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연말연시(年末年始)…. 그리고 새해의 다짐.

<김명열칼럼> 연말연시(年末年始)…. 그리고 새해의 다짐.

세상은 각종의 여러 가지 일들과 사건, 전쟁, 질병, 기후변화와 지진, 폭염 등등의 자연재해 속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2023년은 과거로 돌아갔다.

얼마전에는 2023년의 마지막인 연말과 지금은 2024년의 연초를 맞이하여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 연시이다.

우리나라는 한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시작을 연말연시(年末年始)라고 부르며 인생의 중요한 시점으로 여긴다. 그래서 음력이건 양력이건 새해의 첫날 시작을 명절로 지킨다. 설은 우리나라 명절가운데 추석과 함께 가장 큰 행사다. 설 명절의 특징은 가족을 중심으로 모인다는 점이다.

온 가족이 한 장소와 같은 시간에 모여 인사를 하며 정을 나누는 귀한 전통 행사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이러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동양문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연말에는 망년회(忘年會)가 있다. 연말에 한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忘)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이다. 비교적 중립적 의미를 담은 송년회(送年會)라는 말도 있다. 묵은 한해를 보내면서(送) 갖는 모임이다. 망년회나 송년회는 가족 행사라기보다는 사회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행사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교제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기회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을 내려놓고 정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학교와 회사(관공서, 공공기관, 공기업, 사기업) 그리고 각종 단체(동창회, 계, 그리고 친목이나 사적 모임)로 모인다. 연초의 ‘신년회’ 혹은 ‘시무식’은 한 해를 시작하며 마음을 다 잡는 모임이다. 망년회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망년회나 신년회는 가정단위가 아니라 사회적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얼마전에는 성탄절도 지나갔다. 성탄절은 서구 사회에서 연초의 설날보다 더 큰 명절로 여기며 일년 중 가장 큰 명절로 지키는 행사다. 지난 성탄절 날에는 가족과 함께 경건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경배와 함께 교회에서 우리가족이 대표로 촛불점화 행사도 가졌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인류에게는 기쁨이 넘치는 즐겁고 복된 성탄절이 되기를 손 모아 기도드렸다. 이러한 기쁘고 즐거운 성탄절을 맞아, 내가 어릴적에는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날씨는 추워지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따뜻했다. 성탄절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 같다. 성탄절을 생각할때 마다

떠오르는 추억이 몇가지 있다. 매해 그날이 되면 교회에서는 학용품과 사탕이 든 선물꾸러미를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그날은 평소 교회에 나오지 않던 꼬마들도 너도 나도 몰려와 선물꾸러미를 받아들고 희희낙락 웃음속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성탄절을 준비하기 위해 뒷동산에서 베어온 큼지막한 전나무에 솜과 반짝이 줄을 올려놓고, 색종이로 예쁜 종, 별, 지팡이, 산타할아버지 모양을 만들어 달면 예배당은 성탄절 분위기로 가득 했다.

성탄절 장식보다 더 추억에 남는 것은 성탄절을 축하하는 전야제 발표회였다.

율동, 중창, 성경암송, 합창, 연극 등등의 발표는 시골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문화 행사였다. 11월중순부터 시작되는 성탄절 준비기간은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매일저녁 예배당에 모여 장작(혹은 톱밥) 난로를 피워놓고 성탄절을 준비하는 시간은 지금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12월 24일 저녁이 되면 학교에서 학예회 발표를 하듯이, 한달여동안 준비하고 연습을 한 모든 것들을 발표하는 흥분된 축제의 날이 되기도 했다. 발표회를 하는 아동이 자기의 아들이나 딸이었을 때는 그 부모님은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질러서 관객들은 덩달아 즐거워하며 손뼉을 쳐 주었다. 행사를 마친 후에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교회에 남아 윷놀이나 게임을 하던가 아니면 한쪽 구석의 벽쪽에 기대앉아 칼잠을 자고는 새벽이 되면 성도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새벽 송을 불렀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목이 터지게 부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각 구역마다 팀을 이루어 나눠서 각 동네를 방문해 새벽 송을 돌때면, 살을 외는 듯 한 칼바람이 속살 깊숙히 까지 파고들어 입술과 볼이 얼어터질 것 같았지만, 막상 찬송을 부르게 되면 언제 그랬었나 싶을 정도로 아무런 지장없이 찬송가를 잘 부르기도 했다. 때로는 십리 이상 멀리 떨어진 산골 깊숙한 마을, 성도의 집까지 걸어가 예수님의 탄생을 알렸던 기억도 있다. 찬송을 마치고 그 집에서 준비한 뜨거운 식혜나 고구마를 입김으로 호호 불고 식혀가며 맛있게 먹던 기억도 역시 아름다웠던 추억의 한 장면이었다. 가정마다 미리 준비해놓았던 선물 꾸러미를 받아 교회에 갖다놓았다가 성탄절 대 예배가 끝난 후 선물교환을 하고, 이후 모두가 둘러앉아서 주신 선물을 나눠먹고 정담을 나누며 행복해 했던 그 시간들이 참으로 아름답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오랜 세월이 흘러간 지금에도 머릿속에 아련히 자리 잡고 있다.

이젠 그러한 아름다운 추억어린 성탄절도 옛날속으로 지나가고, 새해인 2024년이 되었다.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벌써 새해가 되었다. 날이나 달의 바뀜은 짧기에 무심히 지나는 것 같지만, 해가 바뀜은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삶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온다. 나이를 한살 더 하는 것에서부터 가정이나 직장, 사업이나 사회생활에서도 크고 작은 성취나 실패의 경험을 겪게 된다. 새해에 대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해를 맞는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그중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마도 새해의 다짐이나 기원일 것이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것을 골라 실천의 각오를 다진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좋은 결과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희망사항을 가슴에 품었다 해도 삶의 노력과 열정에 따라 새해라는 백지 위에 써 내려가는 삶의 내용이나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아마도 실패의 쓴 맛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루지 못 했다고 실망하거나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이런 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는 현실과 다짐과의 괴리이다. 가령 자신의 처지는 60대인데 30~40대처럼 젊어지겠다고 다짐한다면 이는 실패할 것을 각오하고 억지로 덤비는 것이나 다를게 없다. 성공의 쾌감을 맛보며 살아가려면 소소한 것들의 실천을 다짐해야 한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소확행’의 실천이다. 소소한 것들에서 확실한 행복 챙기기다. 한달에 한권의 책을 읽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다.

누군가와 더불어 실천해 나간다면 그 행복은 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몇년간의 삶은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숨 막히는 여정이었다. 코로나의 위협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을 달리하고, 나와도 가깝게 지내던 친구나 지인들도 여러명 세상을 떠났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마저 침체되어 자영업자나 기업, 개인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금리(이자)마저도 천정부지로 올라 은행돈을 얻어 무엇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한다는 태산같은 걱정을 짊어지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감히 엄두를 내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러한 힘든 삶을 견뎌내서인지, 이제는 세상만사가 만만하게 다가온다. 하긴 힘든 위난을 겪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고 사는게 인생사다. 그러니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노심초사 하며 살다보면 괜스레 자신만 힘들고 초라해진다. 그렇다고 만사태평으로 살자는 뜻은 아니다. 매사를 긍정적인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긍정의 기운은 모든 일의 성취동기로 작용한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계획이나 다짐의 실천에 앞서 부정적인 기억들이나 감정들 까지도 말끔히 지워내는게 우선이다. 긍정의 마음 밭이라야 긍정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다짐은 절제하는 삶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참으로 화려하다.

모두가 화려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꿈과 희망도, 외피마저도 남보다 빛나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듯 목숨 걸고 불빛에 달려드는 부나비 격이다. 우리의 삶 저변에는 사치나 낭비, 투기나 사행성 행위들의 유혹의 촉수가 뻗쳐있다. 이것들의 특성 또한 화려함이다. 자칫 화려함만을 좇아가는 이런 마성의 촉수에 빨려 들 수도 있다. 우리의 삶에 절제가 필요한 이유다.

2024년, 올해는 모두가 소소한 것들에 기대를 걸고,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절제의 삶으로 성취의 기쁨을 맛보며 사는 보람되고 기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분들께 새해에는 보다 나은 삶과 행복을 누리시기를 빌어드린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89/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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