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나로호” 감상법

지난 달 26일 발사하려던 나로호 3호가 또 한번 무산된 후 “나로호”를 제대로 감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5천억원의 돈을 소비한 나로호, 그 실체와 본질부터 알아야 할 이유다. 정녕 한국인의 축제인가? 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다. 한국 땅에서 쏘아 올려보려는 러시아 제시제품의 시험장에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축제분위기 인가? 러시아제 추진로켓을 마치 한국기술진에 의해 제조 조립된 한국제 발사체 인양 국민을 속이려는 정부의 홍보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럼 정부의 속임수에 언론까지 왜 북치고 장구치며 동조하느냐는 항의도 있을법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내년 4월까지로 기한이 정해진 것을 정부의 지시로 대선 전 발사로 전환해 자칫 졸속으로 인한 발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언론도 있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불발탄으로 적중했다.
2013년 봄으로 3차 발사시기를 정하고 추진 중이었으나 지난 7월 정부(교과부)로부터 발사를 6개월 앞당겨 강행하라는 느닷없는 지시에 준비기간의 촉박함을 들었으나 막무가내였다. 미국 NASA같으면 정부의 지시로 발사일정을 앞당긴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여기에서 정부측의 10월 발사 결정설을 두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또 그때만 해도 내곡동특검법이 거론되던 시점이고 하니 발사 성공으로 특정정당에 대한 대선홍보효과 및 특검 물타기 용으로 맞아 떨어진다는 계산이 깔렸다는데서 대선용 이벤트라는 말도 나온다.
서두를 일이 따로 있다. 모든 것을 임기 내 종료로 치적을 쌓으려는 끝에 졸속성을 면치 못한 4대강 사업은 이미 숱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고 경복궁 현대미술관 공사도 공기단축으로 잿더미 속에 파묻혔는데 나로호 마저 잔재주를 부리며 서두는 것을 보고 이명박쇼는 국민적 신뢰에 또 한번 빨간불이 켜졌다는 쓴 소리도 나온다.
그리고 나로호 3호 발사에 발목을 잡은 동전 크기만한 고무링은 바로 미국 첼린저호 참사를 불러일으킨 원인이 된 똑같은 종류의 부품이다. 그 문제의 고무링 사건만 해도 너들은 알 것 없다는 식으로 곧바로 모스코바로 보내 제품 제작과정의 하자 유무를 확인하려는 절차의 와중에서도 한국과학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나로호 발사 과정, 특히 1차 발사추진로켓 근처에는 한국기술진들의 접근이 원천봉쇄 되어있으며 그 어떤 중요한 데이터 하나도 한국은 열외다. 러시아인들 저들끼리만 숙덕거리는 철저한 “인의 장막”속에 완벽하리만치 한국은 따돌리며 수백 명의 보안요원들까지 상주 시켜 밀착 감시 하고 있는 그곳은 러시아 기술진 위주의 완전 일방통행로다. 그리고 끝내 뭐가 잘못되고 한국에 엄청난 불이익이 와도 원인규명을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물론 처음 계획안으로는 한국측 참여가 가능했지만 미사일통제체제(MTCR)위반논란으로 애초 작성된 한. 러 공동계발계획안은 폐기되고 기술이전도 금지되자 러시아는 로켓기술 보호차원에서 한국에서 조립키로 했던 약속도 파기했다. 러시아에서 조립한 시제품을 한국에 제공하고 발사시험까지 해주는 것으로 2천억이 넘는 돈을 뜯어갔다. 껍데기에 대한민국이라는 글자를 썼을 뿐 러시아제 로켓일 뿐이라는 데서 한국민들이 흥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일단계 추진로켓 부근의 접근은 물론 평시에도 러시아 요원들이 발사대 주변 및 주요 시설물들을 감시하고 있다.
문제는 과학이든 무슨 분야에서든 특히 정치성 이벤트화 하려는 저의 속에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에 무턱대고 동의하고 흥분하지는 말자는데 있다. 물론 정부의 발표나 홍보에 의심을 하는 건 왕따로 몰리고 불그스레한 딱지가 붙으면서 불이익을 당하는 수도 있다. 한국사회는 아직 정부발표에 의심할 자유까지 허용하는 재량은 부족하다. 해외동포사회도 마찬가지다. 허지만 이젠 딱지가 붙고 안 붙고 그런 유 불리의 논리에 더 이상 파묻혀서는 안 된다. 꼭 로켓발사체에 얽히고설킨 문제만을 꼬집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kwd70@hotmail.com<854/1112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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