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렬칼럼> 부부 (夫婦)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남남이던 사람이 서로 만나 부부가 되면 살을 맞대고 피를 섞는 삶을 맺는다. 즐거우면 함께 즐겁고 괴로우면 함께 괴로워하면서 일생을 엮어가는 부부는 척(戚)을 새롭게 잇고 넓혀나간다. 서로 아낄 줄 아는 부부는 삶을 부유하게 만든다.
비록 재물의 양을 따지면 가난한 가정일지라도 남편과 아내가 서로 손을 맞잡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 가면 삶을 보람되고 소중하게 하는 마음을 서로 나눌 수가 있다.
어느 부부의 삶의 얘기를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소개하여드리겠다.
서울의 어느 교사가 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선생님은 가정이 가난하다 보니 자기부모님과 가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하고자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 수업을 했다. 그는 열심히 가르치고 그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은 성적이 올라가서 모두 좋은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이쯤 되니 이 선생님은 명성이 자자하여 일류학원에서 거액을 주며 서로 초빙하려고 인기가 하늘처럼 높게 치솟았다고 한다.
이제는 가정형편도 좋아지고 자식들도 잘 자라주었으며 아리따운 아내는 살갑게 대해주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편은 집으로 귀가하던 중 술 취한 뺑소니차량에 치어 크게 다쳐서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병원생활이 어언 2년여가 넘어 그 교사는 깨어났으나 그의 부인은 병석의 남편을 버리고 이미 1년 전에 가출(이혼)을 했다.
한국의 정부 모부처에 고위관리직으로 근무하던 여성 한사람은 자기남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있는 동안 학비일체와 뒷바라지를 하면서 지내고 있던 중 갑자기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되자 남편의 병구완을 위해 자신이 다니던 좋은 직장을 버리고 사표를 낸 후 미국으로 건너왔다. 남편은 교통사고로 만신창이가 되었으나 부인은 실망하지 않고 재활에 혼신을 다하여 뒷바라지를 했다. 피나는 노력과 간병 끝에 아내의 도움으로 남편은 정상에 가까운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 지금은 유명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행복한 부부의 삶을 유지하고 재미있게 살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곁의 이야기이다. 미국최초의 국무장관을 지낸 91년 걸프전의 영웅 콜린 파월 장군의 아내 이야기이다. 전쟁의 영웅이 된 파월장군이 차기대선 주자로 떠오르자 대권도전을 극구말린 사람이 바로 그의 부인이었다. 그 이유는 “당신이 대통령후보로 나가게 되면 흑인이기에 암살을 당하게 될 위험 때문에 나는 당신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러니 대선후보로 나가는 것을 거두어 주십시요” 그래서 그는 아내의 말을 듣고 대선후보 불출마선언을 했다.
미국은 백인우월주의가 있기 때문에 백인계층의 암살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내의 말을 들은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는 말하기를 부부사이는 물질이 풍요해서만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또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해서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부부간의 사랑이 애틋함이 있는 부부가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부부들이 있다. 개중에는 못된 남편이나 나쁜 아내가 많다.
그러나 많은 부부들이 참고 견디며 상대의 흉허물을 덮어주고 이해해가며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을 보고계시는 여러분들께서 바로 그런 부부들이다. 여러분들께서는 부부간에 서로 호칭해서 부르는 여보와 당신의 칭호를 아시는지?…
여보(如寶)는 같을 如자에 보배 寶이며 그 뜻은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하는 말이며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아야 된다고 한다. 남자를 보배 같다고 하면 좀 어색하고 맞지 않는 말 같다.
그리고 당신(當身)이란 말은 마땅할 當자와 몸 身자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다는 뜻의 당신이란 의미이며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다보니 지금은 여보, 당신이 뒤죽박죽이 되었고 아내를 보배같이 생각지도 않고 남편도 내 몸처럼 생각지도 않으면서 여보와 당신이란 말이 높여서 하는 소린지 낮추려고 하는 소리인지 잘 모르고 편리한대로 쓰고 있다. 즉 나의 말인즉 이 여보와 당신은 함부로 할 수 없는 소리인데 함부로 쓰고 있다는 얘기이다. 영국의 속담에 “남편이 없는 아내는 지붕이 없는 집과 같고, 아내가 없는 남편은 잎과 가지가 없는 나무와 같다”고 했다. 아내는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남편은 아내를 존중하고 보배처럼 여기며 사랑하며 살아가자.
결혼을 하고 사는 부부 중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겠는가?…….! 하루 한시도 보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못살 것 같은 달콤한 세월은 흘러가고 뜨거운 사랑의 포옹과 열정은 언제부터였던가 이제는 모두 식어가고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상대를 배려하는 뜻으로 사랑을 말하면서도, 근사해 보이고 잘 살고 있는 다른 부부들을 보면서는 때로는 후회도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이고 돈 많이 벌어와 호강시켜주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편으로 생각하기에, 서로 간에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마땅해 하고 미워하며 때로는 괴로워하면서 살아가는 게 우리네 통상적인 부부들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가 귀찮고 번거롭고 엄두가 안 나며 어느새 몸과 마음도 늙어서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열번 모두다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새끼들 때문에 돌아서서 눈물 짖고 한숨쉬며 선뜻 행동에 못 옮기고 주저룰러 앉아서 못나빠진 남편(아내)만 이가 아프도록 속으로 씹고 있다.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훈장처럼 귀금속 달고 다니는 친구, 값비싼 고급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목에 힘주며 명함 내미는 친구, 이러한 잘살고 잘 나가는 친구들 때문에 세상 살맛은 쓴맛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날들이 흘러갔지만 은행에서 돈 빌려 집을 산 융자금이 먹고살기가 바빠서 이자만 갚다보니 아직도 원금은 제자리걸음이다. 능력이 없고 돈도 없고 형편이 펴지지 않아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아이고~ 내 팔자야…..하며 팔자타령을 해봐도 변하고 잘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신세타령 팔자타령의 근심 걱정 속에 스트레스만 쌓여 어느 날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길에 눈썹을 휘날리며 두 다리가 안보이게 0.5초 내로 달려가서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꼴 보기 싫고 지겨워하던 내 아내이고 나의 남편이다.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과 함께 영원토록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좋으니 저 사람의 배필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꾹꾹 눌러 참고 견디며 내일이면 오늘보다는 나지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감으로 자라나는 새끼들을 보며 희망을 갖고 오늘을 살아간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 셋방살이 하면서도 첫아이 낳던 날 부부가 어깨를 들썩이며 부등켜 앉고 흘렸던 눈물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부모의 상(喪)을 같이 치르며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마주보며 “우리는 죽어서 무덤 곳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고 약속했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은 죽음에 의해 서로가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언젠가는 두 사람에게 찾아올 것이기에 사는 날까지 미워하지 않고 온돌방에서 느끼는 것 같은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따스한 온기로 감싸주며 무덤 속에서도 함께 누울 것을 재다짐 해보며, 하루가 다르게 하얀 머리가 나타나는 배우자의 얼굴을 애처롭게 바라본다. 나 때문에 고생하고 힘들게 살아온 과거를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마음이 담긴 따듯한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다가가서 살며시 귓속말로 “그래도 세상에서는 나 밖에 없노라고…..그래도 세상에서는 당신이 제일 좋고 당신밖에 없노라고……” 말해주며 살프시 따스한 나의 입술을 대고 뽀뽀를 해준다….. 당신이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myongyul@gmail.com <873/03272013>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