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지록위마(指鹿爲馬)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작년에 한국의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명(21.8%)이 2014년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뜻, 즉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이 사자성어의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중국의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말이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호해는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오”라며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 한사람을 기억해두었다가 죄를 씌워 죽였다고 한다.
진실이 왜곡되고 거짓이 진실인양 위선과 가면 속에 사실로 둔갑되는 현실 속에 종교계의 비리역시 그 일부를 들춰보면 지록위마의 측면을 바라볼 수가 있다.
진실이 왜곡되는 것은 단지 교회 밖의 세상만이 아니라 진리를 가졌다고 하고 진리를 목숨보다 중하게 여긴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리를 왜곡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멸망의 길로 이끌고 있다.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미혹하여 진리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그 댓가로 호위 호식하는 종교 사업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세상이 교회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는 형국이 되었다.
일부 사회에서 보면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진리를 아는 사람들은, 교회가 더 이상 그 진리를 전하지 않는다고 교회를 떠나고 있다. 진리가 떠난 자리는 여지없이 비 진리로 채워진다. 어느 책에서 본 바로는 “가나안성도 교회 밖 신앙”,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 교회라는 건물과 제도 밖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찾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나안 성도들은 신앙이력이 미천하거나 나약해서, 아니면 저 혼자 잘나서 못 견디고 교회를 뛰쳐나간 사람들이 아닙니다. 신앙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이 고민한끝에 어쩔 수 없이 교회를 나간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 밖에서도 신앙을 져버리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나서 ‘신앙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앙을 유지하기위해 교회를 떠난다’는 레기 맥닐의 말을 인용했다. 신앙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떠나야했던 사람들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그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교회(목회자)가 잘못된 것일까?……..사슴을 사슴이라고 말하고, 말을 말이라 말하지 않고, 그리스도 예수님의 자리를 인간이 대체해버린 그곳에 머무는 것은 암묵적인 동의가 아니라 비 진리에 동참하는 것이고 비 진리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지록위마이다.
최근 일본의 아베정권이 한일간의 역사왜곡에 지록위마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 문화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돼있는 우리나라 문화재 설명에 임나(任那)란 표기가 쓰이고 있고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도 ‘임나 일본부’설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 일본 측의 역사왜곡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임나 본부설은 고대일본의 야마토(大和)정권이 4~6세기경 한반도남부에 임나본부란 기관을 설치해 해당지역을 백제, 신라, 가야 등을 지배했다는 설로서 일본 학계에서도 그 허구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또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가하면 한국의 꽃다운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 전쟁터 군사들의 성 노리개 및 노예로, 인간이하의 굴욕과 아픔의 상처를 남기고도 뻔뻔스럽게 위안부는 강제동원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이며 돈벌이의 수단으로 직업적 선택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속된말로 벼락을 맞아 죽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다. 역사왜곡에 혈안이 된 아베총리와 그 정권의 모든 수하인들이 아무리 거짓을 진실로 꾸미고 바꾼다 해도 이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이장폐천以掌蔽天)식의 어리석은 행위이며 지록위마이다. 역사왜곡은 우리의 민족혼(魂)과 지나온 역사의 사실과 진실을 부정하는 망동이기에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일본은 작심한 듯 독도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우익과 정치권이 독도를 기점으로 총 궐기하는 모습이다. 외교문제에서 누구보다 냉정해야할 총리까지 제일 앞장서서 거들고 나서고 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영토라고 주장한다면 같은 논리에서 대마도도 한국 땅이라고 주장해야하고 적어도 독도문제 처리에 유력한 카드로 활용해야한다. 왜 한국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지 야속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한단고기(역사의 기록, 1911년 계연수 펴냄~ 한민족의 신화시대부터 고려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책)에는 삼국의 분국을 설치해 통치했다고 되어 있고 삼국사기에는 신라가 지배했다고 기록되어있다. 신라시대에 이어 고려시대에도 우리조정에 조공을 바쳐왔으며 세종실록에는 “대마도는 본시 우리나라 땅”이라는 기록이 분명히 나와 있다. 1860년 김정호는 대마도를 당연한 우리나라 땅으로 표시했고 1908년 전해산이 제작한 ‘전국지도’에도 경상도의 일부로서 대마도와 큐수사이로 영토선이 그려져 있다. 애초에는 신라인등 한겨레가 살았고 신라 때에는 경상도 계림에 속해있었으며 대한민국정부수립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은 1949년1월7일, 이승만대통령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마도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영토라고 선언했다.
여기에 대해 이대통령은 대마도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조공을 바쳐온 속지나 마찬가지였는데 350년 전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이 대마도를 무력 강점한 뒤 일본 영토가 됐고, 이때 결사 항전한 의병들의 전적비가 도처에 있다며 배경까지 설명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지난 4월 9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그리고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같은 맥락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걸핏하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위자들은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일본의 망발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함구하고 있다. 그들은 지록위마라는 사자성어를 몰라서일까? 아니면 일본이 무서워서일까? 그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은 애국자인가? 비 애국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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