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절망은 없다.

<김원동칼럼> 절망은 없다.

예배 후 친교실에서 마주앉아 잠시 대화를 나눈 사람의 생김새와 표정이 드라마 전원일기속에 나오는 양촌리 김회장의 복사판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래전 일이지만 한국불우아동후원회 회장자격으로 이곳에 왔던 불발로 끝난 약속이 되긴 했지만 그와의 대화 내용 한토막이 오늘따라 불현듯 떠오른다. 같은 날 이른 아침에 어느 잡지의 “장애도 경쟁자도 모두 뛰어넘었다”는 큰 제목이 뜬 기사도 읽은 날이라 그랬는지 모른다. 새로 발견된 헬렌켈러의 새로운 이야기거니 하고 책갈피를 넘겼으나 그게 아니다.
최근 베이징 올림픽 수영부문에서 8관왕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주인공이다. 어린시절 학령기에 들면서 충동조절장애를 포함한 세가지의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시련을 축복의 예고편으로 알고 자식을 위해 혼신의 정열을 쏟은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 갚진 어머니의 극진한 간호와 본인의 강한 의지와 불굴의 집념으로 끝내 장애를 극복했다는 미처 몰랐던 내용이다.
우선 양촌리 김회장 편으로 타임머신을 돌려보자.
나는 우연한 기회에 의정부의 평화원이라는 고아원에 있는 일곱 살짜리 지체부자유 어린이의 후원자가 된 적이 있다. 그래서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매달 꼬박꼬박 송금을 했다. 그때마다 영수증을 대신해서 오는 눈물겨운 감사의 편지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는 다른 친구들이 골프장에서 타온 트로피를 모으는 것보다 훨씬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 무렵 두 다리를 못쓰는 그에게 월정 후원금 외에 휠체어를 하나 사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입국시 관세가 부과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뭘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이 전부였다. 모국 장애아를 위한 한 해외동포의 자그마한 도움의 손길에도 세금을 뜯어먹어야 살 수 있는 나라가 내가 두고 온 조국인가 하는 생각에서 난 휠체어 구매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런 경우 면세조치를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글을 써서 관세청을 비롯 해 관계요로에 진정했으나 회신이 없던 중, 최불암씨 일행이 왔다. 그래서 면세를 위해 관계기관을 잘 설득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녹용이나 정력제를 무관세로 통관해 달라는 그런 유치한 부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귀국 후 양촌리 김회장도 회신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어느 여자 장애인을 휠체어에 태운 채 당시 노빠 측 당대표인 정동영이 선거유세장에서 “우리당 비례대표 1번”이라며 정략적으로 떠밀고 다니는 모습은 보았지만 철저한 선전용이었을 뿐 그 후 장애인에 대한 정책의 변화는 없는 듯 하다.
그리고 장애인이 캐나다 연방 수상을 하던 때다. 이곳 어느 이민부로커의 모국장애인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이 말썽을 피웠다. 수상이 장애인인 나라로 이민 보내주겠다며 한 탕 친 인간 때문에. 사기를 당한 장애인이 자살소동을 일으켰다는 서울경찰청 외사과의 황모경위의 귀뜸에 나는 혹 내가 후원했던 의정부 평화원의 J군이 아닐까하고 촉각을 곤두세운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나와 J군의 관계를 그리고 휠체어 사건까지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었기에 울먹이는 그의 음성에서 순간적으로 전율했던 적이 있다.
그 후 J군은 어떻게 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지. 양촌리 김회장이 화면에 뜰 때마다 그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맹인견을 앞세운 시각장애인의 올림픽성화가 축포속에 점화되는 화면을 보며 이어지는 휠체어 육상경기에 그의 모습은 없나하고 살폈다. 인연의 끈은 그렇게 끈질긴가보다. kwd70@hotmail.com <655/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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