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 |
얼마 전 신문에 난 사건인데 부부싸움을 하던 중 남편이 분노에 차서 화를 못 참고 휘발유를 사와 집에다 불을 질러 부인과 가족이 화마로 목숨을 잃는 불행한일이 일어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가끔씩 발생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가정에서 남편이 가지는 위치의 하락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이 국내외적으로 발생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가속화되었고 남-여 평등의 양성화정책과 노력으로 인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 가정 내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부부간의 대화와 의사결정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입장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의 많은 남편들은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남편들이 많이 존재하며 이들이 부인으로부터 심각한 힐난과 비난을 받을 경우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아니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여자가 감히 남편인 자신에게 심한 폭언과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서 극심한 반발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해결책이나 부인을 제압할 수 있는 기능과 역량이 없다보니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고 폭력을 가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르며 극단적인 경우의 선택으로서 자살을 택하게 되는 불행한 사태까지 번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1950~60년대는 끼니 때우기도 어려웠던 시절, 남성은 전횡을 휘둘렀고 여성은 순종해야했다. 그러다 70년대는 부부의 갈등이 태동한 시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의식이 높아진 여성은 가끔씩 남편에게 대들기 시작했고 남편은 기가 꺾여서 움찔했다. 여성이 위상이 바뀌어 가정 내에서 칼자루를 쥐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부터이다. 여성의 취업인구가 늘면서 남성지배문화는 급속히 수그러들었다. 여성의 경제력향상은 자연스레 여성의 권리 찾기로 이어졌고 가족법개정문제는 민주화운동만큼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아내는 이제 남성의 폭력에 가출로 맞섰다. 90년대는 남성의 구속에 억압받지 않는 여성들의 이혼으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고학력으로 사회진출이 많아진 여성은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갑작스런 변화에 남편은 당황해했다. 결혼을 하고서도 직장생활은 계속했고 육아와 살림을 친정엄마가 곁에 살면서 다해주었다는 사례는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시는 유부녀를 보고도 놀라워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부인에게 매 맞는 남편이 부쩍 늘어나고 심지어는 쫓겨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으나 그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남편이 돈이라도 벌 때는 꾹꾹 참아줬는데 실직한 뒤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것은 더 이상 못 봐주겠다며, 인내심도 한계가 있다고 항변하며 이젠 서로가 잘났으니 걸핏하면 이혼한다. 이렇게 지나간 50여년의 한국의 가정사를 보면 역동적인 사회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의 여성권익이 시대의 발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신장하다보니 이제는 위상이 바뀌어서 여성이 남편의 윗전에 서있는 입장이 되었다. 이곳에 재미난 우스개이야기를 한토막 소개해드리겠다. 이제 부인들은 삼시세끼 남편에게 식사를 차려주는 것을 몹시도 부담스러워하며 그러한 남편들을 일컬어 간이 밖으로 나온 간큰 남편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집에서 밥 먹는 횟수에 따라서 아내가 부르는 남편의 호칭도 달라진다고 한다. 직장에 근무할 때는 평일에는 많아야 두끼를 집에서 먹는다. 그러나 퇴직을 하거나 은퇴를 하고 나면 집에서 세끼를 먹어야한다. 집에서 한끼도 안 먹는 남편을 영식(zero食)님이라고 부인들은 좋아한다. 한끼 먹는 남편을 일식(一食)씨, 두끼 먹는 남편을 두식(二食)이, 세끼 먹는 남편을 삼식(三食)이 세끼(새끼), 그리고 삼시세끼 식사 외에 간식에 야식에 술 마시고 냉장고속의 맛있는 음식들을 술안주로 깨끗이 청소하며 하루에 열번 이상 먹고 노는 남편을 항상 처먹는 십세끼 인간이라고 싫어하고 미워한다. 그래서 고물장사가 오면 윗돈을 얹고서라도 치워가라고 속으로 내심 바라고 원한다고 한다. 어쩌다가 오늘날 남편들의 위상이 이렇게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졌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남편들께서는 이제 부인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웃기기 위해 지어낸 유머지만 시사 하는바가 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씁슬한 기분이 지워 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2년전 8월 어느 날 나는 어느 여성회모임에 강사로 초청되어 많은 주부님들 앞에서 “가정에서 남편의 위상”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다과를 나누며 여러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자리에서 우연히 옆의 어느 30대여인과 나이가 60이 넘어 보이는 초로의 우하한 자태의 교양이 넘쳐 보이는 부인과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아마 젊은 여인은 초로의 부인남편이 옛날 스승님이었나보다. 그분들의 대화를 이곳에 소개 해 드리도록 하겠다. “요새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지내세요?” “응 엄청나게 바쁘셔” “뭘 하시는 일이 있으신가보죠?” “가까이 사놓았던 텃밭에서 하루 종일 엎드려 있다가 와” “그렇군요. 은퇴하시고 그래도 할일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이따가 나하고 우리집에 가서 상추하고 고추, 깻잎 좀 가지고 가” “아닙니다” “많아서 그래. 나눠먹으면 좋찮아. 선생님도 좋아하실꺼구” “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귀여운 삼식이라고 하던데….” “아이구 그런 말하면 못써. 평생을 힘들게 일하며 가족 먹여 살리느라고 애쓰셨는데, 이제는 마음 편하게 더 잘해드려야지, 그래서 요즘은 하고 싶은 말도 잘 안하고 마음 편하게 지내시라고 따듯한 밥이라도 정성 드려 차려드리고 있어” “와 사모님 말씀 들으니 제가 왜 감사한마음이 생겨나지요?” “요즘 남자들 너무 불쌍해. 시대가 변하다보니 아내 눈치 보느라고 기운이 없어 보여. 신랑한테 잘해줘라” “네” ‘내가 남편을 존경해야 아이들도 따라 하는 법이야” 곁에서 그녀들의 대화를 들으며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사랑이 가득한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나의 마음도 덩달아 기쁨이 넘치는 흐뭇한 하루였다. 두분께 행복하시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해로하시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드렸다. <myongyul@gmail.com> 918/0305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