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손학규 당선의 일등공신은 이명박

<김원동칼럼> 손학규 당선의 일등공신은 이명박

죽기 살기 식으로 물고 뜯고 늘어지던 4,27재보선은 숱한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 김해 을(乙)지구 김태호 당선의 의미는 눈 여겨 볼만한 게 많다.

그는 한나라당 후보로 연고지도 아닌 노무현 출생지로 쳐들어가 그것도 야당연합공천후보인 노무현 사람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국회로 입성했다.
문제는 그 나름의 노하우를 펼친 선거 전략이다. 한나라당의 낙하산 공천을 받고 나왔으면서도 그는 밑바닥 민심을 일찍 헤아렸기에 한나라당의 지원유세를 철저하게 거부했다.

그들이 나섰다간 질 것이 뻔했기에 그랬던 그의 선견지명은 그래서 적중했다.
한나라당의 지원유세를 거부한 그는 적진에 홀홀 단신 뛰어들어 새벽부터 시장바닥 노점상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저 왔심더”하고 절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 발로 뛴 선거였다.
1%의 가능성만 보여도 덤빈다는 못 말리는 그의 도전정신은 그래서 대한민국 최연소 지방 자치단체장이라는 기록의 보유자이기도하다.

선거막바지 하루 전까지도 선거유세장마다 설치던 요란한 유세차량도 이용하지 않았고 마이크를 붙들고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발악하던 다른 선거공해지역의 구태의연한 재래식 선거양상과도 판이했다.
“뭐한데 남의 동래 와서 난리고?”
“그 얼굴에 모델이나 하지 이런데 와 나오노?”하고 빈정대던 촌로(村老)들의 마음을 바꾸는데 그는 성공했다.

반면 중앙당의 유세로 세몰이라는 밑바닥 민심을 모르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치른 소위 재래식 선거에 몰입했던 분당 을과 강원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물론 한나라당 패배와 민주당 승리를 안겨준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명박이다.
그 점을 정확히 파악했기에 손학규는 일생일대의 정치도박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정장차림의 점잖은 복장을 하고 분당지역을 휘졌고 다니면서 “이명박을 심판해야지요”만을 호소했고 그 약발은 화끈하게 먹혀들었다.
이명박이 정치만 잘했더라면 손학규의 당선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손학규에게 이명박은 천군만마 이였음에 다름 아니다.

선거결과가 발표되자 패닉현상에 빠졌다는 청와대나 한나라당은 충격이라는 표현을 쓴 것만 봐도 손학규의 예상은 적중했다.
아무리 소통부재의 정권이라지만 민심의 흐름을 그토록 몰랐단 말인가. 보통사람들도 다 예측한 일인 자연현상을 그들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고백이고 보면 충격이라는 그 표현을 본 국민들에 와 닿는 충격이야말로 클 것이다.

김태호 돌풍이 이곳까지 불어대던 선거 이틀 후 쯤이다.
친지들과 점심을 하는 장소에서 나오는 말들은 한결같이 “김태호 같은 사람이 대통령감이다”라는 좋은 말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질문을 받은 필자는 침묵했다.
신뢰수준과 표준 오차가 엉망인 변두리 논객으로써 토론에 끼어 들기는 역부족인 탓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척 했다.
그러나 김태호 열풍 속에서도 순간 필자의 머리에는 다른 필름이 돌고 있었다. 한나라당이 나서면 당선 될 것도 안 된다던 김태호 모습에 오버랩 되어 오는 동포 사회속의 그림들 말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나 집권층의 인사라도 방문하는 날엔 어떻게든 줄을 달아 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 보려고 목매다는 무리들, 그런 사진이라도 있어야 모국과의 연결 고리로 과시하면서 또 그쯤 돼야 모국공관에 눈도장도 찍고 그러다 보면 자식들의 결혼식이나 손주 돌잔치에도 총영사의 대령을 기대할 것이라는 졸부들의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집권당의 스타급 똥뱃지들의 유세지원을 막아 승리한 사람이 있는데 해외동포사회에는 그들과의 기념사진이 가보(家寶)로 진열되는 슬픈 현실을 보면서도 천연색 필름은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튼 재보선 결과를 보고 참기름 맛같이 고소하게 느껴진다.
모처럼만에 속이 아주 시원해졌다.
“몸을 팔고도 화대도 받지 못한 한나라당”이라며 “져도 정말 더럽게 진 한나라당”이라고 외치던 네티즌들의 폭언성 비판마저 가슴에 찡하고 와 닿는다.
정말 더럽고 추하게 지고 말았다.

손학규나 최문순 등 격전지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안겨준 일등공신은 이명박이라는 세간에 풍자되는 말도 맞다.
소통불통과 똥고집으로 일관한 이명박의 실정(失政)이야말로 민주당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효과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kwd70@hotmail.com ) <782/20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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