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평창”에 안 미치면 국민 아니라는 민 차관의 무 논리 미칠 자유만 있고 걱정할 자유는 없다는 말인가!

<김원동칼럼> “평창”에 안 미치면 국민 아니라는 민 차관의 무 논리
미칠 자유만 있고 걱정할 자유는 없다는 말인가!

삼세판에 일구어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소식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쁘지 않았을 한국인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래서 더러는 미치도록 기쁜 날이기에 식당에서는 공짜 파전도 나오고 파마도 공짜로 해준 미장원도 있었다고 들린다. 아름답다 못해 자빠질 지경이지 냄비근성 운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건 진심이다.
그러나 좋은 잔치 좋게 마무리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적자라도 나면 큰일이라고 염려하는 측인들 왜 없겠는가.
필자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물론 북미주 동포사회의 언론에도 보면 올림픽 유치라는 활자 밑에 이런 저런 인사들의 코멘트가 나온다.
조심스럽게나마 걱정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걱정하는 멘트도 양념용이라도 하나쯤 섞여야 구색이 맞는데 이건 그게 아니라 좀 아쉽다.
필자처럼 행여 올지 모르는 후환도 조금은 걱정하면서 축하한 사람들은 인터뷰 대열에서 늘 찬밥신세로 열외기수다.
그건 뭐 별로 대수롭잖은 일로써 그렇다 치고 문제는 IOC 위원장이 다음 주최지로 “평- 창”을 외치는 순간을 맞추어 방정맞게 튀어나온 민동석이라는 외교부 2차관의 형편없는 막가는 발언을 짚어본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달갑게 보지 않는 사람은 국민이 아니다”에 이어 미치는 대열에서 물러나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자”라는 상스러운 망언이다.
유신을 비판하던 사람들에게 협박하던 꼭 그때 그 모습이다.

필자는 올림픽 유치에 비판자도 방관자도 아니다. 그럴 이유도 없다.
그런데 “평창”에 미쳐버리기에 앞서 축포속에서 공포를 느낀다.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순수한 심정에서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반대자인 양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듯해서 하는 말이다.
이름 알아 무엇 하려고? 살생부라도 만들겠다는 건가!
삼청교육대 악몽을 재연하는 정말 막가는 발언이다.
그리고 1차관과는 달리 2차관은 외교통상부 직제 상 재외동포 업무를 총괄 시행하는 재외동포영사국을 휘하에 둔 동포문제에 관한 한 주무 차관이라는 데서 재외동포사회를 두고 겁박(劫迫)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필자도 “평창”에 올인 하며 “묻지마”식의 집단히스테리를 일으키는 듯 하는 그 대열에 들어가기보다는 우선 필자가 살고 있는 캐나다 땅에서 지난해에 치루어 졌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대해 비교해 보는 입장이다.
동계올림픽 후 100억 달러의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형편을 감안하면서 축하보다는 적자가 나면 어떨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빙상경기에 관한 유치 문제라면 캐나다 밴쿠버는 경쟁력 있는 곳이다.
세계적인 명문인 프로 아이스하키 팀이 있고 어려서부터 빙판을 뒹굴며 설국(雪國)의 낭만을 만끽하며 사는 곳이다.
그런 밴쿠버에서 특히 적잖은 기존 시설 이용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 외에도 동계올림픽 역사상 적자를 면한 나라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만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그런데도 아니 좋은 의미에서 걱정이 앞서는 필자 같은 사람들의 이름을 비판자로 매도하며 “똑똑히 기억 해두자”는 무서운 발언을 대한민국 외교사령탑의 부사령관이 했다는 기막히고 너절한 뉴스다.
어느 공직자보다 세련된 매너와 정제된 언어구사가 필요한 외교관 입에서 나왔다는데 정말 기가 막힌다.
평창 열기에 휩쓸려 미치지 않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가는 “국민이 아니다”라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창에 미치지 않는 사람은 졸지에 무국적자 신세라도 만들어 버리겠다는 보복성 발언이 아니고 뭔가. 한때 미국쇠고기 수입협상의 대표로 있으면서 광화문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으로써 물러났다가 MB의 대표적인 오기인사로 일약 외무부차관에 등용된 이명박의 측근 동업자이기는 하다. 그래서 묻지마 충성용의 총대를 메야 할런지는 몰라도 이건 한참 아니다.

지난 올림픽 유치전에서도 IOC위원들의 최종투표가 있기 직전에 개최지로 유력했던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온 일단의 애국자(환경보호자)들은 자국의 유치를 반대하는 시위도 벌렸다.
그리고 이번 한국과 경쟁국이었던 독일에서도 환경파괴 등을 우려한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을 그 나라 외교부 차관이 똑똑히 봐두었다가 자국국민이 아니라며 무국적자로 만들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거듭 말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라는 사실에는 쌍수 들어 환영한다.
문제는 이걸 기화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에 대한 경계심은 늦출 수 없다.
생색은 현 대통령이 내고 설치지만 거들 난 국가살림의 빈 곡간을 넘겨받을 다음 정부에서 치루어야 할 곤혹스러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올림픽기간 동안의 편의를 위해 9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다는 인천- 평창 간 특급열차 KTX왕복 노선의 신설이라는 데서 이게 제 정신인가 걱정을 금할 수 없다.
올림픽기간이 끝나고 더 이상 아무런 가치도 없어지고 나면 그 어느 날부터인가 녹 쓴 기차길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 한다.
끝내 고철(古鐵)로 팔아먹을 때다.
국민혈세라는 부담에 지금 평창을 외치며 미쳐가는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올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그 걱정이 올림픽유치가 결정되는 순간에도 이명박 괴뢰도당을 외쳐대던 김정일 일당을 향한 충성심에서 개최 이틀만에 야당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남북공동 주최설 보다 나에게는 더 심각하게 와 닿는다.

올림픽 유치에 따른 이익 창출 만해도 극도로 희박한 경제성을 외면한 산업연구원 등의 20조에서 60조까지 마구 뻥튀기 숫자를 남발하는 그 정부어용기관의 연구소 발표들을 곧이 믿는 경제학자들은 없다는데도 걱정은 따른다.
국운융성도 국위선양도 아니다. 동계올림픽을 통한 국격 상승도 이젠 아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구촌 곳곳을 질주하는 와중에 더 이상의 극적효과를 기대할 이유도 없다.
60- 70년대 초라면 모를까 말이다. 고속철이라는 황당한 투자만 삼가고 적어도 본전치례라도 할 수 있는 평창 올림픽이라면 할 만 한 잔치다.
그러나 그렇게 안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 글을 쓰다 보니 민동석이라는 못난이에게 고스란히 내 이름을 똑똑히 신고하는 꼴이 됐다.
허나 35년 전에 캐나다 국적을 가진 나를 무국적자로 만들 재간은 없을 테니 다행히 별 걱정은 안 되는 터다. 민동석, 천하에 몹쓸 인간 같으니라고…..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발 벗고 나섰던 많은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특히 조국과 부모에게 버림받은 입양아 출신 메달리스트 토비 도슨이 올림픽 평창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활약한 부분에 대해선 간땡이 굵은 나도 순간 눈시울 붉혔다.
태극기의 물결속에 그 환호와 열광속에 그의 느낌은 남달랐을 것이기에 그렇다. 토비 도슨의 가슴속을 휘졌고 내렸을 그 뜨거운 눈물!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를 보는 그 자체였다.
끝으로 “올림픽 유치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 이라는 항간에 회자(膾炙)되는 말도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어 여기 첨언해 둔다. (kwd70@hotmail.com) <791/201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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