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벽안(碧眼)의 노병은 훈장을 잡고 울먹였다.

<김원동칼럼> 벽안(碧眼)의 노병은 훈장을 잡고 울먹였다.

아들이 국제무대에서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메달을 목에 걸은 채 부모에게 귀국인사를 할 때나 또는 신병훈련을 마치고 이등병 계급장을 단 늠름한 모습의 아들이 엄마에게 충성을 외치며 거수경례를 할 때 흐뭇한 기분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가지를 다 치루어 낸 아들이라면 더 말해 뭣하랴. 지금 비록 16강으로 아쉬운 채 끝맺음하고 말았지만 그 태극전사들 중에는 지난 2002년 4강 때 병역면제를 받은 두 세명의 선수들도 있지만 위의 두 가지를 다한 선수들의 숫자가 훨씬 많다.
병역특혜가 없어서 원정 8강이라는 한국축구의 새로운 신화를 이룩하지 못했다는 말에 동의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나이지리아와 비기면서 16강에 진입했던 날 허정무감독은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었으면 하는 말을 내뱉었고 이어 정몽준 FIFA 부회장은 한 술 더 떠서 적극 추진하겠다며 자신의 뜻이 관철 안 된다면 이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황당한 표현을 썼다. 국민을 우롱하는게 아닌 46명의 천안함의 전몰 해군들과 국립현충원을 우롱하는 말이었다.
국방부는 즉각 난처한 입장을 밝히면서 병역혜택을 인기종목에 한한다면 우선 비 인기종목 스포츠와의 형평성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올림픽 금-은-동메달 수상자와 아시안대회 금메달 입상자에 한한 현재의 병역면제 특혜기준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허 감독은 전도가 밝은 축구 선수가 병역의무를 치르다보면 해외스카우트의 기회도 놓치고 한다면서 우선 이번 대회에서도 해외파들의 활약상을 예로 들기도 했다.
문제는 꼭 축구만이 병역특혜를 받아야 하는가에 있다. 축구 못잖은 인기인 야구만 해도 작년의 경우 월드베이스 볼 클라식(WBC)에서 준우승을 했으나 병역 특혜는 없었다.
축구의 경우 병역의무 적령기에 군 입대를 해도 허감독의 염려와는 달리 상무팀 같은데서 연봉은 없지만 선수로써 기량을 쌓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국토방위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유니폼이자 국가안보의 상징인 그 푸른 색깔의 군복이야 말로 백넘버가 없을 뿐 그 어느 운동유니폼에 비교할 수 없는 멋진 유니폼 아닌가!
그런대도 국민들의 열광(응원)이 극에 달하면 빼먹지 않고 등장하는 고정메뉴가 병역 특혜론이다. 월드컵 출전국 중 한국 말고 분단국가가 또 있는가! 몇 나라가 징병제 국가이며 지원제 국가인지 잘 모르겠지만 국토방위 등 국가안보를 가장 중시해야할 나라가 바로 태극선수들이 속해있는 조국 대한민국이다. 이번 남아공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에게는 1억에서 2억원 사이의 큼직한 보너스가 선수별로 차등지급 되는 대박성 배려가 있다. 그리고 다음에는 16강 이상의 전적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태극전사들은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그러나 안보의식 빵점 상태에서 메달을 따온들 몇 강에 들어간들 뭣하랴,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그 어떤 논공행상도 병역특혜용 흥정대상일수는 없다. 국가안보에 우선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월드컵의 열기가 지구촌을 뒤흔드는 와중에 우리는 6.25남침 60주년을 함께 맞았다.
철원지구 전투에서 부대원 반 이상이 전사한 가운데 살아났다는 반세기만에 한국을 찾은 벽안(碧眼)의 노병(老兵)은 그때의 전공(戰功)으로 받은 화랑무공훈장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직도 전시상태인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땅에서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으로 병역면제를 들먹거리는 모습이 그들 노병들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누구를 위해서 무엇 때문에 한국이라는 낮선 땅의 이름 모를 능선에서 피 흘리며 싸우고 죽은 전우들을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목숨 바쳐 너의 나라 지켰는데 라며 또 한번 훈장을 매만지며 노병의 눈에 이슬이 고여서는 안된다! 병역면제, 사라져야할 분단국가의 수치스런 단어다. (kwd70@hotmail.com) <741/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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