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메달 앞에 맥 못 추는 분단국가의 병역의무

지난 런던올림픽 때 한일(韓日)간 축구전이 벌어지던 날이다.
시합 직전 일본 야구계의 한 관계자가 중계방송 석에 앉아 노닥거리며 한국인들의 신경을 건드린 말이다.
그는 한국선수들을 가리키며 “제들은 죽기 살기로 덤벼들 것이다. 병역의무의 면제혜택이 메달에 걸려있기 때문”‘라고 했다. .
건성으로 듣고 넘기기에는 정말 더러운 말이자 부끄러운 말이다.
그따위 속물들의 입에서까지 튀어나오게 된 “병역면제” 문제라서 이래저래 신경이 곤두선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어떤 경우에도 병역면제가 상품화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 어떤 것과도 흥정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될 신성한 국토방위의 의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과연 어느 대통령의 말마따나 군대에 있는 기간이 과연 썩는 기간인가. 그렇지도 않다.입대해서도 선수로써 자질을 충분히 살리고 기량을 맘껏 발휘할 기회는 많다.
축구의 경우만 해도 ‘상무대’라는 군 축구팀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은퇴했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한국축구의 지도자들이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곳을 거쳐 운동을 하면서도 병역의무를 완수했던 왕년의 축구스타들이다. 축구뿐 아니다.
야구를 포함한 숱한 구기 종목은 물론 유도선수 등 무술종목까지 골고루 다양하다. 어떡하면 병역면제의 혜택을 입느냐에 왜놈 말 말따나 “죽기 살기로”덤벼드는 모습에 연민이 간다.

지난 올림픽 한일전에서 2대0으로 한국이 리드하고 있을 때 후반전 종료 4분을 앞두고 홍 명보 감독의 벼락치기 선수교체만 해도 그렇다. 그는 병역혜택배려 차원에서 김기희선수를 전격투입 했다.
그래서 그는 “4분만에 제대”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1분만에 일병, 2분만에 상병, 3분만에 병장, 4분만에 제대로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의 젊은이로써 병역의무를 그렇게 시시하게 마쳤다. 그리고 포상금에서도 그는 4분 뛰고 4천만원을 수령한단다. 1분에 천만원의 보수면 세계최고의 연봉수령자인 애플의 CEO인 팀쿡 마저 뒤로 나자빠질 상상 못할 고액이다.
그리고 한-일 간 동메달 전에서 잘 싸웠던 한국선수들 중 메달박탈 여부로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박종우 선수가 보기에 참 안타깝다. 시합 직후 그라운드를 돌면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세레머니를 했다 해서 정치성 배제라는 올림픽 룰을 어긴 대가로 메달을 박탈당할 처지에 놓인 안 듣기만 못한 소식이다.
그것도 본인이 의도적으로 준비해 간 것도 아니고 응원석에서 던져준 피켓이라는 해명에도 I.O.C측은 막무가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말 볼썽사나운 문제가 또 하나 발생했다.
즉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서 일본축구협회에 대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꼭 무슨 큰 죄나 지은 놈처럼 사죄성 재발방지 약속을 서면으로 했다는 황당한 소식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축구 앞에서는 민족적인 자존심도 없단 말인가! 그것도 광복절 이틀을 앞두고 왜놈들을 상대로 나올 일인가 말이다.
그리고 이 황당한 뉴스가 뜨던 날 한국의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티의 보도다.
여론 조사대상자 중 86퍼센트가 박종우 선수를 두고 메달은 박탈당해도 병역면제 혜택은 줘야한다는 내용이다. 내가 만약 조사대상에서 답변할 기회가 있었다면 그런 동정론에 편승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분명 “메달보다는 병역의무가 우선”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오래 전 일이다. 미국 땅에서 있었던 국제미인대회에 출전한 여군 출신인 미스 이스라엘은 결승심사를 눈앞에 두고 중동 7일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에 모든 스케줄을 접었다. 그리고 재빨리 귀국해서 전선으로 나가기 위해 바로 비행장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조국을 지키는 이상 급선무는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그녀의 일화를 소개하는 데는 “메달도 따고 군대도 다녀오면”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특히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병역면제를 상품으로 내 걸어서는 안 된다.  kwd70@hotmail.com<845/0822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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