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며느리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며느리는 아들의 아내를 일컫는 말이다. 반대말은 자신이 남성일 때는 시아버지, 여성일 때는 시어머니이다. 반대로 딸의 배우자는 사위라고 한다. 한자어로는子婦라고하며 조카의 아내는 조카며느리, 질부(姪婦)라고 하고 손자의 아내는 손부(孫婦)라고 한다.
조선후기 사설시조에서 아들의 부인이란 뜻으로 며느리라는 말이 처음 사용되었다. 어원은 메와 나리의 결합으로써 제사를 모시는 일에서 유래되었다. “메”는 신에게 바치는 음식 중에서 밥을 가리키는 고어이며 제사에서 메를 이어받는 다는 의미에서 며느리라는 호칭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속담에 봄볕은 며느리에게 쪼이고 가을볕은 딸에게 쪼인다는 말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은 항상 갈등이 있고 특히 훨씬 옛날의 우리네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많이 구박을 했다고 한다. 그런 예를 보더러도 이 속담은 분명 며느리보다는 딸을 더 위한다는 의미일 텐데 그렇다면 왜 굳이 봄볕에 며느리를 내보낸다는 표현을 썼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더욱이 봄이 되면 날씨가 따듯해서 봄나들이를 하기도 안성맞춤인데 왜 그 좋은 봄 햇살을 딸에게 주지 않고 굳이 며느리에게 양보하도록 했을까?
그러나 이 속담은 확실히 며느리보다는 딸을 위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5월의 봄볕은 여름의 그것과는 또 다른 따가움을 가지고 있다. 어느 때 밖에 나가서 낚시나 골프, 또는 산책을 할 때 한낮의 봄볕을 쬐보며 느끼는 감정은 따듯하지 못해 어깨와 등허리에 내리쬐는 햇볕이 따가울 정도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만큼 봄 햇볕이 우리의 피부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기도하다. 즉 이 말은 며느리와 딸을 빗대어 봄 햇살이 가을햇살보다 더 따갑고 피부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재미있게 풍자한 것이다.
옛날이었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체득한 이 속담에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 시어머니가 봄볕을 며느리에게 양보했던 것은 봄 햇살에는 가을보다 훨씬 많은 자외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많이 받으면 피부암이 생겨날 염려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미운 며느리가 뭐가 그리 좋다고 며느리에게 배려를 해서 건강을 챙겨주겠는가? 눈에 가시 같은 며느리가 피해를 보고 골탕을 먹는 것을 보는 시어머니의 마음은 깨소금일 것이며 십년 묵은 체증이 뚫려나는 기분일 것이다.
요즘 며느리를 딸같이 생각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듣기에는 아주 좋은 말이고 좋은 징조이지만 파고들면 그 말은 위선 같은 생각이 들고 진심이 아닐 거라는 판단이 서게 된다.
시어머니가 어쩌다가 조금 싫은 말을 해도 딸은 앙금이 안 쌓이지만 며느리는 앙금이 차곡차곡 쌓여서 스트레스로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며느리는 늘 손님처럼 조심해서 대해야 한다고 해서(며느리는 손님같이)라고 말해야 더 진실성이 있어 보인다.
신문지상이나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시부모를 소홀히 다루고 심지어는 학대하며 내쫓는 나쁜 며느리의 기사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어느 나쁜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때리고 학대하며 먹을 것을 주지 않아 집을 나와 헤매다가 지쳐서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갔다는 슬픈 신문기사를 얼마 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세상에는 좋은 며느리도 많지만 나쁜 며느리도 너무나 많다. 그 나쁜 며느리는 원래부터 심성이 모질고 사나워서 악행을 일삼는 나쁜 며느리인데, 어느 며느리들은 시부모님 하기에 따라 좋은 며느리도 될 수 있고 나쁜 며느리도 된다고 한다.
심성(心性)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를 말한다. 심성은 고운 심성과 나쁜 심성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두가지의 심성은 자라나면서 환경에 따라 서로 변할 수가 있다.
애당초부터 나쁜 심성을 타고난 사람도 자라가면서 계속 긍정적으로 꾸준히 닦고 수양하게 하면 처음 타고난 것처럼 착하게 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며느리를 두 사람을 둔 어느 지인되시는 여자 분의 이야기이다. 이분께서는 위에서 심성에 대하여 설명을 드린 것처럼 이러한 가르침을 본받아 자신의 심성을 곱게 닦으며 인생길을 차분히 걸어왔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거친 세파와 싸우며 부부싸움도 많았고 남들과의 다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분께서는 모든 원인을 남에게 돌리지 않고 제일먼저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고 반성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볼 때는 우선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사물을 보았다고 한다.
사람들을 대할 때는 더욱 신경을 쓰고 조심을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긍정적인 시각은 긍정을 낳고 부정적인 시각은 부정을 낳기 때문에…….. 이세상의 이치가 다 그러했다.
장성한 두 아들의 아내인 며느리가 들어 왔을 때 그녀는 자신의 젊은 시절 보수적이고 완고한 시어머니로부터 모진 학대와 시련, 고통의 세월을 보낸 과거를 생각해서 며느리들에게만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따듯한 마음과 사랑, 정성으로 두 며느리를 품속에 받아들여 벽이 없이 딸처럼 대하고 사랑을 쏟았다고 한다.
윗물을 맑게 정화시켜 꾸준히 아래로 내려 보내면 아래의 구정물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맑게 된다는 것은 자연적인 세상의 이치이다. 이렇게 내 사랑하는 아들의 사랑하는 대상자인 아내, 나의 며느리에 대한 대가없는 사랑의 물을 내려보내는 것, 그것은 시어머니인 그분의 신념이기도 했다.

효경(孝經)의 기효행장(紀孝行章)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부모가 집에게 쉴 때는 공경을 다하고 즐겁게 해드리며 편찮으실 때는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셨을 때는 그 슬픔을 다한다. 그리고 영혼을 제사지 낼 때에는 그 근엄함을 다한다”.
굳이 이렇게 효경을 들먹이지 않아도 웬만한 주부나 며느리들은 학교에서도 배웠듯이 시부모님을 잘 모시고 효도를 해드리라는 교육을 귀가 따갑도록 배워왔다.
이런 것은 누구나 아는 보편적인 상식이기도하다. 자식은 부모가 하는 행동거지 일체를 보고 배운다고 한다. 나중에라도 자식에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시부모님께 잘해드리고, 자식의 눈이 무서워서라도 시부모님께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며느리인 당신도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되고 무덤가에 피어난 할미꽃처럼 고개 숙일 날도 머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들 역시 내 아들이 사랑하는 그 아내인 며느리에게 따듯한 사랑과 마음을 베푸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의무 아닌 의무임을 명심하도록 하자. <myongyul@gmail.com> 906/1204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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