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꼴값 떨고 자빠졌네.

<김명열칼럼> 꼴값 떨고 자빠졌네.

 

미국은 파티문화가 세계적으로 가장 잘 발달되고 활성화되었으며 상례화된 나라이다. 특히 한해가 저물어가는 11월말의 추수감사절을 싯점으로 크리스마스와 신년 새해의 설날을 전후한 연말연시에는 많은 가정들이 파티를 열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미국에 이민와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가정역시 이맘때가 되면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 지인, 친구들을 초청하여 음식과 음료 및 주류를 준비하여 초대한 손님들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며 먹고 마시며 즐겁고 화목한 시간을 보낸다. 지난해 연말이나 금년초에 들어서 나역시 가깝게지내는 지인들이나 친구, 교회의 성도집 가정파티에 초대를받아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정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하고 즐거운시간을 보냈다. 아울러 나도 금년초 나의 집으로 교우들 및 친구와 지인들을 초청하여 푸짐하게 음식상을 차려놓고 그들과 함께 정담을 나누며 즐겁고 정겨운 시간을 함께 했다.

가정의 파티문화로 인하여 서로간 얼굴을 마주하고 음식과 다과를 나누며 즐겁고 화목한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더욱 더 친근감이 돈독해지고 마음도 가까워진다.

별도의 얘기로는, 나는 지난 1월 어느날 저녁 가깝게 지내는 S사장님댁에 초청을 받아 이 권사님부부와 함께 그 댁을 방문했다. 시내에서 북쪽으로 30여마일 교외지역에 소재한 S 사장님댁을 방문하여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우리 일행 외에도 어느분 4명(2쌍의 부부)이 먼저 와서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우리 일행을 반기며 맞는다. 우리는 서로간에 수인사를 나누고 식탁의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S사장 부부께서 정성과 마음을 다해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상은 종류도 많았고 음식 맛도 참으로 좋았다. 우리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러가지 세상의 이야기들과 한국의 정치 이야기, 교회 이야기, 취미 이야기 등등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개인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과거에 살아온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

나와, 함께 간 이권사님과 S사장님은 주로 얘기를 경청하는 편이고, 먼저와 있었던 4사람은 자신들의 과거 경력과 학력을 얘기하면서 자기 도취경에 빠져 자랑이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자기는 과거에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일류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왔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일류회사에 취직하여 고급 간부까지 역임했으며 유명 인사들과 골프도 치며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고…. 자기의 말 한마디면 그들은 뭐든지 자기의 말을 들어줄 정도로 친하고 자기의 파워가 대단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했다. 또 한사람은 의사였는데, 그 역시 자기의 과시와 자랑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자기의 환자였던 사람중에는 모모 장관도 있었고, 어느 기업의 회장도 있었으며, 그들과는 막역한 사이로 지금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대단한 학벌과 경력 사회생활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와 이 권사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물끄럼이 그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다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함께 4사람(2부부)이 동승하여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불쑥 이 권사님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지금의 세상은 자기의 P.R 시대라고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네, 꼴값 떨고 자빠져있는 꼴을 보면서 배알이 꼴려서 혼났다” 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이어서 “왕년에 누구는 목에 힘 안준사람 있느냐?” 고하며 꼴값도 골고루 하고 있다고 그들을 성토했다. 세상은 제 잘난 멋에 산다고 하지만, 처음보는 사람을 앞에다 앉혀놓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떠들어 대는것은 너무나 무례하다고 불쾌감을 지우지 않았다.

“꼴값 떨고 자빠졌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풀이를 해보면, 꼴이란 말 자체가 상대방의 행색이나 모습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꼴값 떨고있네” 라는 말은 생긴 것도 형편없으면서 그와 같이 행동도 그러하다는 말이다. 이말도 당연히 욕이다. 욕이란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치욕을 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꼴값은,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격에 맞지 않는 아니꼬운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꼴값이란 말을 다른 말과 비유한다면 “생긴대로 놀고 있네”와 같은 속된 표현의 말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말중에 이러한 욕설은 역설적인 어휘 나열에서나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 부사의 능숙한 사용은 세계적으로도 최강일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월이 지나면 지식의 평준화가 일어난다. 배운 것 많다고 잘난체 하지 말고, 못 배우고 학벌이 약하다고 기죽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학벌 좋고 경력 좋고 많이 배웠다고, 나하고 친하게 지내는 이 권사님의 말처럼 ‘꼴값 떨지말고’ 겸손하게 사는 것이좋은 방법이다. 살아가다보면 세월이 말해줄 것이다. 삶의 종착역을 향한 인생여정에서 우리의 삶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다. 전경일의 저서 “마흔으로 산다는 것” 에서는 인생의 평준화 법칙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 40대가 되면 지식이 평준화된다. 대학을 나왔건 안 나왔건, 박사이건 노동자이건, 누구나 다 똑같아진다. 옛날에 배운 것이 다 소용없고 세상의 학벌이나 지식과 경험이 대부분 같아진다. (2) 50대는 외모가 평준화 된다. 성형수술을 받고 외모를 뽑내던 여자도 쭈글쭈글 주름이 생겨나고,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3) 60대는 성별이 평준화된다. 남자는 여성화되고 여자는 남성화된다. 호르몬분비의 영향으로 점차 성적인 차이가 없어진다. (4) 70대는 건강이 평준화된다. (5) 80대는 재물이 평준화된다. (6) 90대는 생사가 평준화된다. 살아있는 것이 산것이 아니다. 산에 누워있거나 집에 누워있거나 같은 상황이고 먼저 가는 사람이 형님이다.

인생의 생존경쟁에서 패한 사람들의 눈에는 승자는 모든 것을 다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것 같은데, 패자는 생계를 걱정해야할 정도로 하루 하루 일상이 힘드니 불공평한 인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세상은 모든 면에서 불공평한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승자는 출세하여 명예와 지위를 얻어 사는 것이 즐거운 일이지만 거기에는 노심(勞心)과 곤욕이 있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부유한 사람들처럼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근심과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인생은 학력과 경력이 우수하고 단순히 물질적으로 부유하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삶의 종착역을 향한 인생여정은 부유한사람이나 가난한사람, 학력이 좋은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젊은 시절에 크게 벌어졌던 차이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자기 자랑을 퍼지게 늘어놓던 그 사람 역시 나이가 들고 늙어 노년기에 접어들었으니 삶의 소소한 부분 즉,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쩔 수없이 겪게 되는 인생사에 자기의 과거가 화려했다고 잘 난체 하며 삶을 농락하지 말고, 그 나이에 걸 맞는 그릇이 되면 좋겠다. 이제는 자기의 주제를 파악하고, 인생의 평준화 법칙을 깨달으며, 가식과 위선으로 외양을 치장하기보다는 삶을 진지하게 대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비록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해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가자. 이것이 현명하고 올바르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면서 느끼고 배우게 된 경험은, 이 세상에는 나만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진리이고 참 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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