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한인동포가 무슨 배구공이냐? ‘어깨’들아

<발행인칼럼> 한인동포가 무슨 배구공이냐? ‘어깨’들아

지금부터 두 달 여전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플로리다 한인사회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사건은 지난 7월 4일 잭슨빌에서 열린 플로리다 한인회 연합체육대회에서 발생한 마이애미 선수의 부상과 그 책임 소재의 문제에서 시작하였다. 당시 축구대회 중에 무릎을 다친 조은구 군은 치료비 문제로 수술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8월 중순에야 겨우 수술날짜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치료비의 부담은 본인이 일단 부담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부상자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한인회장들에 있다. 선수단을 이끌고 왔던 마이애미 한인회의 정의황 회장은 출전 선수들의 보험이 제대로 구입되지 않았다고 성토하면서도 한시가 급한 부상자의 치료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한달이나 지나서야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특히 조은구 군은 정의황 회장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고 있는 유학생이라는 점에서 비인간적인 처사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상식적으로 부상자를 먼저 치료하고 책임을 따져 나중에 구상권(求償權)을 청구하면 될 것을 누가 치료비를 낼 것인가를 따지다 무릎 부상이 더 악화되었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대회를 개최한 북부 한인회의 김중호 회장 또한 책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해당지역의 한인회에 모든 것을 떠넘기는 식의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분노의 빌미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현직 회장으로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김 회장이 체육대회의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지되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면 각 지역의 한인회에 도움을 받는 방법으로 발빠르게 대처하였다면 책임 소재를 떠나서 도의적,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막중한 책임을 가진 단체는 플로리다 한인회연합회(회장 채종훈)이다. 이 단체의 유일한 행사인 연합체육대회는 각 지역 한인회에서 대회의 행사를 개최할 뿐이지 주최는 연합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연합회는 법적으로 최종 책임자이며, 각 지역 한인회는 연합회를 위해 만든 조직체이므로 당연히 사건을 수습하고 중재해야 함에도 오히려 한 지역 한인회의 편을 들어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이애미 한인회 정의황회장이 잭슨빌 한인회 김중호회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이에 대해 김중호회장은 여러 가지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지만 보험도 사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고 채종훈 연합회장에게 서신을 발송했다. 이렇게 동포사회의 분열을 자초하고 있는 세 단체 즉 플로리다한인회연합회, 마이애미한인회, 잭슨빌한인회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번에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새로 임명된 제12기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이라는 점에서 동포들은 할말을 잊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던 축구대회에서 다친 한 사람을 배구공처럼 서로 튀겨보내기만 하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분노와 함께 가련한 인간 군상(群像)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한인사회의 리더라고 거들먹거리는 ‘어깨’들이 자신에게 떡고물이 떨어지는 자리에는 불원천리(不遠千里) 달려가는 충성심을 보이지만, 정작 한인동포들의 권리를 위해서는 서로가 먼 산을 바라보며 남의 일이려니 하고 딴청을 피우고 있으니 말이다.
한인동포들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이용해 감투에만 연연한 당신들, 떠나라! <51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