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기행문 48> 자메이카(Jamaica) <5>

<김명열 기행문 48> 자메이카(Jamaica) <5>

자메이카 럼주

지난주에 이어서…….

럼주는 보통 색상에 따라 헤비, 미디움, 라이트의 3가지 타입으로 나뉘며 라이트 럼, 미디움 럼, 헤비 럼으로 부르기도 한다. 헤비 럼은 색갈이 짙고 향기가 강한 술이며 자메이카 럼의 대표격이다. 미디움 럼은 헤비럼보다 색깔이 엷고 향기도 약하다.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 지방에서 생산되는 데메라라 럼, 서인도 제도의 마르티니크섬에서 생산되는 마르티니크 럼이 유명하다. 미국산인 뉴잉글랜드 럼도 이 타입이다. 라이트 럼은 색갈이 엷고 향기가 원만하다. 서인도제도 쿠바의 쿠반럼, 푸에토리코섬의 푸에르토리칸 럼이 알려져 있다.

럼주는 서민들의 술이다. 그리고 싸고 강렬한 술이라서 험난한 바다를 돌아다니는 선원들이 많이 찾았고 선호했다. 게다가 18세기 범선 항해에서는 상비품이었다. 항해를 오랫동안 하다가보면 보관해 놓은 물이 썩기 때문에 술을 보관했다. 원래는 맥주, 브랜디, 와인, 위스키를 비축했다. 그러나 맥주와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오래 못 갔다. 반면에 브랜디와 위스키는 오래갔지만 비싼 제품이었기 때문에, 값이 싼 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루하고 괴로운 항해에서 선원들은 독한 술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러다보니 선원이나 해적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자메이카는 럼주의 메카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곳곳에 럼주를 판매하는 상점이 즐비했고, 대낮인데도 럼주를 마시고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게진 흑인 주민들이 길가의 골목이나 나무그늘에 기대앉아서 졸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유휴 노동인력을 소화할 수 있는 산업시설이나 공장, 또는 일터가 많이 없다보니 직업이 없는 실업자, 무직자들이 할일이 없어서 럼주에 의지해 대낮부터 일하지 못하는 설움을 달래고 있었다. 실업자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상이지만 이곳 자메이카도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한국도 이 실업자들을 구제하기위해 세금을 늘리고 대기업들에게 증세를 요구하는데, 가난이나 실업자 문제는 나라 임금(대통령)도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직업이 없는 설음이나 고통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를 못하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다.

나는 이상과 같이 자메이카의 3R(Reggae, Reefes, Rum)에 대하여 장시간을 할애하여 설명을 드렸다. 그러나 이렇게 판에 박힌 문구 뒤에는 또 다를 자메이카가 존재한다. 지리적 위치로 인한 복잡한 문화, 식민지역사를 무시하고 아프리카적이 되고 싶어 하는 그들의 열망, 자메이카인들은 재치와 웃음이 많은 듯 하지만, 분명 태평스럽지만은 않다. 사탕수수 프랜테이션 경제로부터 섬의 슬픈 역사가 시작되었고 노예시대는 아직도 국가 무의식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라스타라리아니즘은 어떤 이들에게는 쉬운 춤 한판을 의미하는 것 일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랑, 희망, 분노와 사회적 불만족의 혼란스러운 표현은 현대의 자메이카를 요약하는 듯하다.

내가 본 자메이카는 쿠바, 아이티와 마찬가지로 아픔 속에 꿈과 정열을 불러일으킨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해변, 블루마운틴의 짙푸른 녹음이 주는 자연의 향기는 언제나 낙천적이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들이 자메이카를 대변한다. 땀이 솟아날 정도의 무더위와 습기, 50도를 윗도는 독한 럼주와 블루마운틴 커피향을 즐기며 매운 멕시코 고추에 생선이나 저크포그(자메이카 토속음식으로, 영국 BBC가 방송하기를 죽기 전에 먹어보아야할 50가지 음식중에 한가지)로 선정된 훈제 구이이다.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잘라서 나무 모닥불위에 걸쳐놓고 계속 불을 피워 고기가 익으면서 기름이 빠지고 약간의 훈제스타일로 익혀먹는다. 여기에 지구상에 가장 매운 멕시코 고추를 갈아 그 소스에 찍어먹는데, 그러다보니 입안에서 불이난다. 소스를 찍어 먹으면서 레게를 읊조리는 그들의 여유에서 슬픈 역사의 땅, 자메이카는 아픔을 씻고 있다. 다른 나라로부터의 의존과 빚으로부터 탈출하려하지만 높은 인구밀도와 실업, 가난의 짐을 지고 있는 나라, 자메이카………….

Cozumel, 코즈멜 여행

아픔과 슬픔, 회한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자메이카를 뒤로하고 우리를 태운 거대한 크루즈선은 밤새 항해를 하여 Cozumel섬에 도착했다. 낮에는 크루즈선이 정박한 기항지에 내려 현지의 관광지나 명소를 여행하며 둘러보고, 선내로 돌아와서는 밤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각종 쇼와 게임, 영화, 음악, 퍼레이드 등을 즐기며 밤의 문화를 즐긴다. 이렇게 밤늦도록 보고 즐기고 먹고 마시며 놀다보면 어느 듯 밤도 깊어져 자정이 넘어서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다. 어느 사람은 갬블링(도박장)에 미쳐서 밖으로 관광여행도 나가지 않고 식사하는 것도 잊은 채 도박에 중독되어 돈을 열심히 잃어(?) 주는 사람들도 여러 명이 있다. 도박에 중독(미쳐버린)된 사람을 보면, 눈은 벌겋게 충혈 되어 있고, 잃은 돈을 따거나 본전을 찾기 위해 도박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을 보았다. 저러려면 차라리 자기가 살고 있는 근처의 도박장에나 가지 뭣하러 비싼 돈 쳐 드리고 이곳에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과 손님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 돈 놀음하는 도박쟁이 등을 싣고 크루즈선은 밤새 달려와서 새벽 일찍 코즈멜 섬에 닻을 내렸다.

코즈멜은 유카반도의 동부에 자리 잡고 있는 멕시코에서 가장 큰 섬이다. 마야인들은 이 섬을 Cuzamil이라고 불렀는데, Place of the swallows는 제비들의 섬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마야인들의 여신인 Ixchel (goddess of fertility)을 숭배했으며 그 흔적은 섬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1518년에 Heman Cortes(스페인의 정복)에 의한 주민들의 대량 학살이 있었고 이 섬에서 코테즈는 멕시코정복을 계획하였다. 코즈멜 섬은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끝, 칸쿤에서 남쪽으로 60Km떨어진 곳이다. 멕시코에서는 가장 큰 섬으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1시간 간격으로 페리가 다녀 본토에서 코즈멜섬까지 와서 즐기고 갈 수 있는 하루 코스로도 적격인 곳이다. 럭셔리한 리조트들이 즐비한 칸쿤과는 달리 조용하고 한적하며 아름다운 곳이 바로 코즈멜 섬이다. 섬의 동쪽은 파도가 높아 서핑족들의 천국으로 불리며, 서쪽바다는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깊지 않아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좋다. 해안을 따라 형성된 산호 군락지와 다양한 열대어들이 서식하는 투명한 바다는 스쿠버다이빙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침 일찍 기항지에 도착하여 창밖으로 내다본 바다는 너무나 신선해보이고 구름 한점 없이 파란하늘과 조화를 이뤄 어디가 바다 끝이고 어디가 하늘의 끝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이다. 아름다운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모래알, 넘실대는 은물결, 모두가 환상적이다. 밤새 배가 운항하여 올때는 괜찮았는데 막상 배가 정박하고 보니 오히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16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간단히 커피와 빵 한 조각을 치즈에 발라먹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서두르기 위해 이내 일어섰다. 지난번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기항지에 도착하면 자유의사에 따라 밖으로 관광여행을 나가도 되고 아니면 선내에 머물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던지, 아니면 크루즈선내에서 판매되는 쇼어 익스컬션 상품을 구입해서 투어를 나가도된다. 체험 상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자기의 기호와 목적에 맞게 고르면 된다. 우리부부와 정선생님 부부는 마야 유적지를 관광하러 페리선을 타고 밖으로 나왔고 함께한 N여사 부부는 스노쿨링 코스를 선택하여 물속에서 고기들과 놀기로 했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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