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학습효과가 전혀 없는 사금융 피해

<발행인칼럼> 학습효과가 전혀 없는 사금융 피해

신문사에는 물론 기자에게도 전화 혹은 만남의 자리에서 대뜸 “많은 사람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데 신문사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냐” 며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는 금전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왜 신문사에서는 이러한 기사를 보도하지 않느냐는 식의 항의성 대화다. 그러면서 본인의 이름과 금액은 밝히지 말라고 부탁한다. 기자가 듣기에는 꽤 황당한 주문이다. 신문사에서 돈을 빌려주라고 이야기한 적도 없으며 또 누가 얼마를 빌려 주었는지 피해자는 몇 명인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간에 그동안 본인들이 합의하여 금융 거래를 하면서 매달 정해진 이자 돈을 받아 놓고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기는 숨기고 신문사는 무엇을 하고 있냐는 수준이하의 한심한(?) 사람들의 항의성 전화에 마음만 아플 뿐이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성행되어온 계 조직과 사적인 금전적인 거래는 동포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가운데 계를 들어 목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가게를 열어 지금까지 생활의 안정을 이루며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동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늦은감은 있지만 사금융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약 2년 반 전에 동양식품이 파산선고를 하여 한인동포 사회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힌 적이 있다. 당시 본보는 한국에서 서로 믿고 빌리고 빌려주는 사금융의 관행이 이 미국 사회에서는 얼마나 허점이 많은 것인가를 지적하면서 동포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사금융 행위를 근절하자고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이번에 결국 수면위로 떠오른 또 하나의 사건은 우리가 얼마나 건망증이 심한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지난 16일 저녁 6시에 50여명에 이르는 교포식품 채권자 모임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피해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말에 아연할 뿐이었다. 그런데 동양식품 사건 당시 채권자들과 이번의 채권자들이 서로 겹치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아마도 이번 피해자들은 “나는 괜찮겠지”, 혹은 “여기는 그래도 신용이 있잖아”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이지만 우리 이민 생활에서 현금 거래가 많은 역할을 해왔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돈은 급하게 필요한데 은행에서 빌리자니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니 높은 이자를 감수하더라도 사금융이 편했던 것이다. 또 돈을 빌려준 사람의 입장에서는 몇 푼 되지도 않은 은행이자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동했을 것이다.
사실 교포식품 사금융 피해는 오래 전부터 설왕설래되던 문제로, 피해자들은 해결책도 없이 문제가 곪아터지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채권 규모가 큰 사람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법적 절차에 들어갔을 것이고,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계를 들었으나 그 돈을 받지 못한 소액의 채권자들은 아무런 방법도 없이 매일 찾아가서 사정하면서 이제나저제나 돈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애를 태웠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교포식품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문을 닫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일단 채권자들이 모여 무언가 대책을 세우고 그 방법을 모색한다고 하지만 기자가 알고있는 미국 법의 상식으로는 꽤나 긴 시간 동안 서로 실랑이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관행의 사금융이 증거 자료가 없고 또 있다고 해도 그것으로 채권을 행사하기에는 여러 법적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가 많아 우선 순위를 정할 수도 없고 이미 은행 등 완벽한 법적 서류를 갖추고 있는 채권자가 우선이기 때문에 남은 재산이 얼마인지 추정하기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것에는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소액 채권자들은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래저래 마음도 상하고 몸도 피곤한 일이다. 어렵게 그리고 힘들게 모은 돈을 혹시나 받지 못할까하는 두려움에 인간적으로 벼랑 끝에 서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돈을 빌려준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사금융 피해가 동포사회에 있었음에도 전혀 학습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부분의 채권자들은 교포식품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도와 주어야 탬파 한인사회의 큰 파장을 막을 수 있으며 또한 받지 못한 원금을 회수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교포식품은 다양한 식품과 친절한 서비스로 초고속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기업확장으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이 엄청난 피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번 채권자들의 모임에서 결정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서 교포식품이 부활인지 또는 파산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모쪼록 한인사회에서 다시는 이러한 사금융 피해 사건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기자의 마음이다. <596호/200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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