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에서 날라 온 협박장

강남구청에서 날라 온 협박장

지난 주 한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정전사태를 두고 대통령도 한전을 찾아가 직무를 방기한 관계자들을 엄벌하겠다며 몹시 흥분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공석중인 한전사장에 자기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낸다는 보도고 보니 문자 그대로 개그다.
허구한 날 보는 개그고 보니 일단 접고 문제는 이번 사상초유의 정전사태를 인재라는 것을 보고 지난 강남 수해현장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는 필자로서는 사연이 있다.
안철수 쓰나미가 밀어닥칠 때 태풍을 맞은 정치권이 비실거리는 중에 80에 가까운 노 정객 이회창은 “안철수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기득권 보호에 몸부림치는 최후의 발악 같은 발언에 연민의 정을 느낀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필자를 상대로 한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서울의 어느 구청과 공무원이 있어 여기 짚어본다.
7월에 있었던 강남 수해사태로 인한 피해를 두고 인재다 천재다로 양분되었던 여론은 KBS뉴스 앵커가 지난 우면산 사태는 인재라고 확인되었습니다, 라는 멘트에 이어 지난주에는 SBS 뉴스에 정부조사단의 조사 결과 천재로 확인되었다는 헷갈리는 뉴스가 뜬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재앙 앞에서는 늘 전문가들의 진단과 정부조사단의 진단이 다르다.
천안함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그때도 그랬고 어느 하나 전문가 집단과 정부조사가 일치된 적이 없다.
좀 체로 만장일치가 없는, 그래서 해피엔딩은 없고 늘 뒷말 뒤탈만 무성하다.

지난 8월 1일 강남구청 건축과 김중철 팀장이 필자에게 보낸 협박장의 내용은 이렇다
“김 원동님이 브레이크뉴스에 실은 <강남 물 사태는 인재>라는 기사는 왜곡되었습니다. 그래서 신문사측과는 합의하여 글을 삭제했으며 바로 이 글에 대한 정정기사나 사과광고를 게제하길 바랍니다. 불응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등 기타 법적대응을 하겠다” 는 살벌한 내용이다.
공문형식으로 온 것이라 일개 구청 팀장이 보낸 것이라기보다 구청장선의 구청차원에서 보낸 것 같다.
그때야 왜 신문에서 내 글이 삭제되었는지 그 이유도 알았다.
나는 왜곡된 글을 써 본 일도 없으며 여러 언론매체에 보도 내용을 취합하고 나의 견해를 첨가해서 재발방지용의 충고성 글이었다. 그러나 충고 따위는 수용 못하겠다는 식이다.

아무튼 제3국 국민을 상대로 하는 법적행위니 복잡한 법절차가 따르겠지만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호출장이라도 오길 내심 기다렸다.
항공편이 비싸 서울행에 엄두를 못 내고 있던 터라 그곳에서 보내주는 비행기 표로 오라는 곳으로 출두도 하고 모국나들이를 겸해 볼 심산에서였다.
그런데 한 달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해서 그럭저럭 흐지부지 되나하고 그동안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발설하지도 않았다.
간이 배밖에 나온 놈들일세, 하고 혼자 식식거리고 지나는 와중에 그때 피해본 당사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물난리에서 입은 피해자는 아니지만 강남구청에서 받은 협박장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보상해 보려고 그 국민소송 대열에 끼어들까 하다가 노후연금으로도 이럭저럭 먹고사는데 나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어 생각을 접으면서 대신 “너희들이 감히 나를 탄압하려고? 꿈 깨라 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들아 하고 글을 띄웠다.,.
지금까지 1,000편이 훨씬 넘는 칼럼을 썼지만 단 한 번도 누구의 눈치를 보고 쓸 것을 못 써 본적이 없다면서 어느 분의 일기장 한 구절을 적어 보냈다.
삼별초를 평정하고 대마도 점령이후 두 차례에 걸쳐 10만대군 도원수로 일본 본토 공략에 나섰던 김구 선생의 안동김씨 선조이기도 한 충렬공 김방경 장군의 편지 중에 있는 글이다.
“대장부로 태어나 불혹이 넘었거늘/ 이 한 세상 살면 얼마나 산다고/ 찰라의 일생을 살면서 어찌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겠는가! / 족적은 남기지 못 할망정 굴곡 많은 이 한세상 사는 동안 옳은 건 옳다하고 그른 건 그르다 하는 <기개>하나만은 남기고 가리”
필자의 본관이 안동 김가라서 이 편지를 보낸 것도 아니다. 이만한 내용의 글이 딱히 없기에 선택한 글이다.
이만하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협박장 보낸 공무원과 구청을 회개 시켰을 법하다. 하모 그렇다 말다. (kwd70@hotmail.com) <800/201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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