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어느 도우미의 성형수술 타령

<김원동칼럼> 어느 도우미의 성형수술 타령

어느 고교동창회의 광고가 눈길을 끈다. “생사(生死)나 알고 지냅시다”라는 광고다. 오죽이나 잘 모이지 않으면 그랬겠는가. 불황에 먹고 살기 힘들다보니 이젠 동창회 모임에도 발길이 뜸해지는 모양이다. 부고나 청첩장도 그렇다. 선뜻 정장을 하고 나서지 않는다. 꼭 가야할 곳인가를 먼저 생각하며 청첩장을 만지작거리며 꼼꼼히 챙기려든다.
“뭘 피우시더라”하며 친구가 찾아왔을 때 담배진열장을 더듬거리던 풍속도도 “시원한 것 하나 드소”로 바뀌더니 이젠 그것도 옛말이다. 불황 앞에 용빼는 재주 있을 리 만무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불황의 무풍지대 서울풍속도다.
망국병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의 두가지 못 고칠 병폐인 사교육현장과 성형수술병원은 오늘도 불황을 모르는 불야성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대한 어느 동향친구의 변이다. “그게 이상하다”는 그의 사연은 대충 이렇다.
서울 외곽의 어느 호텔에 머물렀다는 그는 비도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 덕에 호텔지하실에 있는 노래방을 들렸더니 종업원 녀석이 “유부녀니까 별로 부담감 갖지 말라”며 도우미를 대동하고 입장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유행가 한곡을 부르고 맥주가 일순배하자 예의 수고(?)료가 흥정되고, 모든 것이 일순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외국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차린 그녀는 돈이 좀 필요하다며 애원하더란다. 왜냐고 물었을 때 놀랐다. 성형수술비용이라고 한다. 그만하면 쓸만한데라는 그의 생각은 순진했다.
그 땅에 도우미로 살려면 조금은 더 뜯어고쳐야 수입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지금 수입으로는 자식들 사교육비를 충당하기에 힘든다는 그녀의 충격적 고백은 결국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나왔으며 나온 김에 한푼이라도 더 벌려면 도로공사(성형수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줬느냐?”는 질문에 “쬐끔 줬다”면서 고개든 남자의 짜릿한 행복의 순간이 떠오르는지 눈을 지긋이 감으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는다.
성형수술이라는 의술의 시발점은 화상(火傷)이나 기타 외상(外傷)으로 남에게 줄 혐오감을 없애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올시다다. 미스코리아도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는 턱도 없다. 그리고 능력보다는 외모지상주의가 오늘의 성형수술공화국을 만든 요인이다. 여고졸업생 80%이상이 졸업선물로 성형수술비를 바란다는 말쯤은 그렇다 치자, 공교육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한국적 현실에서 사교육비 충당을 위해 도우미로 나왔다는 유부녀의 고백중에도 단연 성형수술비가 우선 아니던가!.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냉탕 온탕을 드나닥 거리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의 무질서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은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물론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사교육의 수요를 부추기다보니 가만히 앉아 소외감만 느낄 수 없다는 어머니들의 학비조달과정으로 도우미도 양산되고, 널뛰는 환율 앞에서 기러기아빠들은 목을 떨군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부의 시원찮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 현장은 늘어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맹모삼천(孟母三遷)지교 같은 것도 옛말이다. 맹자의 어머니처럼 자식교육을 위해 옮겨다녀 밨자다. 빚을 내도 안되면 최후수단으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사교육을 시켜야하는 현실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리고 이젠 조기유학의 패턴도 위장입양이라는 편법으로 바뀌면서 이를 근절키 위한 미국 사직당국의 내사가 진행중이라는 반갑지 않은 소식도 들린다. 온 사방에서 터져 나온 성매매 기사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또 한번 이웃으로부터 싸늘한 눈총과 함께 수모를 겪을 새로운 상품의 년중 행사가 닥쳐오고 있다. 친정을 잘못둔 죄로…. kwd70@hotmail.com <657/200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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