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덴뿌라 이야기

 

<김명열칼럼> 덴뿌라 이야기

 

금년 4월달 달력을 보니 21일이 부활절 주일이다. 부활절이 가까이 다가오다 보니 얼핏 작년 어느날의 부활절을 앞둔 즐거웠던 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지난해 봄 이맘때의 이야기다. 부활절을 앞둔 주말 어느날, 나는 천주교 신자인 어느 지인의 집에 초청을 받아 그 댁을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나의 집은 바닷가에 있다 보니, 나는 틈나는대로 시간이 나면 뒷문을 열고 나가 낚시를 하여 각종 고기들을 많이 낚아 올린다. 그렇게 잡은 고기들은 곧바로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주일날 교회에 가서 교인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거나, 이웃 및 지인, 친지들에도 자주 잡는대로 나누어준다. 신선한 바다생선을 맛있게 먹고 그분들께서 감사의 인사를 전해줄때 나의 마음역시 내가 생선을 먹은 것 이상으로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낀다.

이날도 나는 지인 김 선생님댁을 방문하면서 내가 낚시로 잡은 각종 생선과 게를 한 보따리 잔뜩 싸갖고 가서 그분들께 드렸다.

이렇게 생선을 많이 갖고 그 댁을 방문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이다. 믿음이 돈독한 천주교 신자인 지인 김선생은 부활절 사순절 마지막 주일, 마지막 절기를 맞아 생선이 필요하다고 부탁을 해서 나는 잡아놓은 생선을 들고 김선생님댁을 방문했다.

천주교에서는 사계재일(四季齋日)이 있다. 사계의 재는 가톨릭에서 일년 4계절에 각각 3일씩 단식하고 육식(고기)를 먹지 않으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특별히 기도하며 몸과 행동을 경건하게 보내는 때를 말한다. 가톨릭 교회력을 따라 겨울에는 대림 3주간, 봄에는 사순제 1주간, 여름에는 성신 강림절, 가을에는 십자가 현양 축일(9월14일)등을 전후하여 각각 수요일과 금요일, 토요일에 지켜졌다. 수요일에는 예수님께서 체포되심을 기념하는 의미로, 금요일에는 예수님의 죽음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켜졌으며 토요일은 예수님 죽음의 슬픔과(성 금요일) 예수님 부활의 기쁨(부활주일) 사이에 있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사계 재일의 기원과 목적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고대 로마시대에 각 계절의 농경 축제일에 가졌던 종교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으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이를 받아들여 각 계절을 성화(聖化) 시킨다는 의미로 보탠 것 같다. 사계절이 시작될 때 각 3일씩은 고기를 먹을 수 없게 금하고 있다. 이 기간에 신자들은 고기대신 생선을 먹으며 천주의 은혜에 감사하고 음식의 강복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는데 이 의식이 “사계재일” 이다.

김선생댁을 방문하고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는 마침 천주교에서 지키는 4계의 재를 맞아 부활절 전의 사순기 마지막 부활주일에 육식을 금하는 계율에 따라 생선을 먹기 위해 나에게 신선한 생선을 먹기 위해 부탁을 한 것이다. 내가 준 생선을 김선생은 잽싸게 껍질을 벗기고 뼈를 발라내어 포를 떠서 부인에게 건넸다. 어육을 받아든 김선생의 부인이신 미세스 김께서는 곧바로 튀김가루를 묻혀서 부지런히 튀김을 만들어냈다. 거기에는 내가 준 생선 외에 오징어와 새우, 그리고 각종 야채도 함께 튀김(덴뿌라)으로 만들어 풍성한 식탁을 만들어주었다.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낸 미세스 김께서는 “열심히 덴뿌라를 만들었는데, 덴뿌라가 맛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고 얼굴을 붉히며 많이 먹을 것을 권했다. 튀겨 나온 각종 음식들을 보면서 이 음식들은 미세스 김 말처럼 우리는 덴뿌라라고 하는데, 아는 일본사람들의 말에서 귀화하여 그대로 원어롤 쓰이고 있음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일본사람들은 이렇게 기름에 튀겨 나온 음식을 모두 덴뿌라라고 명명하여 부른다. 이 덴뿌라는 일본사람은 물론 한국인, 중국인, 심지어는 서양의 대부분 사람들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오늘은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덴뿌라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덴뿌라가 일본에 소개된 시기는 16세기 말경이었다고 한다. 각종 해산물이나 야채를 밀가루에 묻힌 후 계란으로 옷을 입혀 고온의 식용유에 튀겨낸 일본음식이 덴뿌라이다. 영어로는 Tempura이고 우리말로는 튀김이다. 그런데 생선회인 사시미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덴뿌라의 유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이외의 사실적 이야기가 숨어있다. 일본에서의 덴뿌라는 종교와 관련이 되어있다. 그것도 옛부터 전래되어온 불교나 일본 고유의 종교가 아니라 천주교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리고 이 덴뿌라의 어원은 일본말이 아니고 라틴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것도 튀김이라는 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계절’이라는 의미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좀더 일찍이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나가사키 항을 서양에 개방했다. 그러자 포르투칼인과 네델란드 사람들이 먼저 일본에 들어왔다. 이들과 함께 들어온 사람들 중에 특히 선교사들이 일본에 거주하면서 적극적으로 선교활동을 벌였다. 이 무렵에 일본에 들어온 예수회 소속 포루트칼 선교사들이 덴뿌라를 전파시켰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가톨릭, 앞서도 설명을 드렸듯이 천주교에서는 사계재일이 있다, 사계재일은 영어로 Quatuor Tempora라고 부른다. 사계재일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시작될 때 각각 3일씩 고기를 먹는 대신 생선을 먹으며 천주의 은혜에 감사하고 음식의 강복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포르투칼 선교사들은 일본에서도 사계재일을 지켰다. 사계재일에는 육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고기대신 일본에서 흔히 잡히는 새우를 기름에 튀겨먹었다. 그것을 본 일본사람들에게는 낯선 요리였다. 기름에 튀겨 나온 새우요리는 맛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튀김요리가 흔하지 않았고 대중화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튀김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사원 근처에 불과했고 여기서 먹는 튀김음식은 두부나 곡물류 정도였다. 음식을 기름에 튀기는 기술도 뒤떨어졌고 무엇이나 튀김요리에 쓰는 기름이 참기름이었기 때문에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극히 상류층만 음식을 튀기는데 기름을 사용했다. 참기름보다 값이 싼 유채기름은 등잔불을 밝히는데 썼고, 아직 값싼 동물성 기름은 개발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포르투칼 선교사들이 기름으로 새우와 생선 등의 어류를 튀겨먹는 것을 본 일본사람들이 신기하여 무슨 음식이냐고 물었다. 일본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탓인지, 또는 선교를 위한 목적이었는지 모르지만, 포르투칼 선교사들은 사계재일 즉 Quatuor Tempora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기간 동안에는 고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새우를 튀겨먹는다고 했다.

일본사람들은 선교사가 말하는 콰투오르 템포라중에서 발음하기 어려운 콰투오르는 빼고 핵심단어가 템포라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말을 새우나 기타 어류, 그리고 야채를 튀길 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일본사람들이 즐겨먹는 덴뿌라의 유래다. Quatuor 는 라틴어로 4를 뜻하는 말이고 Tempora는 계절(Seasons)을 의미한다. 일본에서 튀김 기름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덴뿌라는 1770년대부터 일반 식당이나 길거리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도 대중화하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상류층만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이었지만 이 무렵부터 생선, 새우, 가재 등에 밀가루를 입혀 대나무 꼬챙이에 꽂은후 기름에 튀겨 팔면서 일반 서민층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일본식당에 들러서 쓰시나 사시미 대신 오랜만에 덴뿌라를 실컷 드셔보시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덴뿌라는 어른이나 아이 할것없이 모두들 대부분이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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