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대통령 전용기에 얽힌 일화들

▲한국을 국빈 방문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나온 시민과 학생들을 향해 함박 웃음을 지고 있다.

▲한국을 국빈 방문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나온 시민과 학생들을 향해 함박 웃음을 지고 있다.

<김원동칼럼> 대통령 전용기에 얽힌 일화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어지던 대통령전용기문제가 최근 예산안이 통과됐다.
몇 해 전 노무현정권에서 있었던 대통령전용기 도입문제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한나라당 원내총무 이재오 의원은 “5만원의 전기세를 못내 촛불을 켜고 살고 있는 빈민들이 얼마인데 무슨 전용기타령이냐”고 방방 뛰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여당으로 집권하고 난 후에 보니 이젠 전기 대신 촛불 켜고 사는 사람이 없어졌는지, 그리고 악을 쓰고 덤비며 반대하는 야당도 없이 스무스하게 전용기 구입 안이 통과됐다.
대통령 전용기에 얽힌 일화도 많다. 국고로 구입한 자가용전용기와 일정기간 임대해 쓰는 나라도 있다. 일시불 구입이건 빌려 쓰던 적잖은 경비가 든다. 그리고 전용기 사용에 관한 보다 효율성문제도 있다. 허세보다 실익이 없을 때는 대통령 스스로 근검절약의 솔선수범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국빈자격으로 한국을 찾아온 페루대통령의 사례가 그렇다.
전용기를 두고도 일반석 표를 사서 온 페루대통령 같은 이가 있는가하면 핵문제로 서방측과 충돌을 일삼아 오는 이란 대통령도 전임정권에 의해 결정되어 도입한 비행기를 “나는 아직 전용기가 아니어서 불편을 겪어본 적이 없다”며 민간항공사에 처분해서 다른 좋은 용도로 써 달라는 말을 했다.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전용기 이름도 다른 나라들처럼 공군1호기 같은 그런 명칭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나라다운 “탱고 1″로 표기되어 낭만의 나라 대통령전용기다운 모습을 엿보게 하며 이스라엘은 새 비행기보다 3배 정도가 헐한 값의 중고비행기를 전용기로 구입하여 항상 전운(戰雲)이 감도는 그 나라 공중을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국민 혈세 절약이라는 차원에서 실리와 명분을 따져 전용기 사용의 남용을 막기도 한다.
최근(11월11일) 한-페루간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이 수행원 5명을 대동하고 일반 여객기를 타고 서울을 찾았다. 그가 뉴욕을 경유 서울로 오는 비행기 표를 3등칸으로 끊었다는 사실을 JAL(일본항공)이 알아내고 관례상 Code one 대우에 해당하는 조치로 2등칸(비지니스 칸)으로 자리를 옮겨주었다는 후문이다.
페루는 대통령전용기가 있다.
그러나 나라밖으로 나가는 데는 전용기 사용을 대통령 스스로가 삼가 한다. 외유 시 1회 소요되는 전용기 비용만 아껴도 시골에 자그마한 병원 하나를 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라는 보도를 보니 참으로 대단한 나라에 존경받을만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행원도 5명만 대동하고 온 것은 6명부터는 초청국 부담이 아니고 자국 부담으로 체류비용을 지불한다기에 국고 절약 차원에서 그렇게 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분명 밝은 미래가 있어 보인다. 국고에 전혀 무관심인 한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기에 해보는 말이다.
그리고 가르시아 대통령이 떠난 이틀 후에는 적잖은 수행원들이 동승한 채 이명박 대통령 일행은 엄청 큰 비행기로 페루대통령이 내린 그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APEC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떠났다. 같은 공항의 활주로를 내리고 뜨건만 비행기 무개만큼이나 국민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엄청 다른 수준의 차이점을 느꼈다. 실익(實益)과 허세(虛勢)가 교차되며 내리고 뜨는 그 말없는 인천공항 활주로!. 그리고 병원 한 채를 지을 수 있다는 소박한 애국심을 한국 땅에 교훈으로 남겨놓고 그는 떠나갔다. 귀로의 3등석 비행기 안에서 시골병원 건물의 청사진을 그리면서 태평양 상공을 날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kwd70@hotmail.com) <713/200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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