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선 박사의 교육칼럼> 자녀가 속한 대학의 티셔츠를 입읍시다!

<문정선 박사의 교육칼럼> 자녀가 속한 대학의 티셔츠를 입읍시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많은 부모님들은 이제 곧 시작될 학기를 준비하느라 많은 고민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저의 가정에도 올해 처음으로 대학에 발을 들여놓는 딸이 있어서, 여느 여름과 다르게 마음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과연 부족해 보이는 저 아이가 대학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룸메이트와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밥은 잘 챙겨 먹을까?”

이런 여러 가지 걱정들로 고민하는 저와는 달리, 저희 딸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대학생활과 집에서 독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들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착각일까요? 그러고 보니, 대학 입학이 결정된 그 이후 몇달 사이에 딸아이가 어느새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 딸을 대학에 보내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한국의 입시준비에 비할 바는 아닐지 몰라도, 미국에서 대학을 가는 것도 상당한 기간의 준비와 집중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학들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교성적과 대학입시(SAT/ACT) 성적 외에 지원자의 다양한 자질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입학심사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입학지원서에 리더쉽과 조직력, 그리고 협조적이면서도 자발적인 성품이 반영되도록 아이들은 상당히 긴 기간을 두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준비하여 입학 서류를 제출할 때가 오면 모든 수험생과 가정에 힘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게 보통입니다. 즉, 주어진 점수와 지원 자격들을 볼 때, 어느 대학이 내 아이를 받아줄까를 고려해 지원할 대학을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꿈의 대학, 어렵지만 가능한 대학, 거의 확실한 대학 등 몇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입학서류를 제출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상위권 사립대학일수록 장학금의 기회, 인맥을 쌓을 기회, 더 좋은 교수진으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건 사실이기 때문에, 본인의 자녀가 미국 명문사립대학에 가는 것을 원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 이유에서건 본인과 부모가 꿈꾸던 대학보다는 조금은 안정적으로 지원한 대학에 합격하게 되는게 대부분이지 않을 까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들은 금세 자신이 가게 될 대학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떨어진 대학에 지원한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반면에, 부모들은 계속해서 우리 아이가 왜 그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제 자신이 대학 강단에 16년간 몸담았기 때문에 한국 부모님들과 대학에 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정말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우리 아이는 그냥 장학금 준다고 해서 여기 온 거에요….”, “우리 애는 마지막에 조금만 더 노력했어도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아쉬운 표현들을 자녀들 앞에서조차 서슴없이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자녀들은 그러한 부모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요? “너는 좋은 대학을 다니고 있지 않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해!” 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여 더 열심이 대학생활을 하게 될까요?.

저의 분야인 교육학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회과학에서도 소속감 혹은 조직 동질감 (Organizational Identification)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소속감은 조직 안의 다른 멤버들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게 해 줄뿐만 아니라, 그 조직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멤버라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소속감에서 오는 자부심과 긍지는 멤버들이 자신들의 조직 안에서 능동적이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들을 달성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즉, 자녀들이 자신의 대학에 대한 소속감(Organizational Identification)은 학교생활을 원만하고 충실하게 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대학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건강한 대학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학생으로, 또 교수로 지내오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자신의 대학에 대한 소속감(Organizational Identification)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본인의 대학팀 풋볼에 열광하는 모습이라든가, 본인 대학 로고가 디자인된 티셔츠를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는 모습이라든가, 자동차 번호판도 자신의 대학 로고 디자인이 들어간 번호판을 웃돈을 주고 사는 걸 볼 때면 그 자부심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 또한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대학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으며, 자녀가 지금의 대학에서 이룬 성과를 함께 자랑스러워합니다. 제가 아는 한 미국인 부모는 누가 대학에 대해 물어보면 서슴없이 본인들 자녀가 간 대학을 가장 좋은 대학으로 꼽곤 합니다. 객관적인 면에서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또한 많은 미국인 부모들은 자녀들과 대학 풋볼 경기를 함께 보며 자녀의 대학 팀을 응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한국인 부모님들께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녀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본인이 꿈꾸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일단 대학교가 결정되는 그 순간부터는 우리 자녀가 진학한 그 대학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혹시 주변에서 누군가 “아, 그래요, 그 대학도 괜찮아요” 라며, 불필요한 위로의 말을 건네려 한다면, “네, 정말 여러모로 아주 좋은 대학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더더구나 자녀 앞에서라면요. 그리고 자녀가 다니는 대학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즐겨 입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약속드리지만 여러분이 지금보다 훨씬 젊어 보이실 겁니다. 자녀가 속한 대학의 티셔츠를 입는다는 것은 자녀의 수고를 인정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자녀의 미래의 잠재성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녀가 자신의 대학이 최고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자녀들의 대학에 대한 자부심을 보일 때에만, 우리 자녀들은 그들이 다니는 대학을 통해 그들의 잠재성을 온전히 일깨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문정선 교육학 박사> 현재 Dr. JRo Education Consulting & Tutoring 대학진학 상담센터 원장> 문의전화 (813) 536-0729.  /1176/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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