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기행문<3> Lost Sea Adventure.

김명열 기행문<3> Lost Sea Adventure.
여행작가 및 칼럼니스트 / myongyul@gmail.com

편안하고 푸근하게 숙면을 취하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비가 꽤나 많이 왔던 것 같다. 물이 질펀하게 땅위에 고여 있고, 자동차위에도 물이 흥건히 묻어있다. 하늘을 보니 하이얀 뭉게구름이 높이 떠서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급히 날아가고, 비가 지나간 하늘은 깨끗하고 부드러운 천으로 창문에 끼인 물끼와 먼지를 말끔히 씻어낸 듯 투명하고 신선하게 비쳐 내마음속조차 파랗고 맑게 물들여주는 듯했다.
오늘은 이런 하늘을 바라보니 괜히 마음이 좋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호텔에서 숙박 손님들에게 제공해주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근처에 있는 미국 그로서리에 들러 마실물과 돼지고기, 핫덕, 과일 등을 사서 아이스박스에 집어넣었다. 점심과 저녁을 위한 준비식품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기밥솥에 쌀을 씻어 밥을 해 놓아 이미 식사준비는 넉넉하게 준비해놓은 상태다. 곧바로 우리는 근처의 40번국도 하이웨이를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낙스빌 시내에서는 75번국도와 40번국도가 함께 만나 몇마일을 겹쳐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서쪽으로 얼마를 달리다보면 Exit 368지점(40번국도)과 Exit 84지점(75번국도)에서 두 국도는 갈라지게 되어있다. 우리는 75번 국도를 따라 핸들을 남쪽으로 돌려 24마일을 더 달려 내려왔다. Exit 60으로 나오면 Sweet Water 시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도시에서 남서쪽으로 4~5마일가면 그 유명한 관광 명소인 Lost Sea Adventure를 만날 수 있다.
로스트 씨 어드벤춰는 1938년 미 연방정부에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에게 소개명령을 내리기전까지 이 동굴에는 체로키 인디언의 한 부족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동굴 속의 한곳(Council Room)에서 발견된 그릇, 화살촉, 무기, 장신구, 목각 등에서 그들이 살았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는데, 1820년대 백인들이 이곳을 차지한 이래로 이 동굴은 감자나 옥수수 콩 등의 농산물을 저장하는 음식물저장소로 쓰이다가 남북전쟁시기에 이르러서는 화약의 원료가 되는 Sutpeter가 출토되어 전략상으로 민간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삼엄한 경계를 받던 요충지역이기도 했다. 그 후 많은 시간과 세월이지나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이동굴이 지하호수와 함께 일반관광객들에게 개방이 되었는데, 이동굴속에 거대한 지하호수가 있다는 사실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05년에 그 동네에 살던 Ben Sands에 의해 이미 알려져 있었다.
1905년 봄 어느 날 불과 13세에 불과했던 어린소년 Ben이 비가 오지 않는 계절, 건조기(Dry Season)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바위틈을 발견해 그 안으로 들어가 동굴을 탐사하던 중 굴속 깊은 아래쪽에 넓은 호수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굴속의 안이 너무나 어둡고 잘 보이지 않아 호수의 크기를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궁리 끝에 소년 벤은 돌멩이를 던져 그 파장과 소리로 그 지하호수의 크기를 추정했다고 한다. 밖으로 나온 소년은 동굴 속의 거대한 호수의 존재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알렸으나 사람들은 이 어린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다.
1965년 소년 벤이 70대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이 동굴 개발에 꿈을 품고 있던 Van Michael이라는 사람에 의해 동굴 속의 호수를 발견하여 이 동굴을 Lost Sea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였다. 이곳은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에서 서남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미국 동남부지역에서 가장 넓고 큰 공간들로 이루어진 이 동굴은 미국에서 가장 넓은 지하호수이다. 동굴 속을 보기위해 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에 전등불을 켜놓아 관광객들은 안내인(가이드)의 인도로 동굴 속의 이곳저곳을 골고루 설명을 들으며 구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하 깊숙한 곳, 맨 아래쪽에 이르면 지하호수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 도착하면 밑바닥에 큰 유리가 달린 전기 배터리로 가동되는 배를 타고 호수를 돌아볼 수 있다. 배에는 배의 사공 겸 안내인이 동승하여 호수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며 호수 위를 한바퀴 돌며 관광을 시켜준다. 호수를 도는 중간지점에 이르면 주위에는 전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고 수면위로는 수많은 무지개송어들이 출몰해 관광객이 타고 있는 배 주위를 맴돌며 유유히 유영을 즐긴다.
이때 관광안내인은 준비해간 먹이를 고기들에게 물위로 던져준다. 그것을 받아먹으려고 어른 팔 길이보다 큰 커다란 송어들이 물장구를 치며 서로 간 먹이쟁탈전을 벌린다. 안내인의 말에 의하면 송어의 평균크기는 32인치이상이며 무게는 16파운드가 넘는다고 한다. 대단히 크고 무거운 송어들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곳의 송어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암흑, 어둠속에서 낳고 자랐기 때문에 시력이 퇴화되어 앞을 보지 못한다고 하는데, 내가보기에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먹이를 던져주면 우르르 몰려와 정확히 그 먹이를 찾아 겨냥해서 입안으로 집어삼키는 것을 보니, 눈이 보이기에 그렇게 찾아 입속으로 넣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누구 얘기로는 이곳에서 자연적으로 자생하여 살고 있다고도 하며, 또 어느 사람은 인디언들이 잡아와서 호수 속에 넣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모든 것이 너무 궁금하여 그곳의 어느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그의 말이 관광객들의 눈요기를 위해 인공적으로 잡아다 넣어서 먹이를 주며 살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무도 낚시도 하지 않고 잡지도 않으니 개체 수만 불어나서 저렇게 여러 마리가 깊고 차가운 물(온도 화씨56도)속에서 천적이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한다. 엄청나게 큰 송어들이 배 주위를 맴돌며 안내인이 던져주는 먹이를 겁도 없이 가까이 와서 받아 먹을때 관광객들의 탄성은 저절로 나온다.
신기하고 흥미로운 동굴탐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태양빛이 너무나 밝고 눈부시다. 무려 1시간반이 넘는 시간을 어둡고 침침한 동굴 속에서 보내다가 밝고 환한 밖으로 나와 햇빛을 보니 눈이 부실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곳을 나와 근처의 어느 공원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비어있는 배를 채우고 나서 관광을 해도 할 것이다. 커다란 나무 그늘 밑 식탁에 준비해간 음식들을 펴놓았다. 돼지고기는 저녁에 김치찌개에 넣어 먹으려고 다시 집어넣고, 큰 냄비에 물을 넣고 라면을 끓이기 위해 불을 붙였다. 물이 펄펄 끓을 때 라면을 부셔 넣으며 아침에 산 핫덕을 함께 썰어 넣었다.
이렇게 핫덕을 넣는 이유는, 작년가을에 스모키 마운틴을 여행하며 구어 먹고 삶아먹으려고 준비해간 핫덕이 있어 호기심에 라면 끓는 물에 함께 핫덕을 넣어 먹었더니 라면 맛이 끝내주게 맛있었다. 이번에도 핫덕을 넣어 라면을 끓여 먹어보니 역시 맛이 참으로 좋다. 거기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으니 다른 음식에는 손이가질 않는다. 명태꼬다리, 콩자반, 멸치볶음, 마늘쫑, 김 등등이 울고 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일행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20여마일을 내려와 Lake Ocoee Dam을 찾아 호수주위를 관광했다. 댐의 바로 아래쪽에는 산책길을 포함한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댐에서 흘러오는 급물살을 타고 올라오는 추라웃(송어)를 잡기위해 낚시꾼들의 부지런한 손놀림도 한가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펄펄뛰는 팔뚝만한 송어가 낚여 올라올 때 흰 이빨을 드러내며 희죽이 웃는 강태공의 미소에서 순수한 삶의 희열을 엿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강가주변에 내 고향에서 볼 수 있는 칡넝쿨이 즐비하게 널브러져있어 반가운 마음이 생겨났다. 그 외에 산딸기, 씨앗똥, 네잎클로버, 취나물, 묵나물, 등의 정다운 고향식물들을 만날 수 있어서 마음이 푸근해졌다. 호수 위 수정 같은 물위에 비치는 산.야의 풍경과 어우러진 수풀들을 감상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을 보냈다.
다시 시장 끼가 들어 저녁을 준비했다. 댐 아래의 공원벤치에 다시 준비해간 식품 및 음식들을 펼쳐놓고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였다. 양파와 고추장, 김치를 넣고 돼지고기를 손가락 반 정도로 썰어 넣고 10여분 끓이고 나서 밥과 함께 먹으니 일류식당의 메뉴가 부럽지 않다.
여행의 3대 즐거움이 놀고, 먹고, 보는 것이라고 했듯이 이 세 가지 만족에 5감을 더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일회용 플라스틱용기들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냄비나 밥통 기타 식기들은 깨끗하게 흐르는 강물에 그릇세척제로 깨끗이 씻어 페퍼타월로 물기 없이 닦아서 내일을 위해 박스 안에 잘 보관하였다.
해가 서산을 향해 숨바꼭질할 때 우리는 내일의 여행지가 가까이 있는 차타누가 시로 들어와서 깨끗한 호텔에 머물러 여장을 풀었다. < 1027 / 062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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