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잃어버린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삶

최래원목사 / 올랜도 선한목자교회 담임

아래 내용은 인터넷에서 웹 서핑을 할수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경남 거창에 위치 한 거창고등학교의 직업선택을 위한 10계명의 내용이다.

1. 월급이 적은 곳을 선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선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선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은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선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말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어떻게 막 세상에 첫 걸음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직업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을까?
더 편리하고 쉬운 길로 가도록 교육되어진 사회 구조 속에 살고있는 젊은이들에게 이 문구들은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들에게 상관이 고함을 지르면서 이렇게 외치는 소리같이 들린다. “정신차리고 똑바로 안살면 너희는 이 전쟁터에서 죽고 말 것이다”. 조금은 전율이 흐르는 비장함 마저 든다.

사실 거창고등학교는 기독교 신앙을 기초로 세워진 학교다. 이 학교는 바로 엄격한 규율과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으로 많은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한국의 상위 톱10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한국사회에 알려졌다. 지금은 고등학교 성적 상위10%의 학생들이 지원하는 최고 수준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이다.
그런데 위의 글을 하나, 하나 천천히 읽어 가는 동안 번듯 스쳐가는 충격적인 생각에 전율을 느낀다. 아! 이것은 이 시대의 교회가 걸어가야 하는 바로 그 길이구나! 라는 것이었다. 교회가 버리고, 더 이상 가지 않는 그 길을 누군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그 길을 걸어가라고 , 그래야 산다” 라고 호통을 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 이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구나 싶었습니다.

그들은 어쩜 그동안 평온하고 잔잔했던 교회에 돌 하나를 던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편히 살고, 안전한 길로 가고싶고, 이 땅에 살면서 부족함이 없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고있는 우리를 향해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고………… 아,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라고 숨 멎게 하는 문구들이다.
한 대형교회 목사님께서 일년의 차량 기름 값으로 만 수천만원을 썼다는 기사를 읽었다.
실로 놀랍다. 물론 그 만큼 할 일도 많으니까 그럴 법도 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가슴이 아려온다.
그런 반면 자신의 자가용이 있고, 사역에 필요한 유류비도 요구할 수 있는 중형교회를 담임하시는 한 목사님은 굳이 그 차를 집에 세워두시고 웬만하면 대중교통 이용하시지 자가용 타고 다니시지 않음 – 경기도 광주에서 버스로, 지하철로 신촌에 있는 성도의 가게 심방을 가신다.
그 분은 온 교회가 마음으로 존경하고 그 분도 몸소 겸손과 검소함 삶을 사고 계신 목사님이시다.
누가 옳은가? 가 아니다. 마녀사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누가 십자가의 길에 서서 그 길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냐!의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보면 성도는 이렇게 살아야하고, 목회자는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각오와 다짐과 그 다짐을 생애 목표로 여기소 몸부림치는 결의를 별로 찾아 볼 수 없다.

만약 우리에게 그런 양심의 기준이 될만한 것이 없다면 혹 거창고등학교의 직업선택의 십계명을 목회자의 임지 선택의 십계명으로, 신학생들의 교회선택의 십계명으로 가슴에 새기고, 교회와 임지를 선택 할 수 있었다면 과연 교회가 지금처럼 병들어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쩜 우리가 진짜 걸어가야 하고 살아야하는 삶과는 전혀 다른 삶과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고난 없는 편안함, 십자가 없는 안전함, 낮아짐 없는 받아야할 대우를 더 중요하게 여김, 포기 없는 권리에 대한 요구, 예수께 자신을 맞추지 않고 교회의 사이즈에 자신을 맞추고 사는 예수님의 제자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사는 오늘 이 시대의 교회와 목회자들의 모습에서 그렇게 가르친 대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거창고 학생들보다 못한 우리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오버랩 된다.
이것이 오늘날 교회가 선택해야할 십자가의 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너무 편안한 길, 위안이 되고, 복 받은 삶에 익숙해져있고, 누구나 성공의 기회는 아직 있다고 가르치는 날조된 복음으로 인해 우리는 십자가 길의 반대길로 향해간지 오래다.
지금도 여전히 교회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오직 이 한 길뿐이다. 죽기를 위해 성도의 시체를 넘고 넘었던 믿음의 선진들이 간 그 길, 그 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복음의 길이다.
누가 그 고난과 십자가의 복음을 이렇게 더럽히고, 이렇게 몰락시켜버렸는가? 교회가 다시 그 길 앞에 서서 세상의 반대편을 향해 걸어가지 않으면 우리는 멸망의 길로 달리는 제동장치 망가진 설국열차를 타고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삶의 반대편으로 내달라는 존재일 뿐이다.
지옥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의 삶에서 멀리 있지 않고, 천국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결코 당신의 삶으로부터 가까이 있지 않습니다. <904/1119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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