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인간의 정(情), 인정을 베풀며 살자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예나 지금이나 인간 삶의 작태를 보면 먹이가 있으면 배곯은 이리나 늑대처럼 체면도 없이 앞,뒤 안 돌아보고 달려들어 무작정 그 목을 물어뜯어 우선 배부터 채우고 보는 일이고 보면, 이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배운자나 못배운자나, 그리고 나이든 사람이나 어린아이를 불문하고 자기위주의 영욕과 만족만 채우고 보니 세상이 잘못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인간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그러한 것인지 분간이 서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존주의적 철학에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그저 저 무수한 모래알들 중에 하나의 모래알로 내던져져있는 그러한 존재로 파악한다.
나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지금 여기 이 지구라는 그리고 미국이나 한국이라는 이 구체적이고 조그마한 현실 속에서 그저 막연하게 피투 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오는 곳도 가는 곳도 모르고 오직 지금의 현상, 즉 생존이라는 존재의 상황 속에서 주어진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러한 것이 곧 인간의 삶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이렇게 막연하게 나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피투된 존재이기에 이 피투된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은 죽음이다. 그래서 이 피투되어서 대면한 현재적 상황이 싫어서 인간의정이 고갈되어 외로움과 고독과 힘들음을 참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단 말인가?
어차피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지구라는 혹성에 던져진 존재라면 그와 함께 주어진 삶의 전반적인 영역도 닥치는 대로 본능만을 극대화시켜 자신만을 위해 극단적인 이기주의자가 되어 살아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피투 된 것이 종료된 상황(죽음)에 이르기까지 무작정 사납게 살아가면 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존주의적 존재론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자신의 삶의 의지를 진작시켜 현실에 대한 복합적이고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아 타인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파기시켜버린다고 한다면 이는 아마 동물의 삶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만 충실하고 배고프면 사냥해 먹고 배부르면 누워 자고 병이 들면 그대로 죽어가는 존재, 이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올바른 인간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

오늘날 우리들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팽배로 인간적인 정을 상실하고 사는 사회가 되었다.
성경말씀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을 쉽게 푼다면 남을 나만큼 사랑하고 인정을 베풀라는 뜻이다. 인정을 베푼다는 것은 남을 사랑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자기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자기의 이익만 챙기며 자기의 편리만 선택하고 자기의 주장만 고집하며 사는 것은 건전한 삶의 기본이 될 수 없다. 흔히 이런 사람은 자신을 끔찍이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남들이 싫어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당연히 사는 맛은 없다.
인정을 베풀 사람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으면 이런 사람은 무인도나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 혼자 살아야한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인정을 베풀며 사랑 속에 살게 되어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 속에서 평안을 느낄 수 있어야 그것이 참된 평화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이다.
인정이 많은 사람이란 남에게 정을 많이 느끼거나 경험하거나 또는 남에게 정을 많이 주는 사람을 말한다. 인정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공감하고 공유하는데서 출발하며 따라서 정이 많은 사람의 성격 특성은 일차적으로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공감하는 경향성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이 세상의 많은 병들 중에는 사랑을 주지 못하고 사랑 받지 못해서 생기는 병들이 의외로 많다. 또 사랑한다고 하는데도 실제로 오히려 상처를 주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사랑할 대상을 잃어버렸기에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시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데 그동안 서로가 주고받은 서로의 상처가 많아서 이제는 사랑 받고 싶다는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한 채 이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꽃들은 피어날 때 향기를 토하고 물은 연못이 될 때 소리가 없다. 언제 피어났는지 정원에 핀 꽃은 향기를 날려 자기를 알린다.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로운 사람은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나듯 침묵하고 있어도 저절로 인간의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한평생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그러나 꽃처럼 그렇게 마음깊이 아름다운 인간의 향기를 남기고 가는 사람이란 그렇게 쉽지가않다. 인간의 정이란 무엇일까? 주고받음을 떠나서 사귐의 오램이나 짧음이나 상관없이 사람으로 만나 함께 호흡하다 정이 들면 더불어 고락도 나누고 기다리고, 반기고, 보내는 것인가………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그렇게 살다가 미련이 남더라도 때가되면 보내는 것이 인간의 정이던가. …..대나무가 속을 비우는 까닭은 자라는 일 말고도 중요한 게 더 있다. 바로 제 몸을 단단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나무는 속을 비웠기 때문에 어떠한 강풍에도 흔들릴지언정 쉬이 부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며칠 비워둔 방안에도 금세 먼지가 쌓이는데 돌보지 않은 내 마음의 구석인들 오죽하겠는가? 누군가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보면 마음의 수양을 쌓고 그 속에서 자연적으로 아름다운 인간의정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삶이 각박하고 힘들더라도 인정을 베풀며 사는 사람이 되자.

<myongyul@gmail.com> 921/03192014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