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대정신

<기자수첩> 시대정신

요즘 한국의 정치가들이 하는 말들 중에 시대정신이란 말이 많이 나오고, 때가 때이니 만큼 그 말이 꽤 큰 비중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가 가져야 할 시대의 정신이 있었고 그 정신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 인류가 이만큼이라도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 자유와 인권을 누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송나라 때 대표적인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법중엄이란 인물은 지식인이란 무엇이냐? 하는 질문에 지식인이란 자신의 기쁨보다 세상의 걱정을 먼저 염려하는 존재라고 정의를 내렸다. 우리는 흔히 좋은 학교 나와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잘 살면 다 되는 것으로 알기가 쉽겠지만 지식인이란 그런 것이 아니고 세상의 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우리가 주일이면 교회에 나오는 것은 예수님께 복을 달라고 나오기 보다 예수님께서 그 시대에 맞는 시대 정신을 선언했고 그것을 실천하시려다 십자가에 못박히셨기 때문에 그 피의 고귀함을 잊지 않고 예수님의 길을 따라 가겠노라는 다짐을 하기 위해 교회에 나온다고 해야 맞는 말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 당시 세속적으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했다면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한 지혜와 총명함이었다면 그 당시 고관 대작은 물론, 그럴듯한 율법학자가 되어 호의호식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그 당시 목수 일만 해도 아마 첨단의 기술직으로 먹고사는 데는 아무 이상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의 영달보다도 세상을 염려했고 그 염려로 인해 새로운 시대정신,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선언 했던 것이다.
죄 진자는 어김없이 돌로 쳐죽여야 했던 그 율법 시대에 새로운 시대정신인 사랑과 용서를 말씀하셨고 그것은 우리 인류에게 복음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지금까지 때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에 달려가 귀싸대기를 한 대 때려야 속이 시원할 일이지만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그 말씀. 하지만 말이 그렇지 그 용서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으니 어쩌랴.
그래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다. 또는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참으로 참는 것이다. 하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의를 먼저 구하라는 말씀이 나오지만 그 의인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는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안중근 선생께서 일본인들에게 잡혀 감옥에 계시는 동안 썼다는 글 중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보거든 먼저 의를 생각하라(見利思義)하는 글 옆에 손가락이 한 개 잘려나간 손바닥을 먹물에 묻혀 도장처럼 찍어 놓은 것을 보면 웬지 비장한 마음을 갖게 된다.
손가락 한 개가 잘려나간 손. 그 손을 통해서 의인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의 시대정신.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이어야 할까?
로마병정의 채찍을 등에 맞으며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까지 가셨던 예수님의 고난의 길. 새로운 시대정신을 실행하려는 데서 오는 반동에 의해서 예수님은 그렇게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예수님께서 지구상에 재림하신다면 범 인류적으로 이 시대의 시대정신을 무엇으로 규정하시고 시행하실까…..
한국의 정치가들은 정파들간에 정권 다툼으로 인하여 아무리 좋은 일,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는 일을 하여도 정파가 다르면 헐뜯기에 바쁘다. 자기가 하면 사랑이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7.4남북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그 남북성명에서 강조한 것은 이제 남과 북은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민족 공동체로서 외세의 간섭 없이 평화적으로 통일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박정희 씨의 7.4남북 공동성명 정신과 김대중, 노태우 정권의 화해 정신의 차이점이 크게 다르지 않건만 정파가 다르다 하여 친북이내 반미내 해가며 헐뜯기에 바쁘다.
똑 같은 일인데도 자기가 하면 애국이요 남이 하면 역적이라고 하는 이중 잣대와 애국은 자기만 해야 하고 자기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애국 착각증, 애국 독점증을 갖고 있는 현실이다.
조국을 떠나 남의 나라에 와 살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한결같이 조국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누구나 갖고 있기에 정치가들이 말하는 시대정신이란 단어가 가슴속으로 깊이 울림 해 올 것이다.
한국의 시대정신은 누가 뭐래도 한반도 평화 유지와 통일을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민족적인 일을 하는 데 있어 어찌 네편 내편 가를 수 있으랴….한국인이면 모두 동참하고 힘을 합쳐 나가야만 할 것이다.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을 이루어 강대국에 의한 역사가 아닌 우리 민족의 힘으로 역사를 창조하고 기록해 가는 민족이 되길 희망하는 것이 단지 희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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