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안 죽으려고 발버둥치던 새끼돼지들

<김원동칼럼> 안 죽으려고 발버둥치던 새끼돼지들

구제역이라네/ 겨울 짧은 해는 해넘이를 재촉 하고/ 땅 꺼질듯 한숨소리는 피눈물 되어 간장을 찢는 구나/ 쉼 없는 울음소리 무심도 하지/ 소주인은 넋을 잃고 말이 없다./ 죽음을 예감한 것일까 껌벅이는 눈망울엔 이슬이 맺히고 주인은 애써 그 모습을 외면한다.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수 백 마리/ 영문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끌어 묻혔다/ 아 애석도다. 부디 용서해 주시게/ 하늘에 가거든 구제역 없는 청정한 들판에서 편히 풀 뜯으며/ 평화로운 친구들과 영원히 함께 행복하게 살기 바라내/ 정말 미안하네.
매몰 현장에 참여했던 강릉시 어느 공무원이 인터넷에 띄운 조시(弔詩)한 구절이다.
이 사람 외에도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매몰현장에 관여했던 많은 공무원들이 지금 후유증으로 닥친 악몽, 수면장애 등으로 정신적 충격이 심각하다고 한다.
안락사 규정도 무시하고 살아있는 가축들을 불도저로 밀어붙이며 생매장을 시킨다.
그 와중에서 어미돼지 옆에 붙어 안 죽으려고 애쓰는 새끼돼지들의 모습이 기왕 가는 길 원 없이 먹고 가라며 비싼 외국산 사료를 통째 먹이며 눈물 속에 최후의 만찬을 베푼 소 주인의 사연과 함께 TV화면에서 공공연히 뜬다.
살아서 파묻히느라 몸부림치며 바둥거리는 소 돼지들 때문에 선진국들의 매몰현장처럼 바닥에 깔아놓은 콘크리트나 철판이 아닌 비닐바닥이 터지면서 핏물이 흘러나온다.
축산업의 초토화 내지 붕괴 조짐과 함께 심각한 환경재앙까지 불러온다며 생으로 도살한 그 핏물이 흐르는 식수도, 살기위해서는 마다할 수 없다는 기막힌 뉴스도 함께 나온다.
OECD국가중에서도 청정국가로 꼽히던 한국이 이명박정부 집권 후 3년 내리 구제역 파동을 겪고 있다.
구제역 발생의 초등대응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안동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된 후 40일 만에 겨우 대통령주재의 긴급(?)대책회의 열렸다.
고향땅 포항의 폭설에는 시장에게 위로전화를 하고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 폭력의원으로 등장한 한나라당 의원에게는 격려성 전화도 한 대통령이 구제역 발생지역의 방문이나 수고하는 공무원들에게 격려전화는 고사하고 외면으로 일관하는 것을 두고 대통령의 구제역에 대한 무관심을 이상한 눈으로 보며 질타한다.
하루에 1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생매장되는데도, 가족과 격리된 채 밤낮없이 근무하는 방역관계공무원들이 냉기가 감도는 임시숙소에서 밤을 지세우는 데도. 대통령은 부부동반으로 2시간 넘게 뮤지컬 공연을 관람 후 장충동 족발집에서 막걸리를 곁들이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대통령도 뮤지컬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비상시기라는 그 시점에 문제가 있다. 그리고 대통령의 신년특별연설에도 축산농민들을 무시라도 하는 양 구제역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런 이해 못 할 대통령의 처신을 두고 미국산쇠고기를 팔아먹기 위해 구제역의 방역 및 예방에 의도적인 방심내지 무관심이라는 민주당 박주선의원의 독설에도 대응하기에 자유롭지 못하다.
구제역 발생지역에 따라가며 뒷북치는 원시적 대응에 비웃기라도 하는 양 조류독감까지 가세하며 기승을 부린다. 가축 조류 대란 정말 총체적인 위기국면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며 한숨짓는 고향사람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눈에 더 선하다.
자식 같은 어미 소와 아기돼지들이 일시에 비운 그 텅빈 축사(畜舍) 앞에서 마음까지 텅 비어있을 그 고향사람들 말이다.
무죄(無罪)를 외치며 안 죽으려고 아등바등 거리면서 어미 곁을 파고들던 새끼돼지의 마지막 모습, 천재(天災)라면 모를까 인간의 무관심으로 자초한 인재(人災)라면 지울 수 없는 상처이자 크나큰 문제다. (kwd70@hotmail.com) <768/20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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