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뿌리 내림이 행복을 결정한다.

<김호진목사 / 올랜도 연합감리교회 담임>
뒷마당에 텃밭이 생겼습니다. 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한국에서 방문하신 장인 장모 어른들께서 만들어 놓고 가셨습니다. 손자들 보러 오셨는데 아시는 것처럼 어른들께 미국생활이란 창살 없는 감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무료한 시간 어떻게 보낼까 했는데 이렇게 텃밭이 생겨버렸습니다.
조그마한 뒷마당에 화분들을 꾸리고 상추, 파, 들깨, 고추를 심었습니다. 아이들도 호기심 가득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설마 저게 될까 뒷짐 지고 있었는데 웬걸 싹이 돋고 자라기 시작하더니 제법 텃밭 같은 모습이 나옵니다. 신난 아이들은 매일 아침 할아버지 할머니 인사보다 뒷마당 텃밭에 문안이 먼저입니다. 옆에 바비큐 그릴까지 있으니 삼겹살만 있으면 바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질 기세입니다. 텃밭이란 거 참 신기합니다. 아니 땅이 가진 신비한 힘이 놀랍습니다.
텃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당연하지만 재밌는 생각이 났습니다. 파를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면 며칠이 못 가고 시들어 버립니다. 그런데 텃밭에 옮겨 심으니까 며칠이 지나도 끄떡없습니다. 중간중간 된장찌개 끓일 때 잘라 먹었는데 멀쩡합니다. 잘린 곳에서 새롭게 파릇한 파 잎이 생깁니다. 분명 냉장고 안이 텃밭보다 더 좋은 환경입니다. 바람도 없고 비도 없고 벌레가 와서 괴롭히지도 않고 뜨거운 햇볕도 없어요. 그런데 파한테는 텃밭만큼 좋은 환경이 없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악조건이 그것에게는 최상의 조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뿌리가 땅에 심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땅의 생명에 뿌리박혀있기에 환경의 어려움을 이기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행복을 환경과 혼동할 때가 많습니다. 저 사람은 좋은 환경에서 사니까 행복할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집에서 태어나서 금수저를 물고 나왔으니 행복할 거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나도 좋은 환경을 만들 때까지 행복은 잠시 잊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식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행복할 수 있으니 지금은 참고 고생하자고 합니다. 그러나 행복은 좋은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좋은 환경은 편리함과 안전을 줍니다. 그러나 결코 행복은 좋은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행복은 주어진 환경을 이겨나가면서 생겨납니다. 몰아치는 비바람과 뜨거운 햇볕을 견뎌내면서 순간순간 맛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지요. 열매가 아니라 뿌리에 있습니다.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항상 행복해지려고 하다가 끝납니다. 환경 탓만 하다가 평생 불행한 삶을 삽니다. 부모를 잘못 만나서 내 꼴이 이렇게 됐다고 합니다. 남편을 잘못 만나서 내 팔자가 꼬였고, 아내를 잘못 만나서 애들이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합니다. 시대를 잘못 만나서, 이민을 잘못 와서, 직장을 잘못 골라서, 동업자를 잘못 만나서 등등의 원망과 불평이 그치지 않습니다.
영어 격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Bloom where you are planted.”(심어진 곳에서 꽃을 피우라). 아무리 좋은 나무도 환경 탓 하면서 이리저리 계속 옮겨 심으면 남아나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은 고사하고 뿌리째 말라 죽습니다. 그러나 작은 파 한 단도 심어진 곳에서 묵묵히 견디며 있는 힘을 다하면 뿌리가 내려집니다. 거대한 대지의 생명이 흘러들어옵니다. 냉장고 좋은 환경에서 시들시들 죽어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명과 행복이 있는 것입니다.
존재의 뿌리가 생명의 근원자에게 심기어질 때 행복한 것입니다. 어떤 환경과 역경도 이겨낼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파랑새를 쫓듯이 행복을 쫓아다니면서 낭비되는 인생이 아니라 거대한 행복의 물결이 우리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 바로 생명의 근원자에게 뿌리내린 인생의 축복입니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시편1:3)
지금 당신 삶의 뿌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환경에 있지만 행복하지 않으십니까? 지금의 환경이 싫어서 좋은 환경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나쁜 환경 나쁜 사람을 만나서 이렇게 되었다고 분노와 실망으로 뿌리 마른 아픔을 겪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금 당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변화입니다. 즉 하나님께 뿌리내림입니다.
며칠 동안 내린 비로 텃밭의 식물들이더풍성해졌습니다.오랜만에반짝이는햇빛이싱그럽습니다.땅에뿌리박힌식물들이행복의노래를부르는듯합니다.하나님께뿌리박힌인생의행복과축복이이와다를바없습니다.
<1012 / 021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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