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2021년을 보내며…….
벽에 걸린 금년도 마지막 한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회한에 젖는다. 몸보다는 마음이 더 급한 12월, 금년의 마지막 달, 벌써 하순에 접어들었다. 지난날들 달려온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해를 결산해본다.
나는 금년 한해동안 무엇을 얻었고 또한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인지? ……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사람은 이해를 해줬고 어느 사람에게 향한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열심히 노력하며 벌어들인 수입은 얼마이고, 그 가운데서 얼마를 불우한 이웃이나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위해 적선을 했는지, 알게 모르게 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기억한 그 죄들은 모두 다 하나님께 고하고 회개를 했는지,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했고 그 최선을 다 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무의식중에 상처를 준 이들은 없고, 불쌍하고 힘든 이웃이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가난한 자들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겉으로는 겸손을 외치면서 내심 속에 잠재해있는 교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이런 저런 일들을 머릿속에 그리는데 상가쇼윈도 위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12월의 꽃 포인세티아가 나를 보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달랑 남은 달력 한장, 짐짓 무엇하며 살아왔느냐고 되물어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만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 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그저 무조건 채우려는 욕심만 한보따리 잔뜩 웅켜 쥔다. 내 안에 웅크리고 버티고 앉아있는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의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들 속에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더 진한 공허로 하얘진 머리칼 위로 지나간다. 금년도 이제 며칠 안 남았다는 회한속에 덧없이 보내야만 하는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보니 얼굴엔 잔주름이 늘어나고, 하얀 머리털 역시 점점 더 많이 늘어나며, 마음은 낡아져가고 있다. 허지만 그래도 큰 탈 없이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다. 한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단 일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 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를 여기쯤에서 풀어놓는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이 마지막 한달은 너무나 버거워져서 숨이 차오른다. 겨울바람 칼바람 앞에도 붉은 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꽃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참나무들에게 올해의 반성문을 써 본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같이, 언젠가는 때가되면 이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올 한해도 얼마 안 남은 날자를 목에 걸고 안스럽게 벽에 달려있는 마지막 달력 한장과 함께 2021년도 작년처럼 쓸쓸하고 공허스럽게 이별을 고해야겠다.
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12월의 벼랑끝에 오로라처럼 펼쳐진 해걸음 속으로 2021년이 노을빛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코로나19과 델타변이 바이러스, 그리고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오미크론으로 엎친데 덮친 역병의 수난과 고통속에 고난과 시련의 서러운 눈물들이 잠시도 마를 새가 없었던 2020년과 2021년, 매년 연말이면 “다사 다난했던 한해”라는 표현을 쓰지만 열두고개를 힘겹게 넘어온 지금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복잡함과 아쉬움만 남는다. 무엇보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 된 것은 없고 그저 꼬이고 뒤틀어져 시작과 끝을 찾기조차 어려운 형국에 처해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바라다보면 밀레의 만종(晩鐘)이 떠오른다. 하루의 일과를 끝낸 농부 부부가 황혼이 지기 시작한 전원을 배경으로 삼종기도를 바치고 있는 모습은 자연을 향한 깊은 철학적 성찰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지금 하루의 일과를 끝낸 농부가 황혼빛을 받으며 기도하는것처럼 한 해의 저물녘에서 황혼 빛을 받고 서있다. 다시 가는 한해, 2021년은 그 긴 그림자를 남기며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 황혼이 지기 시작한 세밑의 한 귀퉁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기도할것인가. 시인 신석정은 서녘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니다”라고 기도했다. 정녕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닌가? 언제나 한해를 마감할 때쯤이면 회한만이 남는다. 큰 기대와 희망을 안고 시작한 2021년이었지만 어느덧 한해의 저물녘에 이르니 가슴만 아려오고, 정녕 이 해도 황혼속에 메아리처럼 긴 그림자를 남기며 사라져가고 있다.
쉼 없이 가는게 세월인가. 나(生)고 죽(死)고 흥하고 망함이 덧없음을 일컬어 흔히들 인생무상 이라고 하지 않던가. 세월은 시작도 끝도 없이 강물처럼 도도히 흘러간다. 세상만사는 변화하고 인생은 무상하다.
한국의 마라톤선수 이봉주처럼 달리기를 잘 해도 죽음을 피할수 없고, 수영선수 조오련(이미 고인이 됐지만)처럼 헤엄쳐 물속으로 들어가도 숨을 수도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권세도 무용하며, 말 잘하는 변호사도 설득할 수 없고, 북한의 절대권력자 이며 유일 신이다 시피한 김일성, 김정일부자도 저세상으로 떠나갔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생사는 숨 한번 내 쉬고 들이 쉬는 찰나의 호흡 사이에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인생무상 세월무상 이다. 세월앞에는 장사도 없다. 그 누구도 세월속에 녹아 흐른다. 모든 사람들의 삶은 세월을 통하여 줄달음 치다가 결국은 소멸한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매우 심오한 말이다. 이는 유(儒), 불(佛), 선(仙), 삼교(三敎)를 깊이 이해해야 하며, 특히 불가(佛家)의 가르침에 있어 큰 깨달음을 얻어야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누구든 삶을 살아가는데 항상(恒常)된 것이 없다. 이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육신이 변화하고, 세상의 물체들과 사물들이 변화한다. 말하자면 삼라만상이 다 변화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속에서도 이 세계를 지켜보는 정신 또한 변화한다. 왜냐하면 어제의 생각을 가졌던 내가 오늘의 다른 생각을 가진 나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가 계속되는 현 상계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인생은 항상 된것이 없다는 인생무상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옷도 낡아서 버려야 하고, 음식도 먹으면 없어지고, 돈도 쓰면 없어진다. 그리고 나이 들면 병들고 육신을 버리고 저 세상으로 가게 된다. 우리들 인생이 늘 자기 경계를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인생이 짧다는 것에 의해 스스로가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누구든 이 세상에 살아야 할 날 수를 알고 산다면 정말로 하루하루가 귀한 날들이며 가치있는 시간들로 생각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어려웠던 2021년 한해를 보내며………… 하루하루 살아온 삶을 돌아본다. 고마운 사람들, 아름다운 만남, 행복했던 순간들, 가슴아픈 사연들, 후회스러웠던 행동 등등, 나에게 닥쳤던 모든것들이 과거로 묻혀져가고 있다. 한발자욱 한발자욱 조심스럽게 내디디며 좋았던 일들만 기억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주어도 언제나 이렇게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늘 회한이 먼저 가슴을 메운다. 좀더 노력할걸, 좀더 사랑할걸, 좀더 참을걸, 좀더 의젓할걸, 좀더 좀더………….어떤 사람은 자기의 삶 속 가득히 보람과 사랑을 채웠을 테고, 또 어떤사람은 삶속에 가득 가득히 욕심만 채웠을 테고,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채우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했을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났던 모든 일들에 감사를 드리고 나와 함께 했던 수 많은 사람들과 나의 글을 사랑하고 애독했던 모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함께 하면 좋은 사람들이기에, 함께 해서 좋은 우리들이기에, 모두 모두 행복했으면 참으로 좋겠다. 저무는 한해의 끝자락에 서면 마지막 이별이 그러하듯 언제나 되씹어보는 아쉬움과 회한, 올해도 나의 글을 애독하시고 칭찬과 용기와 격려, 감사와 사랑을 아낌없이 선물하며 댓글(독후감)을 많이 보내주시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올려드린다.
“2021년 금년도, 한해가 조용히 그리고 말없이 저물어갑니다.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 없을땐 소중함을 깨닫고, 있을때는 당연함으로 살아갑니다. 때로는 건강함을 잃고서야 그 소중함을 겨우 압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우리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존재함이죠. 내 주위를 둘러싼 당연한 것들에게 감사를 드리십시오. 행복, 그 시작은 우리 모두가 감사하는 마음에 있을 겁니다. 저무는 한해, 저에게 주신 그 큰 사랑과 후의에 영광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2021년 얼마 남지 않은 날들, 소망대로 마무리 잘 하시고 2022년도에도 즐겁고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다시한번 기원드리며,즐겁고 복된 연말을 보내시고 밝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축원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플로리다코리아 신문이 휴간으로 12월29일(수)자 신문이 발행되지 않습니다. 이에 미리 여러분들께 송년 인사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연말을 맞아, 문학 작가 김명열 배상>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1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