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발렌타인데이와 초코렛 이야기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한국에는 미국과 다른 풍습이 많은데, Valentine”s Day(2월14일)와 화이트 데이(White”s Day/3월14일)도 그중의 하나다.
미국에는 화이트데이는 없고 발렌타인데이만 있으며 그 의미도 조금 다르다. 어느 젊은 청년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미국으로 유학 와서 공부를 마치고 오랜만에 한국으로 귀국해서 어느 예쁜 아가씨를 사귀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가 만난 뒤 첫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데이트를 하면서 초코렛을 여자 친구인 연인에게 선물했더니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나한테 왜 초코렛을 주어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청년은 발렌타인데이니까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러면 화이트데이에도 또 줄꺼죠?”하고 물었다. 화이트데이의 의미를 모르는 그는 그날이 무슨 날인지 궁금했지만 그냥 아마 그날도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화이트데이가 되어서 그녀에게 초코렛을 주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왜 화이트데이인데 나에게는 아무런 선물도 안주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화이트데이는 여자만 받는 날이잖아요.” 이처럼 한국에서는 “Valentine Day”는 여자가 남자에게만 선물을 주는 날이고 “White Day”는 반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다.
미국에는 없는 화이트데이는 일본에서 건너온 풍습이라고 한다. 일본의 과자회사들이 사탕이나 초코렛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날이라는 것이다.
그밖에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Black Day라는 것이 생겼다고 한다. 블랙데이는 4월14일인데 이날에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아무런 선물도 받지 못한 남녀들이 만나서 같이 자장면을 먹는다고 한다.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는 서로의 처지를 위로해 주려는 의도로 생겼나보다. 아무튼 초코렛을 많이 팔기 위해서건 자장면을 많이 팔기 위해서건 간에 상술(商術)에 의해 생겨난 날이지만 미국에서 볼 수 없는 재미있는 풍습이다.
세상의 그 어떤 연인들보다도 초코렛 가게 주인들이 더 목이 빠지게 기다릴법한 발렌타인데이가 오는2월14일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최초의 발렌타인데이는 로마시대 천주교박해당시 목회를 하다 순교한 성 발렌티누스를 기념하는 날이지만 14세기에 들어서 영국의 작가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가 쓴 한편의 시 덕분에 로맨틱한 기념일로 탈바꿈했다.
크리스마스가 가족중심의 날이라면 발렌타인데이는 연인들을 위한 날이다. 이날은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해도 흉이 되지 않는 날이고, 그 상징으로 초코렛을 선물하는 날인데, 이 달콤하고 맛있는 초코렛에 관한 이야기를 참고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초코렛은 여러 가지의 성분이 함유되어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것은 데오브로인(Theobromine), 칼슘, 카페인,타우린, 카데킨 등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초코렛을 먹었을 경우의 효능은 체내에서 세포의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는 폴리페놀성분이 들어있어 질병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변비를 해소시키고 피로회복을 도와주며 집중력을 강화시키고 노화를 방지시켜준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시중에 판매되는 초코렛에는 식물성지방을 고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난 트렌스 지방이 일부 포함되어있다. 트렌스 지방은 혈관을 좁게 만들어 심혈관계 질병을 일으키거나 동맥경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 일부 가공된 초코렛에는 3.5g정도의 트렌스 지방이 포함되어있는데 이는 감자튀김에 들어있는 분량 4.5g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코렛을 구입할 때는 초코렛의 성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정확히 알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국의 초코렛 역사는 조선말기 러시아공관의 어느 부인이 규방외교의 일환으로 양과자 및 초코렛, 양화장품들을 명성왕후에게 바쳤는데 그것이 한국으로 들어온 초코렛의 시초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초코렛이 특히 발렌타인데이의 사랑선물로 많이 애용되고 있는데 초코렛에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물질들 중에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페닐에틸아민은 사람이 어떤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뇌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로 연애감정에 깊게 관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엔돌핀의 일부를 구성하는 화학물질로 암페타민(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과 유사한 효과를 갖고 있는데 도파민을 분비시켜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맥박을 뛰게 하기 때문에 초코렛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우리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종교는 인생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좋은 영화가 있다.
바로 2000년에 개봉되었던 “초코렛”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어느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카톨릭의 엄격한 종교적 규율 속에서 경직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마을에 비엔이라는 여자가 딸과 함께 이사를 온다. 그녀는 곧 초코렛 가게를 차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달고 맛있는 초코렛을 만들어 판다. 투철한 종교심으로 무장된 그 마을의 시장이 사순절이라는 금욕과 금식의 절기에 초코렛을 파는 비엔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그러나 비엔의 초코렛은 차츰차츰 경직된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초코렛 같은 인생의 맛에 눈뜨게 해준다. 비엔이 모든 사람들이 멸시하는 집시무리를 받아들이면서 시장과의 갈등은 절정에 달하고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한 비엔은 딸과 함께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는데, 결국 극적인 상황에서 갈등이 해소되고 마을은 축제를 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를 갖고 있으며 뜨거운 신앙심속에 생활하고 있다. 신앙은 인간들의 희노애락을 사랑의 빛 안에서 인생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제공한다. 그 힘이 우리에게는 생명이 된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불행하고 행복해하는 모든 삶의 국면들을 사랑으로 녹여 마치 입에 넣으면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초코렛처럼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신앙이다.
미국대륙의 북쪽지방은 아직도 추운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추위와 더불어 얼어붙은 경제의 불황으로 우리들의 마음조차 움츠러들게 만드는 이 시절, 따끈한 코코아한잔, 또는 달콤하고 맛있는 초코렛을 입안에 넣으며 정다운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사랑의 미소를 나누는 것은 어떨지?……. 조용히 식도를 타고 내려가 냉각된 내마음속을 따듯하고 달콤하게 녹여 주는 초코렛처럼, 우리들 삶에서 만나고 부딪치는 모든 순간들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인생은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라고 나 자신에게 속삭여본다. 초코렛처럼 달콤하고 맛있는 세상을 설계하면서………….
<myongyul@gmail.com> 915/02162014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