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환관(宦官)의 설화(舌禍)

박근혜 후보 진영의 김태호가 혓바닥을 잘못 놀려 오지게 욕보고 있다.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일으킨 환관의 설화(舌禍)다.
국민을 죄 없는 홍어 거시기에 같다 붙인 막말의 후유증이 예사롭잖다. 지난 9일에 일어난 막말 파문이 새누리나 김태호 본인의 사과로 넘어가는가 싶더니 12일에는 급기야 민주당이 김태호 징계안을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는 보도다.
문재인 안철수 간의 전격적인 단일화 합의로 맨붕에 다름없는 충격에 빠졌던 박근혜 캠프다. 그래서 환관들의 집단히스테리 같은 별의별 악담과 험담이 쏟아져 나오며 막말 퍼레이드를 계속 펼치고 있는 중이다. 예사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악의 없는 실언이라며 긴급진화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일 뿐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 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다.
문제는 김태호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를 상당히 좋아했다. 젊은 나이에 패기 하나로 승승장구 끝에 경남도지사까지 올라간 과정 같은 것은 논외로 치자. 국무총리 지명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고 곧바로 있었던 선거에서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노무현의 고향땅이자 민주당의 아성인 김해에 도전장을 내고도 새누리당의 지원사격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혼자 힘으로 해내는 만만찮은 모습도 눈여겨보았다. 썩은 정치판에서 처음 보는 군계일학(群鷄一鶴)같은 그의 신선한 이미지는 남달랐기에 그랬다. 창세기에 나오는 성구처럼 “보기에 참 좋았다”는 모습이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있는데 우째 이런일이….. 그의 입에서 그렇게 더러운 막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내 스스로 사람을 보는 눈에 한계를 느끼면서 문득 생각나는 글이 떠오른다.
수심가측(水深可測) 인심난측(仁心難測). 즉 물의 깊이는 헤아릴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는 사자성어가 그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진영의 다른 내시들과는 달리 김태호는 문재인에게 “국민을 홍어X으로 아느냐”라는 막말은 못한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을 입이 달도록 하고 노무현 고향땅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 된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이 딴 사람도 아닌 문재인을 두고 홍어거시기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 해서다.
새누리당 뿐 아니다. 사실 통합민주당의 문재인 내시들은 더 하다.
국회의원이자 문재인 특보인 김광진의 “새해소망 이명박 급사(急死)”라는 막말 이전에 인간으로 할 수 없는 말이 문제되면서 새누리당이 그를 걸고넘어지는 와중에서 일어난 일이니 새누리당으로서도 김태호 막말사건은 형평성 차원에서 다루기에는 황당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김용민, 임수경, 김광진의 막말 챔피언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민주당이다. 김태호보다 더한 막말꾼들이다. 문재인 캠프의 재윤경 선대위원장도 막말의 도사다. 그는 최근 문-안 통합을 빗대어 씹는 새누리당을 가리켜 도둑놈들, 기생충들, 사이코패스 등 막말의 극치를 보여줬으나 특정정당을 상대로 한 말이라는 데서 전 국민을 상대로 홍어 생식기에 비유한 발언만큼 후폭풍이 없다.
생식기라는 것이 의학용어일 뿐인데 그것을 같다 붙이면 후폭풍이 크다. 최근 연세대 심리학자인 황상민교수의 여성후보를 꼭 꼬집어 한 말도 아닌 생식기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덤벼드는 새누리 선대위원장 여성 재벌가는 또 “영계”라는 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하나도 성차별화나 성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들도 아닌데 한국정치권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드려지고 있는 모습이 코믹하다.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환관의 설화”를 보고 하는 말이다. 누가 되건 어느당이 이기건 전혀 상관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가급적이면 점잖은 말로 표현하면서도 표를 얻는 그런 선진 선거문화풍토가 이룩되어야 할 터인데 하는 생각에서다. 내가 너무 앞서나? 투표권도 없는 주제에……… (kwd70@hotmail.com) 856/1121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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