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저주했던 사람이지만 병실에 누었는데…

<김원동칼럼> 저주했던 사람이지만 병실에 누었는데…

병마에 쓰러진 김정일 앞에 보도전이 치열하다. 되살아난 북핵 망령 앞에서 관측도 무성하다. 김정일보다 더 무서운 군부집단이 핵을 가지고 또 어떤 장난을 칠지 모르기에 지레 겁을 먹는다. 그런가하면 원점으로 돌아온 북핵문제를 두고 난상토론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던 6자회담 쇼를 중계방송 하던 언론들도 때늦게나마 정답을 내놓는 곳도 있다. “북은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는 나라며 체제”라는 제대로 된 분석 말이다.
최근 9,9절 식장에 김정일이 불참하면서 와병설의 진원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날 열병식에도 또 하나의 예기치 못한 이변이 있었으니 정규군이 제외된 행사였다는 점이다.
한때 이명박 정부 출범 시 권력상층부가 모두 토지투기꾼이라 “강금실”로 회자(膾炙) 되었듯이 지금 북한에는 강영실(강한 영양실조군대)이라는 유행어가 나돈다. 지금 군부대까지 쌀 창고가 바닥을 보이자 집단 아사(餓死)를 우려하는 장병들 사이에서 이젠 군부 내에서도 공공연하게 반 김정일 세력이 적잖다는 것이다. 그래서 맹훈련까지 마친 몇 만명이나 되는 정예군을 평양 시내 한복판에서 선군정치 강성대국의 전시용으로 집결시켰다가는 무슨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 정규군의 열병식을 취소했다는 후문이다.
김정일이 자빠 넘어지면서 체제붕괴의 전주곡으로 보는 여론과 함께 한반도의 새로운 위기가 오는가에 대해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중국의 동북4성으로 흡수되지 않을까하는 성급한 진단도 나온다. 물론 북한의 급변한 붕괴에 대체하기 위해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압록강 주변에 막강한 병력을 두고 있다. 그리고 김정일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있은 다음날 청와대의 대외협력비서관은 미국으로 급히 날아가 북한체제붕괴에 따른 양국간의 긴급현안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돌아왔다는 소식도 있다. 북한의 체제변화 등 위기상황에 미국과 한국이 개입하는 것은 바로 중국이 북한을 먹을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침착해야한다.
물론 최고 권력자의 건강관리 실패는 통치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벌써 권력승계 구도를 두고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다는 외신도 나온다. 각각 다른 배후를 업은 김정일의 배다른 이복 3형제간의 알력과 그리고 군부엘리트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김정일의 선군정치 선포와 함께 군부의 영향력도 대단하다. 그래서 김정일 입원과 함께 핵 포기 선언에 불만이 강했던 군부는 즉각 핵 재가동을 선언하고 북핵망령은 되살아나고 있다. 하기사 김일성이 죽었을 때도 유훈정치 운운하며 별탈 없이 세습정치가 이어졌는데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상식이 통하지 않는 폐쇄된 그 땅에서 또 3세 세습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황장엽씨는 북한을 모르는 엉뚱한 속단도 흥분도 금물이라며 길게 보는 안목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군 엘리트들의 눈을 자유대한으로 돌리게 하고 북한인민들이 남쪽을 좋게 보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우선 탈북자들을 제대로 정착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뼈있는 말을 한다. 자신도 좌파정권 10년간을 연금상태에서 살아온 사람인데 그렇다면 북한의 인민이나 군 엘리트들이 누구 하나 한국으로의 마음의 문을 열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북한에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을 손 안 데고 코풀려는 무임승차식 공짜통일 생각은 금물이라는 따끔한 일침도 가한다. 적어도 북한문제에 관한한 도사의 말이다. 들어야한다.
오늘 하루 만이라도 헤픈 말은 안쓰려고 노력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막 말을 참으려고 무던히 애쓴 하루다. 그토록 미워하고 저주했던 사람이지만 병실에 누웠다는데…. kwd70@hotmail.com <656/200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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