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르고 계시겠지…

<김원동칼럼>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르고 계시겠지…

북한 수해지역에 대한 대북지원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여러 날 째다. 납북어선을 풀어주는 등 선심공세는 대북지원 의사를 먼저 피력한 남측의 요구를 마지못해 받아드리는 양 얻어먹는 주제에 하는 꼴이 가관이었다.
그러면서 요구대로 주기만 하면 이산가족상봉도 가능하다는 위장된 선심공세 앞에 위대한 지도자 동지의 성은망극한 일에 감읍한 나머지 실무접촉 운운하며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는 실향민들에게 일회용 깜짝쇼가 개봉박두다.
이산가족 상품화 카드에 한층 남측도 느슨해지는 듯하다. 천암함 폭침에 대한 사과 없이는 남북간의 그 어떤 대화도 불가능하다던 남한정부도 변화된 모습 말이다.
국민의 70%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믿어주세요”를 외치는 정부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고 보면 북에 대한 사과 주장 문제도 힘을 잃는 듯 아주 최근에는 한미일 당국이 사과가 아닌 조그마한 유감의 뜻으로 한국정부의 체면유지용으로 슬며시 걸고 나왔으나 북한은 미동도 하지 않는 채 요구하는 것이나 보내라는 거지행세 치고는 가관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에는 100만톤이라는 엄청난 비축용 쌀이 있다는 여당원내 대표의 충격적 발언이 나왔다. 물론 “네가 봤느냐”며 야당대표를 비롯한 좌빨들의 발끈한 모습도 보인다.
군용 비축 식량이라고 하지만 그 많은 쌀을 숨겨두고도 죽는 시늉을 하며 이산가족이라는 상품으로 거래를 하려든다. 그러기에 수해로 인한 대북 쌀 지원설이 나오던 초기에 언론인 조갑제씨가 한 말이 생각난다.
“북한 쌀 지원은 안된다. 북한에 줄 쌀이 있으면 동물 사료용을 만들라”라고 할 때는 좀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100만톤 비축설이 나오자 이해가 간다.
그는 그것이 북한동포의 고통을 줄이는 지름길이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이었다. 그 글은 비축미를 두고 사기 짓거리를 벌리는 그들 북한의 속내를 알고 있는것 같았기에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산가족 상품화문제로 넘어가보자. 나의 일과 중 하나인 늘 하던 버릇처럼 한국 노인들이 모이는 이웃의 어느 대형 Mall의 Food Court로 나갔다. 70대 초반부터 80대 후반에 이르는 노인들의 만남의 장소이다. 매일처럼 주로 건강에 대한 얘기와 모국에 대한 화제가 오가며 별로 아는 것 없는 필자가 미니해설을 맡는 편이다.
이날의 화제는 이산가족 상봉문제다. 이산가족 상봉 개최 가능성과 전망에 대한 진단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던 참에 한분의 노인어르신이 소리 없이 조용히 자리를 뜬다.
“김사장 다른 것은 몰라도 이산가족 상품화만큼은 용납 못할 범죄요”라는 귓속말을 남기면서다. 열 두 살 때 황해도 해주에서 동생들과 놀다가 피난민대열에 휩쓸려 내려온 채 반세기를 남한에서 그리고 20여년을 이곳 북미주 땅에 살면서 두고 온 가족그리움에 벼겟잎이 마를 틈이 없었던 그 분의 눈물샘을 건드린 건 다름 아닌 실향민인 어떤 동료 노인분이 성토하던 이산가족 상품론 때문이었다.
그래선가 한번을 무료로 더 채 울 수 있는 맥도날드 빈 커피잔을 들고 실향민 노인어른은 어디론가 쓸쓸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기다리는 부모님들과 추석차례 상을 외면하고 해외관광길로 인천공항이 붐비는 국제화시대(?)로 변모한 낯선 풍경과 귀성객으로 고속도로를 메운 차량행렬로 지면을 메꾼 그 날의 신문을 보고 있던 그 날, 그 분들 꿈자리에서라도 고향길을 찾아가며 또 한번 벼갯잎을 적시는 밤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가끔씩 모여 가시는 노래방에서 “꿈에 본 내 고향”이나 “눈물 젖은 두만강”이라도 불러보시며 눈물로 망향의 한을 달랠까, 오늘 추석 전날 밤도 벼겟 잎이 촉촉이 젖어 내리겠지….. kwd70@hotmail.com <753/201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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