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불효자는 웁니다”

<김원동칼럼> “불효자는 웁니다”

한국연예계에 “규리의 전성시대가 왔다. 기존 활동하는 여배우들 중 김규리 이규리 남규리가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규리가 떴다.
다름 아니라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서울중심가인 광화문 광장이 해방구가 되면서 무정부시대를 방불케 했던 그 때다. 이번에 김규리로 이름을 바꾼 김민선이라는 배우는 화약고에 기름을 붓는 역할로 좌빨 데모꾼들을 광화문 광장으로 모으는데 결정적 공로를 세웠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 수입하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달라”고 선동질을 했다.
그 청산가리 파동의 주범인 김민선을 상대로 대표적인 미국소고기 수입업체인 A Meat 측은 그녀를 상대로 적잖은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으며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몇 일전에도 양측의 법정대리인들 간에 서울지법에서 공방전이 오갔다.
물론 소송이 진행 중인 탓도 있겠지만 김민선은 그 후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지나다가 최근에 다시 연예활동을 재개할 목적으로 이름을 김민선에서 김규리로 바꾸었다고 소속연예사를 통해 밝히고 나왔다. 김민선이라는 이름으로서는 도저히 정상적인 연예활동이 불가능했다는 뜻에서 개명했다는 말에 앞서 그는 태연하게 어렸을 때 부모들이 규리라 불렀기에 규리로 이름을 바꿨으며 새로운 이름으로 주민등록증도 받았다며 애써 태연한 척 했다.
문제는 오리지널 김규리다. 나이도 김민선과 동갑인 설흔이고 이름도 김문선과 김민선으로 헷갈리고 아름다운 용모도 비슷하니 동명이인이라기에는 혼동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김규리는 태연한 척 하는 눈치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은 인기와 함께 쌓아올린 인지도 때문에 예명이든 본명이든 이름을 바꾸려들지 않는다. 신성일은 연예계 데뷔시절 신상옥 감독이 지어준 신성일이라는 이름을 연예계를 은퇴한 지금까지 지킨다. 본래의 성인 강씨를 같다 붙여 성이 두 개나 나란히 하는 강신성일로 그 이름을 애지중지 이어나간다.
노빠 연예인의 이름 바꾸기는 김민선 뿐 아니다. 대표적인 노빠 음악인이었던 윤도현의 날리던 이름 “윤도현 밴드”도 “YB”로 바뀐지 몇 달 지났다. 이어 노빠 연예인 김민선도 개명했고 최근 방송에서 퇴출당한 노빠 방송인 김재동은 어떤 이름으로 바꿀지 궁금하며 특히 노빠라기 보다는 노무현 시절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며루치 대가리”로 표현하며 희롱하든 반”MB연예인”으로 낙인찍힌 김구라의 운명도 아슬아슬하다. 그야 김구라가 예명이니 본명인 김현동으로 안동김씨 가문으로 원대복귀하면 그만일 테지만 말이다.
개명(改名)이 개명(改命)이 될 수는 없다. 이름을 바꾼다고 운명이 바뀔 리가 있겠는가, 점쟁이들이 용돈 벌려고 하는 괜한 소리지, 나역시 부르기 좀 딱딱한 이름이지만 부모가 지어준 이름에 감사하고 산다. 하기사 종손인 내가 이름을 어이 바꾸겠는가만….
나는 일본 제국시대 마지막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4월에 입학하여 8월에 해방이 되었으니 고작 넉달만의 일이다. 그런데 입학 첫날 내 이름 김원동이 “가네오까 갠도”라는 엿장수 마음대로 갔다 붙인 명찰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본의와 무관한 개명이었다. 국가 잃은 슬픔 운운할 나이도 아니지만 쬐금 화딱지는 났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항의했더니 “왜놈들의 발악이다. 머지 않다”면서 조금만 참으라며 괴로워하시던 모습이 오늘따라 떠오른다. 그런데 가네오까 갠도 라는 이름에 흥분했던 여섯 살짜리가 아무런 흥분도 없이 누구에게 항의할 것도 없이 내 스스로 원해 “리쳐드 김”으로 캐나다호적에 올라있다. 이런 불효가 어디 있는가! 단골집 “서울역”이라는 노래방을 찾아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애창곡을 목아 불러볼 계획이다. (kwd70@hotmail.com) <714/200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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