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다시 연합회 통합을 촉구한다 

<발행인칼럼> 다시 연합회 통합을 촉구한다

서독의 사민당 당수 빌리 브란트가 1969년 10월 “독일에는 두 개의 독일이 존재한다”면서 동독의 실체를 인정한데서 독일의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반도의 정세가 오늘처럼 급변한 것도 알고보면 김대중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독일의 신문기자와의 회견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탁월한 분석력을 지닌 지도자”로 호평, 상대방을 북한의 국가 원수로 인정한 사실이 그 밑거름이 됐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둘로 갈라진지 오래된 플로리다한인회연합회가 아직도 단일화하질 못하고 “가만 놓아두어도 언젠가 소수인 저쪽은 우리에게 기어 들어올 것”이라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오판으로 단합하려는 노력보다는 서로 헐뜯는 추태만 연출, 듣는 이들의 실소를 사고 있다. 한편 상대방 연합회 쪽은 회원이 단 세명(서종한 회장은 회원 수를 12명이라 밝힘) 남더라도 상대 쪽이 그런 자세를 취하는 한 현재 그대로 연합회를 끌고 가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지니고 있다.
연합회란 현직 한인회장 및 전임회장들의 친목 단체로 한인회 회원들인 일반 동포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인회연합회”라는 명칭보다는 “한인회장친목회”라는 단체 이름이 더 어울릴 법하다. 더구나 두 개의 연합회로 난립하고 있는 실정에서 일반 동포들의 생각에는 “회장친목회”가 훨씬 설득력이 있는 이름이라는 뜻이다.
수가 많다는 쪽이 전번 총회 때 12명이 모여 회장 취임식을 치르면서 조수세 신임 연합회장이 두 연합회장 명의(조수세, 서종한)의 총회 소집으로 무조건 통합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이하진, 도영수 회원 이외의 참석회원 대부분의 반대로 부결됐다는 소식이다. 심지어 이 자리에서는 조회장이 통합에 관해 발언했다 해서 “회장직을 내놓든지 통합을 포기하든지 양자 택일하라”는 깡패 같은 망언(추후 사과했음)도 뛰쳐나왔다는 후문이다. 또 상대방 연합회 간부들의 인신공격도 난무했다니 이러고도 플로리다 한인사회의 최고 단체라 자처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우리 동포들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점은 민주주의는 여러 회원들의 각자 의견을 경청해서 그 중 가장 좋은 의견을 수렴해 실천으로 옮기는 제도임에도 우리 동포들의 대부분은 회의석상에서 자기의 의견과 다른 의견이 나왔을 때는 상대방 의견이 옳음에도 우격다짐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드는 전혀 민주주의에 세련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연합회는 한인회장 역임자들의 모임이기에 최소한 회의석상에서의 수준급 발언을 기대해보는 것이다.지금처럼 연합회가 두 개 존속하는 한 “자기네 패거리들의 친목모임” 이상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플로리다 거주 동포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이와같이 동포들의 외면을 당해서는 안된다.
불행히 많은 수의 지지는 못 얻었지만 조수세 신임 연합회장의 통합 의지에 찬동하는 회원 수가 12명 중 3-4명이 있고 수가 적다는 쪽도 서 회장 등 상당수가 통합을 적극 지지한다는 소식이니 통합은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져본다.
다시 말하지만 50여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얼어붙었던 남북한도 경제력이나 인구로 보아서 강자인 남한이 약자인 북한을 대등한 대화상대로 인정하면서 북한 보다 더욱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기에 냉전 종식을 위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대중 대통령을 실정법인 국보법 위반 범법자로 생각하는 시대착오적 극소수 보수세력 말고는 대부분의 국민들을 비롯해 전 세계 인류 모두가 한결같이 김대통령의 남북대화 결단을 칭송하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길만이 통합에 이르는 길이다.
<276호> (2000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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