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김두환이 그립다” 

<김원동칼럼> “김두환이 그립다” 

안동 김씨 문중의 후손인 장군의 아들 김두환! 1934년 18세 나이에 그는 구마적 신마적을 보기 좋게 때려눕히고 우미관 뒷골목의 주먹황제로 등극했던 주먹에 관한한 가히 신화적인 인물인가 하면 낭만주먹의 시효로 불리기도 한다.
종로는 물론이고 전국을 휩쓸면서 일인주먹시대로 통일한 김두환은 당시 주먹 외에 다른 무기 사용이나 패거리로 작당하여 회칼 몽둥이가 아닌 1:1의 주먹대결의 승리로써 보스가 되던 그 시절의 불문율을 지켰던 주먹황제였다. 이권에 개입하고 사채놀이로 신체의 장기까지 뜯어 가는 조폭으로 불리는 지금의 깡패들과는 완전 질이 달랐다. 일본상인이나 야쿠샤 혹은 일본 관헌들에 의해 침탈 당하던 조선상인들의 보호를 위해 주먹을 즐겨 섰던 실화는 몇 해 전 안방극장을 달구었던 “야인시대”라는 연속극에서도 볼 사람은 다 본 터다.
그 낭만의 주먹시절의 불문율을 깬 것은 동대문 사단의 이정재 휘하 대원들이 이화룡의 명동사단 고문 격이었던 시라소니를 집단 린치 하면서 낭만주먹시대는 금이 갔고 이어 명동 사보이 호텔에 침입한 호남파 조양은의 각목부대에 의한 명동유혈입성으로 맨주먹으로 실력을 가르던 주먹시대의 추억은 무대 뒤로 완전 사라졌다.
낭만주먹시대에는 한 사람을 상대로 떼거리 지어 폭행하는 것은 아주 치욕적인 일로 여겼다. 반듯이 1:1의 대결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기습과 다구리가 없이는 나와바리(구역) 전쟁을 치룰 수 없는 작금의 조폭사회는 사회 구석구석에 악의 씨를 뿌리고 있다.
오늘 얘기 해본 낭만시대의 주먹론은 “김두환이 그립다”는 제목의 본뜻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1966년 9월22일에 있었던 국회의원 김두환에 의한 국회오물투척사건과 연결지우는 쪽이 났기에 하는 말이다.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병철이 자신이 세운 비료공장에 쓸 재료라고 속이고 밀수입한 사카린원료 위장수입사건 때의 일이다..
김두환에 의한 오물투척 사건발생 일주일 전 경향신문에 의해 폭로된 이 사건에 이병철을 감싸는 정부측의 태도가 정의의 사나이자 장군의 아들로써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데 까지 간 것이 사건발생의 본질이다. 대정부 질문을 하겠다며 전날 밤 파고다공원 공중 화장실에서 퍼 온 인분을 고운 보자기에 싸들고 등단한 김두환의원은 보자기를 풀자마자 정일권 국무총리에 대고 쏟아 부었다. “개소리 하지말고 이거나 먹어”라며 뿌린 후 그는 자신의 행동을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불만의 표시”라고 말했으며 세계 의정사상 유례없는 그의 돌발적 행동에 국민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김두환이 그립다”라는 본 칼럼의 제목은 필자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다.
별 아홉개짜리 비리백화점인 국무총리 지명자가 국민들이 극도로 흥분한 가운데 혼란스러운 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 표결이 있었던 날이다. 인준할 수 없다는 야당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의해 통과되었고 국회의장이라는 사람이 “인준 안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는 방망이 소리가 들릴 때 총리후보 당사자는 물론 인준안을 통과시킨 거수기들과 국회의장에게 김두환처럼 오물을 갖다 붓고 싶었다는 어느 네티즌이 괴로운 심정을 달랠 길 없었다며 9월28일자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 제목이 “김두환이 그립다”는 내용이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정말 멋있는 글 제목이었다. kwd70@hotmail.com <707/200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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