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짝퉁이 어때서?”

보통 간땡이 들이 아니다. 짝퉁부품으로 납품한 업자나 그걸 알고도 돈맛에 눈을 감아버린 원전(원자력발전소)의 관계자들 할 것 없이 전부가 도둑놈들이었다.
지난 10년간에 걸쳐 짝퉁제품을 만들어 원전에 납품하면서 8억2천 만원을 벌어먹은 일당들이 있어 듣기에 섬뜩하다. 자그마치 237개 종목에 7682개의 짝퉁부품이 납품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4억원이 넘는 뇌물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니 복마전이 따로 없다
하물며 죽은 귀신도 잡는다는 대한민국 검찰이 눈앞에 얼씬거리는 산 도둑놈들도 10년째 못 잡고(안 잡은건지) 허송세월 하더니 이제야 체포다 압수 수색이다 하고 호떡집에 불난 양 휘졌고 설치는 꼴도 가관이다.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는 몰라도 수사기관이나 감독기관이 10년 째 손 놓고 있는 사이 내부고발로 들통 나자 정부 측 주무부서와 원자력원은 뒤늦게 허둥지둥 댄다.
우선 200만 킬로와트의 생산시설을 갖춘 영광 5,6호기의 전력생산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짝퉁부품을 정상품으로 교체한다며 송전을 중단하고 난리다.
두 원전 뿐 아니다. 원전 전부가 다 그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은 지난 3월 첫 원전부조리가 터져 울산지검에서 31명을 무더기로 구속했을 때만해도 일부 원전의 부실사건쯤으로 여겼다.
그때부터 보다 본격적인 철저한 후속수사가 따라야 했으나 어쩐 일인지 다시 또 잠수했다가 반 년 만에 병세가 도졌는지 메스를 들고 설친다.
원자력 한 개 건설비용에 3조원이 든다. 그 천문학적 돈에 걸맞게 원자력 발전에는 2백만개의 부품들이 제마다 기능을 발휘하므로서 발전(發電)이 가능하다.
0.001%의 위험도도 허용할 수 없는 시설이기에 부품 하나하나에 대한 안전관리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대도 그 긴 세월 수입품이 아닌 완전 국산 짝퉁 제품으로 만들어 납품했다. 그것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품질 보증서까지 완벽하게 위조했다.
담당자가 모를 리 없다.
그걸 모르는 담당자라면 전기생산은 애초 불가능하다.
납품업자의 품질보증서나 부품이 모조리 가짜라는 것은 납품받는 쪽의 전문가들이 훤하게 알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전문가다. 그렇지 않고 정상적인 제품의 납품과정이라면 굳이 4억이 넘는 뇌물이 오갈 이유가 없다.
그런데 뇌물액이 4억으로 끝나지 않을 추세다.
새로운 사실이 속속 터져 나오면서 원자력 발전 전반에 걸친 비리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는 보도다.

“짝퉁이면 어때서”라며 짝퉁이든 위조서류든 간에 전기만 잘 돌아갔으면 됐지 무슨 잔소리냐는 말은 해선 안 된다. 몇 십억 이상이 거래되는 가짜 휘발유 넣고도 씽씽 잘 달린다. 소주와 함께 가짜참기름에 삼겹살 구워먹은 가수도 괴상한 “스타일”의 말춤 인가 뭔가를 추며 글로벌스타가 되어 지구촌을 뛰는데 짝퉁이든 나이롱이든 전기 들어오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 할 말 없다.
복마전에서 보낸 전기건 뇌물이 오갔으면 어떻고 형광등 잘 켜지고 그 불빛 밑에서 야구 축구 중계방송 잘 본다며 가짜에 대한 면역성이 강한 대-한-민-국을 상대로 씹지 말라면 더욱 할 말은 없다.
가짜 휘발유로 엔진이 망가지든 중국산 가짜참기름 탓에 위장이 망가지든 그건 어디까지나 이해 당사자가 수습할 일이라 할지 모르나 원전(原電)은 휘발유나 참기름과는 차원이 다르기에 하는 소리다.
엄청난 파괴력의 위험부담이 따르기에 그렇다.
지난 10년간 원전발전 정지사고 95건 중 75건이 부품관련 사고라는 것도 이참에 나왔다. 아직 발전소의 폭발은 없었지만 위험률은 항상 상존하고 있다.
짝퉁부품 탓에 중요한 부분의 균열 현상이 나면서 자칫 최악의 원전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환경연합의 심층분석이 눈길을 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그 후유증으로 아직 몸살을 앓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부품관리를 포함한 안전관리 실패가 불러온 인재(人災)라는 것이 판명되었는데도 “짝퉁이면 어때서”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kwd70@hotmail.com <855/111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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