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밥값”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누가 지불했는지는 모르지만 북한에 밥값을 내고 풀려난 개성공단의 현대근로자 유성진씨.

누가 지불했는지는 모르지만 북한에 밥값을 내고 풀려난 개성공단의 현대근로자 유성진씨.

<김원동칼럼> “밥값”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밥값”에 얽힌 이야기는 많다. “밥값 한다”느니 “밥값 좀 하라”는 말과 함께 별의 별 밥값타령이 다 있다. “제발 밥값 좀 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곳은 한국의 국회의원들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살다보면 국민 혈세로 축 내는 밥값은 지지리도 못하면서 본분을 망각하고 거드럼만 피우는 밥값 못하는 모국 공관장들도 종종 본다. 그런가하면 엄청난 연봉을 받는 투수가 만루홈런이라도 맞는 날엔 밥값 못하는 투수, 반대로 홈런을 친 타자는 밥값 하는 선수로 관중들의 열광 속에 기립박수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옛날 어릴 때 많이 본 일이지만 실컷 먹고는 배째라며 막무가내로 나가는 무전 취식파로 불리는 상이군인이나 동래깡패들도 있었다.
그러나 위의 경우와는 좀 다른 밥값문제다. 엄청 비싼 밥값 앞에서 필자도 당 한 적이 있다. 백악관 근처의 어느 호텔 식당에 겁도 없이 가족과 함께 아침 먹으러 들어갔을 때다. 셀프서비스인 커피와 베걸로 간단한 요기를 했건만 이건 웬만한 고급식당의 스테이크 값 수준이다. 그 충격으로 한참동안 Bagel을 보고 외면한 적도 있다.
인기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도 어처구니없는 비싼 밥값을 지불하고 난 배우 김혜자가 식당 앞에 대기 중이던 극중 남편 백일섭 옆에서 입술을 깨물며 울먹인다. 안 사돈이 될 인물인 장미희의 황당하게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대로 멋모르고 따라가서 함께 식사를 한 후 서로의 다른 환경과 신분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김혜자가 오기로 낸 밥값이 44만원, 그는 한동안을 그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법하다. 드라마 속이긴 하지만….
그러나 최근 일어난 드라마가 아닌 북한이 저지르는 횡포에 가까운 밥값문제 앞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다. 본인 표현대로 죄도 없이 북에 억류되었다가 137일만에 풀려난 개성의 현대근로자 유성진씨의 경우다. 그를 추방하면서 북한은 한국 측에 그의 억류 기간 중 먹여준 밥값으로 무려 15.747달러라는 금액을 요구했다. 하루의 식대가 114달러다. 원숭이 눈알과 철갑상어 지느러미의 요리를 기쁨조들과 함께 하는 김정일의 수라상이라면 모를까 정말 입이 벌어진다. 통일부가 지급했는지 현대가 지불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더러운 관례를 남기면서 그들의 요구대로 밥값은 해결해 준 모양이다. 클린턴이 데리고 간 두명의 미국 여기자들에겐 한푼의 밥값도 못 받으면서 밥값가지고도 미국과 동족을 차별화하는 엄청 잘못된 집단들이 벌리는 악마적인 추태다. 그리고 한 달 전에 동해선상에서 북 경비정에 나포되어 끌려갔던 연안호 선언 4명이 오늘 북한으로부터 풀려 나와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이들 4명의 북한 억류 중 식대는 또 얼마가 청구되었는지 아직 보도가 나오진 않고 있지만 필자가 유추해 보건데 유씨 경우를 참작하면 약 2만달러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유씨 석방과 연안호 선원 석방에 이은 이산가족 면회 등의 북측이 벌리는 달러를 긴급조달하기 위한 최후수단의 음흉한 유화 제스츄어는 이어지고 있다. 급하기는 더럽게 급한 모양이다. DJ의 영전에 바친 김정일의 조화(弔花)값은 또 얼마나 청구하고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담보로 한 이벤트성 깜짝쇼를 돈벌이 수단으로 급히 벌리는 그 금강산호텔에서의 북한산 맥주를 포함한 밥값으로 또 얼마나 챙기려 혈안이 되어 있을까?. 목하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술책에 넘어갔다가는 이명박 정부는 밥값 못하는 정부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웃음을 곁들인 궁상을 떨며 굽신 대고 접근할 때 이 때가 바로 대북 군기잡기의 호기도래(好期到來)라는 것을 MB는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밥값 하는 정부가 된다. kwd70@hotmail.com <702/200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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