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새 간판으로 바꿔 단 “정보부 남산지하실”

<김원동칼럼> 새 간판으로 바꿔 단 “정보부 남산지하실”

어두운 시대를 상징하는 대명사, 그 곳은 악명 높았던 장소였다.
그곳 “정보부 남산지하실”이 자살 사고 및 신고를 접하고 통제 지휘하는 곳으로 신장 개업한 사실이 지난주 영국 BBC방송보도에 의해 알려졌다.
“자살공화국”인 한국을 특집취재차 최근 서울을 방문한 취재팀은 취재기간 거의를 그 곳에서 보냈다는 후문이다.
자살일보 직전에서 물러나 새로운 삶으로 성공을 일구어 낸 사람의 이야기가 묻혀 있는 곳까지야 바라지 않더라도 이건 너무나 다른 이미지로 와 닿는 곳이다.
그곳으로 일단 끌려가면 멀쩡한 사람이 간첩이 되고 고문이라는 인간으로 상상할 수 없는 충격에 자살충동을 일으킬 수 밖 에 없는 그곳을 하필 자살을 다루는 Control tower로 신장개업 했다니 말이다.

한국이 자살에 관한한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건 사실이며 통계청 자료대로 2009년 한 해 자살수가 자그마치 15,417명이라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31명으로 하루 40명 이상이 자살로 죽어 가는 곳이 경제대국 12위권에 드는 한국의 현주소다.
자살의 유형도 물론 여러 가지다. 연예인들은 컴퓨터의 발달로 악풀이 죽음을 몰고 간 이유고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하는 사람, 괜찮은 자리에 있다가 수사선상에 올라가면 자살도 한다.
전직 대통령 한분도 그런 일로 바위에서 그만 뛰어내리신 일도 있었다.

자살극이라는 실행 직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절망의 삶이 희망의 삶으로 바뀔 수도 있는데 하고 한마디 하면 당신만 못해 죽었겠느냐 죽는 심정이 오죽하겠느냐는 말로 되돌아 오면 머쓱해 진다.
그런가하면 MB같은 사람은 역경을 극복한 자신의 성공담을 들며 절망하지 말고 희망의 사다리를 잡으라고 하나 사다리는 이미 없어졌다.
기득권층이 일찌감치 갖다버렸다.
사다리 잡을 생각말고 따로 놀자는 거다.
그래서 생긴 게 양극화라고 하든가 암튼 그렇다.
더러는 경쟁에서의 패배 등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부정 등등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고 간다.
가는 사람 못 말릴 온갖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다.

한국을 “자살공화국”이라며 취재를 마친 기자는 그 주된 배경을 돈과 성공 등 끝없이 압박하는 상황과 그리고 물질만능과 개인주의 사상의 팽배가 자살을 부추기는 주원인이라고 했다.
지하철에서 인터넷을 하고 밤새 놀 수 있는 카페가 수두룩하다지만 한국전 직후의 어려웠던 시대보다 덜 행복해 보인다는 말도 했다.

군부독재를 뒷받침하던 3대 악의 축인 경찰의 남영동 분실과 기무사 서빙고분실에 이은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의 남산지하실 바로 그곳이 생사람을 끌고 가 간첩으로 만들던 악명 높은 곳이다.
왜 하필 그곳을 자살방지 및 대응센터로 활용해야 했을까.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안동 화회마을을 유일하게 택했을 때 필자는 그들의 차원 높은 선택지를 보고 역시 영국이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그런데 영국 최고의 방송국은 왜 그 모양인가, 한국을 망신시킬 이유라도 있는가.
자살공화국의 취재활동무대를 그 악명 높은 남산지하실을 선택한 이상 방송직전에 그 장소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 나올게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
그 날 또 친정 잘못 둔 죄로 쥐구멍을 찾아야 할 재 영 동포들이 걱정된다.

그리고 오늘도 자살소동극으로 북적 델 그곳, 생사람을 잡아다 족치고 자살을 충동질했던 악명 높았던 그 문제의 건물이 자살방지 센터로 간판을 바꾸고 신장개업 했다니 그 땅이기에 벌어질 만한 그럴싸한 개그다.
그 사실마저 남의 나라 기자 입을 통해서야 이제 겨우 알았으니 부끄러울 뿐이다. <807/1116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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