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파란물감을 쏟아 부은 듯 온통 파랗게 물들여진 가을하늘밑, 산책로 길에 아름답게 피어난 코스모스 꽃을 보며 사람들의 시선이 멈춰서고 있다. 여름이 채 다가기도 전에 산들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코스모스가 마치 여고생들이 교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신작로 갓길을 줄지어 정렬하여 걸어가듯 수줍은 듯이 미소를 띄고 햇살을 향해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하여 고갯짓을 하고 있다. 울긋불긋 여러 가지 색깔들로 조화를 이루어 파란 가을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져서 꽃잎들의 시선에 멈춰선 내 가슴에 연분홍, 빨간색 물감을 뚝뚝 흘려 넣어, 어릴 적 나의 사진보다 더 찐하게 새겨놓고 사춘기 청소년적인 감상에 젖어 내 마음은 두근두근, 콩당 콩당 방망이질 치며 추억의 가을 길을 빨간 고추잠자리의 날개위에 얹혀서 한없이 훨훨 날아가 본다.
가을에 만발하여 피어나는 코스모스의 꽃말은 백색꽃은 소녀의 순결의 상징이고 빨간꽃은 소녀의 순애를 뜻한다고 한다. 가련한 모양이 애잔해서 소녀들의 가슴에 센티멘탈한 슬픔을 가지게 하는 마치 여인의 타고난 숙명처럼 여리고 고운 모습, 그래서 코스모스가 만발한 언덕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헤어지고 코스모스가 비바람에 꺾이는 날 병든 소녀가 죽어 가는 것일까?………..
코스모스는 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먼저 만든 꽃이라는 영광을 갖고 있다. 맨 처음 만든 꽃이 너무나 가냘프기만 해서 흡족할 수 없었던 신은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았다. 원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인 코스모스는 그 덕택에 종류가 다양하다. 꼭 색깔에 따라 다른 의미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다른 한편으로 코스모스의 꽃말이 또 있다.
항상 가을이오면 여름을 보내는 마지막 코스모스, 하늘하늘 길가에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기 시작하면 이제 가을이 오나보다 했던 우리들 마음의 꽃, 코스모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인데 질서를 뜻하는 말로 혼돈이라는 말을 뜻한다고도 한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카오스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혼돈의 세계에서 질서의 세계로, 그리고 어둠의 세계에서 밝은 빛의 세계로 시간을 여는 꽃이라고 해서 가을을 상징하는 꽃이라고도 한다.
코스모스는 그래서 낮의 길이가 짧고 밤의 길이가 길 때 피어나는 꽃이라고도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신이 처음으로 코스모스 꽃을 만들 때 이 꽃을 가장 완벽한 꽃으로 만들려고 해서 코스모스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코스모스의 꽃말은 대체적인 인식으로 소녀의 순결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여덟개의 꽃잎이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꽃잎이 서로 어울려 질서 있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보고 아름답고 완벽한 꽃이라는 뜻의 코스모스의 유래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이런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이고 한해살이 풀이다. 한국 고유어로는 살살이 꽃이라고도 부른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코스모스와 국화를 꼽지만 이 꽃들을 보면 왠지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스산한 가을 냄새가 풍겨져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코스모스 꽃을 참으로 좋아한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모두가 아름답고 정이 가지만 가을에 피어나는 코스모스의 몸짓은 아련한 가을 추억을 일깨워준다. 소박하고 가려한 모습에 애틋함이 있어 정이 가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초등학교 등. 하교길에 양쪽의 신작로 길에 줄지어 피어난 꽃길을 검정고무신을 신고 포장이 안 된 자갈길을 터벅터벅 먼지를 일구며 걸었던 가을의 추억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우리 반 담임 여선생님은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부임한 코스모스처럼 순수하고 청조하며 고상한 아름다움을 지닌 선생님이었는데 그 선생님께서는 가을이 되면 언제나 코스모스 꽃을 한 다발씩 꺾어 와서 교탁의 화병에 꽂아놓고 그 꽃의 향기에 매료된 듯 눈을 지그시 감고 가을의 꽃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한국에 가보면 요즘 웬만한 도로변에는 코스모스가 자리를 메운 채 행인들을 향해 정겨운 몸짓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줄을 선뜻 흐트러진 듯, 자유분방하면서도 조화롭게 하늘거리고 있다.
코스모스의 색깔은 단조로우며 지나친 치장은 없지만 서너 가지의 순수한 색깔들이 어우러져 있어 누구나 친하게 다가설 수 있다. 간간히 불쑥 치솟은 코스모스도 있지만 이들은 작은 것들과 잘 어울리며 전혀 어색해하지도 교만해 하지도 않는다. 저 잘났다고 목에 힘주며 우쭐대는 인간들이 배울 점이 많은 꽃이 코스모스이기도 하다. 가벼운 바람결에도 그들의 몸짓은 나름대로의 방향을 통해 자유롭게 흔들리지만 그것이 아름다움이 되어 행인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코스모스는 색깔도, 크기도, 움직임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향해 정겹게 몸을 비비며 웃음을 짓는다.
코스모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 세상을 떠나신 나의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나의 어머니는 코스모스를 닮았다. 욕심을 내지 않는 점이 닮았고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는 것이 닮았다. 어머니는 그랬다. 풍족하고 넉넉하지는 않은 농촌살림이었지만 남들에게 베풀 줄 아는 분이셨다. 물질을 나눌 수 없을 때는 마음을 나누셨다. 그런 어머니가 늘 못마땅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내 어머니의 나누는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알 수 있다. 어머니는 사랑을 베풀고 나누신 분이셨다.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내려면 사랑할 능력을 갖추어야한다. 사랑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사랑을 베풀며 코스모스처럼 사신 나의 어머니가 생각나는 것도 저 들길에 청조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코스모스 꽃을 보았기 때문이다. <myongyul@gmail.com>896/myongy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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