의 후반전을 실패한 것이 전반전을 열심히 살면서 후회한 것에 비하면 더 뼈아프고 더 고통스럽고 내 자신에게는 그보다 더 수치스런 일은 없다네 난 정말 인생의 가장 중요한 후반전을 실패로 마감한다네”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면 우선 연금을 받고, 의료보험제도의 혜택을 받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맘대로 해보면서 살아야지 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수고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아 누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영국에는 이런 은퇴하시는 분들을 위한 U3A라는 학교가 있습니다. U3A(University of the 3rd Age)입니다. 영국전역에 800개의 학교가 성업 중 입니다. 이 학교의 특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징(기술, 노하우, 전문지식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자신은 또 다른 사람에게 그들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하는 학교입니다. 은퇴하신 분들은 사실 몸은 많이 지쳐있고 이런 병, 저런 병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그때가 바로 인생의 만개(활짝 피는)시기입니다. 가장 최 절정에 이르게 될 때 은퇴를 통해 현장을 떠나고 뒤로 하는 것입니다.
제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역을 할 때입니다. 예수원의 대천덕 신부(성공회)님께서 저희 사역에서 준비한 집회를 인도하시기 위해 밴쿠버를 방문하셨습니다. 참으로 은혜의 말씀을 연일 전하셨습니다. 이틀째 되던 점심에 은퇴를 앞두신 지역교회 목사님과 점심을 나누시는 자리에서 목사님이 신부님에게(신부님은 이미 은퇴의 연령을 훌쩍 넘기셨지만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던 때입니다) 은퇴에 대해서 조언을 들으시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습니다.
그러나 대천덕 신부님께서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하나님 나라에는 은퇴가 없습니다”. Retire이라는 말은 ‘물러가다, 퇴직하다, 은퇴하다’라는 말이지만 이 말은 원래는 Re-다시, 거듭하여, 새로 Tire-타이어, 그래서 다시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더욱 열심히 달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타이어가 다 닳고 낡았으니까 새로운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인생의 후반전을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바로 Retire입니다”.
그 말씀을 들은 목사님께서 많은 격려를 받으시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은퇴는 끝이 아닙니다. 이것은 이전에 살아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은퇴 후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최소한 30년 이상을 더 살게 될 것입니다. 이전에 삶을 어떻게 사셨던, 이전의 모습은 어떠하셨던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어떻게 살고 계시고 어떤 은퇴의 준비를 하시고 계시는 지가 중요합니다.
축구 경기를 보면 전반전에는 몸이 풀리지 않아 성적이 부진할 수 있습니다. 팀워크가 안 맞아 힘든 경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시간이 작전타임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후반전의 경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선수들이 라커룸에 들어가 후회하고 다른 동료를 탓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그렇게 그 시간을 보냈다면 후반전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코치의 말을 잘 듣고, 팀워크를 다지고, 힘을 함께 모으고 새로운 후반전에 대한 결의를 가진다면 분명 기적은 올 것입니다. 다 소진됨 힘을 충전 받고 마모된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면 후반전에는 거침없이 적지를 누비며, 공간을 만들고 결국 결승골을 넣고 말 것입니다.
인생의 전반전보다 다가올 후반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그 후반전은 새로운 기회와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고, 최소한 나 자신에게 있어서 후회 없는 인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의미 있는 후반전에 반드시 함께 동행해야 할 상대가 바로 코치입니다. 전반전에 실패했던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내 중심적인 방식대로, 내 고집대로, 내 맘대로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가면 후반전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를 내려놓고, 내 고집을 꺾고,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내 인생에 주신 코치의 말을 잘 듣는다면 반드시 전혀 다른 길과 방법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전반적의 것들보다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여러분의 인생의 코치를 잊어버리지 마십시오. 그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그분은 여러분의 남은 인생을 걸어가는데 등불이 되고, 앞으로 30년의 후반전에 빛이 되셔서 갈 길을 인도하실 것입니다. 또 한 사람의 코치는 지금까지 여러분의 인생과 함께 걸어온 여러분의 아내와 남편입니다. 그 분은 누구보다 여러분을 잘 알고, 파악하고 있고, 여러분의 장, 단점을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눈빛만 봐도 뭘 말하고 무슨 행동을 하려는 지 앎니다. 바로 그 분이 여러분의 진정한 두 번째 코치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여러분 곁에 함께 그 길을 걸어준 가장 절친한 친구(절친)입니다. 이 세분의 코치를 영입하십시오. 연봉을 달라는 대로 주십시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결코 후회 없는, 의미 있는 은퇴 이후의 후반전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64세의 노장 골퍼 톰 왓슨(Tom Watson)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나이든 골퍼는 맞지만 골프 대회에서는 젊은 골퍼와 나이든 골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골퍼와 그렇지 못한 골퍼가 있을 뿐입니다. 내일 더 잘 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어지는 날이 제가 은퇴하는 날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보다 내일 인생의 티샷을 더 잘 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결코 일에 은퇴는 있을 지 몰라도 인생의 은퇴는 있을 수 없습니다.”. <928/052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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